[탐방] 태안 사귐의공동체

‘공동체적 삶’ 실천적 비전에 주목한다
김현진 목사 공동체운동 신념 구체화… “중보기도하며 섬기는 도전 계속할 터”

 

1990년대 초반 한국교회에 공동체신학과 공동체운동의 붐을 조성했던 김현진 목사가 본격적으로 공동체적 삶의 실천에 나섰다.

김 목사는 2012년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태안 사귐의공동체’를 마련하고 현재 2가정과 함께 공동체생활을 하고 있다. 또 공동체비전학교를 개교해, 지금까지 12기에 걸쳐 참석자들에게 공동체의 비전을 나누고 있다. 생활과 교육, 기도와 예배는 아름다운 펜션을 연상케 하는 두 동의 주택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농사활동은 주변의 땅에서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로 10분 거리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라고 불리는 ‘신두리 바다’와 ‘한국 최대의 모래언덕’인 신두사해안 사구, 그리고 2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천리포수목원 등이 자리잡고 있다. 김 목사는 천혜의 자연조건 속에 자리잡은 사귐의공동체를 통해 이상적인 공동체를 이루고, 장차 1만4000여평의 너른 대지에 공동체학교와 헤른후트공동체가 실천했던 것처럼 중보기도에 전념하는 교회를 세울 비전을 계획하고 있다.

목회자의 가정에서 자라난 김현진 목사는 1983년 예수원에서 공동체 생활 훈련을 받으면서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됐다. 교사로 재직했던 그는 배운 데서 그치지 않고 겨울방학을 이용해서 6년여 동안 한달씩 세계의 공동체를 직접 탐방했다. 그리고 이를 기록하고 슬라이드에 담았다. 김 목사는 세계의 공동체 방문을 통해 교회부흥의 대안으로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확고히 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동체적 삶은 특별한 장소와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모의 병고로 인해 서원기도를 드린 까닭에 총신신대원에 입학한 김 목사는 1989년 신대원 1학년때 기숙사 동료들의 요청으로 세계의 공동체를 소개했다.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신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당일날 ‘코이노니아’라는 서클을 결성했다. 이후 교내에서 7차례나 공동체 강의를 했으며, 모 교수의 배려로 강의 시간에 공동체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외부에서도 공동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그는 신대원에 입학하자마자 매주 집회를 나가는 유명강사가 됐다.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열풍이 되었고 총신신대원, 장신신대원, 서울신대에서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코이노니아’ 서클이 생겨났다. 이들을 중심으로 1990년 전국신학교공동체모임연합회(전신공연)이 출범하게 됐고 후에는 17개 대학이 참여하는 커다란 모임이 됐다. 신학교공동체연합회는 출범하자마자 그해 8월 온누리교회에서 대천덕 신부를 주강사로 제1회 공동체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때 넓은 온누리교회 예배당이 가득찼을 정도로 공동체운동은 한국교회에 큰 도전을 던졌다. 연합회는 세미나 외에도 공동체훈련학교, 세계공동체 탐방 등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교회 내에 공동체운동이 대중화되는데 큰 공헌을 했다.

▲ 태안 사귐의공동체는 충남 태안 해안국립공원에 위치해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안에서 고요함과 평안함을 누릴 수 있다. 공동체 건물 두 동의 모습(왼쪽)과 건물 안에서 바라본 풍경(오른쪽).

김 목사는 공동체운동의 전파에 힘쓰면서도 항상 본인이 공동체적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신대원 시절부터 12명의 학생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실천했다. 함께 중보기도를 하고 모여서 공동체에 대해 공부했다.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했고, 침묵의 시간 등의 규칙을 지켰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들이었지만 용돈의 절반을 모아 더 가난한 원우들을 위해 식권을 제공했고, 양지마을의 소년소녀가장을 도왔다.

신학교를 졸업해서도 공동체의 실천을 원했으나 기성교회의 부름에 응답해 목양에 힘썼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교회 조직 안에서 공동체를 구현해보고자 몸부림을 쳤다. 그는 목양의 길을 걸으면서 끊임없이 공동체 삶을 위한 장소와 기회를 구했으며 최근 기적적으로 태안에 사귐의공동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태안 사귐의공동체 식구들은 아침 5시면 기도회를 갖고, 오전 노동, 12시 한국교회와 세계를 위한 중보기도, 오후 영성훈련을 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목요일은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날로 정해서 인근의 그룹홈을 방문하고 영어를 가르쳐 주거나 봉사활동을 한다.

사귐의 공동체는 6가지 비전을 가지고 있다. 첫째 중보기도의 공동체다. 둘째 사랑의 공동체다. 말로만의 형제자매가 아니라 실제로 가족이 되는 삶, 즉 평생 책임지고 물질까지 나누는 삶을 추구한다. 셋째 섬기는 공동체다. 지역의 아픔을 끌어안기 위해 어려운 이들이 공동체에 들어와 살며 자급자족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넷째 교육공동체다. 공동체적 가치관을 가진 청소년들을 양육하려는 비전이 있다. 다섯째 농업 공동체다. 김 목사는 세속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자급자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섯째 증거하는 공동체다. 공동체 식구들의 삶을 보고 주위에서 호기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선교사를 파송하되 한 사람만이 아니라 공동체 단위로 파송하여 공동체 삶을 보여줄 수 있는 공동체선교를 꿈꾸고 있다.

평생을 공동체 비전을 가지고 살아왔던 김현진 목사! 하나님은 그에게 곧바로 공동체를 이루는 길을 가도록 허락하지 않으셨다. 공동체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진 이후 지난 30년동안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게 하시면서 기성교회를 섬기게 하셨다. 따라서 김 목사는 누구보다도 균형있게 한국교회와 사회, 공동체의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다. 그러한 김 목사의 실천적 도전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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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비전학교는 

성경적 공동체적 교회 가이드하다

태안 사귐의공동체는 공동체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공동체 신학과 삶을 전수하는 ‘공동체비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박4일간의 일정동안 김현진 목사를 주강사로 ‘왜 공동체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강의가 진행된다. 공동체 교회론, 공동체 사회론, 공동체 운동의 교회사적 조명, 공동체와 선교, 대안적 공동체의 유형과 실천적 방안, 공동체적 영성, 공동체 생활 체험 등이 강의의 주된 내용이다.
김 목사는 강의를 통해서 공동체적 교회가 성경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교회 내에서 공동체정신과 삶을 구현하는 방안, 그리고 철저한 공동체적 삶을 살기 원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고 있다.
강의 뿐만 아니라 공동체 주변의 너른 땅을 밟으면서 공동체 비전을 나누고 기도하는 ‘기도걷기’가 진행되며, 공동노동을 통해 함께 땀방울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도 있다. 아름다운 신두리 바다와 신두사해안 사구를 체험하며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천혜의 자연 조건 속에서 공동체적 교회를 회복하기 위해 기도하고 공동체적 삶에 도전하기를 원하는 이들의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 12기는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진행 중이며, 오는 8월 17일부터 20일까지 13기 비전학교 지망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www.koacom.org 010-8588-8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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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김현진 목사

“본질적 차원서 공동체 고민해야”

“공동체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공동체적 교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의 삶의 형태를 포기하는 실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동체를 저해하는 가장 큰 적은 탐욕이기 때문입니다. 탐욕을 버리고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지 않은채 공동체에 대해 아무리 얘기해도 교회는 변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김현진 목사는 공동체적 삶은 ‘근본적’(Radical)인 성격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충 바란다고 해서 공동체적 교회상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희생과 수고를 해야만 공동체적 삶을 지향할 수 있다”면서 “교회회복의 대안으로서만이 아니라 본질적인 차원에서 공동체에 대해 고민해 보라”고 조언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내의 공동체는 현재 50여처에 이를 것이라고 파악했다. 이들은 매년 모임을 가지며 협력을 다짐할 정도가 되었으며 공동체 운동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요사이 한국교회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그 대안으로 공동체 회복을 다시 크게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본질적 변화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 목사는 “50여년 이상 지속되는 공동체를 보유한 서구에 비해, 한국의 공동체 운동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면서 “공동체적 삶은 단시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 운동이 성공하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하며 공동체에 대한 확고한 신학과 삶의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동체의 시도나 공동체적 교회회복을 주장하는 이야기나 시도들은, 이미 생겨났다가 본질을 상실했거나 사라졌던 수많은 교회 성장 프로그램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만일 공동체적 교회를 추구한다면 그것이 수도원 공동체든, 도시교회 공동체든 간에 현재의 형태를 버려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적당한 제자도로는 안됩니다. 받은 복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전반에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확고한 의식이 필요합니다. 산상수훈의 실천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속사람이 변화되어 물질까지 나누는 삶입니다. 불가능하다고요? 예수님의 제자들은 해 냈습니다. 성령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김 목사는 공동체적 교회는 다음의 세 가지 가운데 한 형태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째는 물질까지 전적으로 공유하는 사도행전적 교회의 모습이다. 둘째 기존 교회 안에 헌신 그룹에게 공동체 비전을 심어주고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부분적 공동생활의 형태를 띤 교회의 모습이다. 셋째 현재의 보편적 교회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즉 공동생활도 물질의 나눔도 없지만, 공동체성 회복을 지향하는 교회형태다. 김 목사는 세 번째 형태는 시간이 갈수록 기존의 모습으로 회귀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말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동체는 주장이 아니라 삶입니다. 공동체 구성원은 가족이며 공동체 구성원에게는 가족됨에 대한 헌신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공동체적 교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철저한 헌신으로 공동체를 지향해 나가는 각고의 노력을 하거나, 아니면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바꾸는 결단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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