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정교회 옥성석 목사(가운데 오른쪽)가 20일 연세의료원 정남식 원장(가운데 왼쪽)에게 난치병 어린이 돕기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환아 명단 게재, 기도하며 사랑의바자회 준비
수익금 1억 7000여 만원 치료위해 전액 기부

“얼굴 한 번 뵙지 못했지만, 찬양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신 모든 분들께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김찬양(가명·2살) 어린이는 태어날 때부터 먹는 것을 토해내고 변이 나오지 않는 선천성 거대결장을 앓아왔다.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인공항문을 배에 다는 수술을 받고 식이요법을 해야 했다. 부모는 어린 딸이 힘들어 할 때마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앞섰다. 최근에는 장 복원이라는 큰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가계 형편이 넉넉지 않은 탓에 수술비 마련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 찬양이 가족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충정교회(옥성석 목사)가 수술비를 지원하겠다며 사랑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일산 충정교회는 매년 5월이면 교회 앞마당에서 ‘사랑의 바자회’를 연다. 어려운 형편에 있는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서다.

옥성석 목사는 “어린 시절 네 살 터울의 여동생이 무슨 병인지 모르게 시름시름 앓다가, 병원 치료도 못 받고 약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며 “그 때부터 난치병이란 단어가 제 머리에 각인이 됐고, 충정교회 성도들과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일에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충정교회는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매년 사랑의 바자회를 열고 있다.

충정교회는 바자회에 앞서 먼저 병원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난치병 환아 명단을 요청한다. 충정교회가 얼마나 순전한 마음으로 10년 넘게 난치병 어린이들을 도와왔는지 알기에, 병원들도 환아들을 선정하는데 적잖은 정성을 기울인다. 명단을 전해 받은 교회는 환아 명단을 교회 곳곳에 게재하고 기도와 함께 몇 개월 동안 준비했던 바자회를 연다.

올해 14회째인 사랑의 바자회는 5월 14일 교회 앞마당에서 열렸다. 30개의 부스에 나온 물품은 다양했다. 부침개, 설렁탕, 잔치국수 등 먹거리부터 시작해, 도서, 의류, 학용품, 화장품 등이 판매됐다. 바자회에는 교인들은 물론 동네 주민들도 많이 참석해 교회에 대한 호감을 갖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날 바자회에서 얻은 수익은 1억 7000여 만원. 예상을 뛰어넘는 거액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아진 것이다. 옥 목사는 “모든 성도들이 난치병 어린이들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바자회를 준비했다”며 “용돈으로 쓸 쌈짓돈을 내놓는 권사님들을 비롯해 500원, 1000원씩 기도하며 모은 돈이 오병이어의 기적을 낳았다”고 바자회와 수익금 의의를 설명했다.

충정교회는 수익금 전액을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국립암센터에 전달, 15명의 난치병 어린이 치료에 사용토록 했다. 지난 5월말 기부금을 전달받은 김석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장은 “오랫동안 한결같이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며 “충정교회의 사랑의 기운을 받아 아이들을 더 잘 치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했다.

충정교회는 그동안 난치병 어린이 기부금 전달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았다. 주님의 교회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자랑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기부금을 은행계좌로 송금하는 것에 그쳤다. 그러다 작년부터 생각을 조금 바꿨다. 도와주어야 할 난치병 어린이들은 많은데, 충정교회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충정교회의 작은 섬김이 동기부여가 돼 다른 교회들도 동참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옥 목사는 “한국교회가 지금까지는 선교에 방향을 맞췄다면, 이제는 선교와 더불어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돕는 일에 더욱 힘써야 할 때라 본다”며 “그럴 때 추락한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개선되고 그것이 한국교회가 다시 사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 목사는 더불어 의료계에 종사하는 기독교인들이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돌볼 것을 당부했다. 20일 세브란스병원 기부금 전달에 앞서, 병원 교직원예배에 참석한 옥 목사는 “환자를 치료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만, 가나의 혼인잔치 때처럼 하나님은 여러분들을 도구로 사용하셔서 물이 변해 포도주를 만드시길 원하신다”며 “하나님 말씀 앞에 순종하고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며 물이 변해 포도주가 되는 역사를 이뤄가라”고 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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