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중재원 박재윤 원장 "법정 가기 전 중재원 문 두드리길"

“분쟁에 관한 총회결의가 세상법원에 의해 뒤집혀 지는 일을 방지하려면 전문 법조인이 결의 과정에 참여토록 해서 허술함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 지나치게 법적 논리가 약해도 안될뿐더러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가혹한 결론을 내려서도 안됩니다” 


기독교화해중재원 3대 박재윤 원장은 교단 최고의 회의체인 총회에서 결정된 결의의 권위가 지켜지려면 장로인 변호사 등 법조계 전문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총회 결의가 법원에 의해 번복되는 경우, 대부분 절차 진행의 잘못이 그 원인”이라면서 “이는 재판국원이 법률 지식이 부족하여 교회법을 문자적으로 읽고 적용했거나, 비슷해 보이지만 사회법에서 다르게 적용되는 조문을 정확히 이해 못하고 틀린 해석을 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내용에 들어가서 볼 때 세상 법원에서 형벌이나 징계 등 사건을 심판할 경우에는 결과만 가지고 엄한 결론을 내지는 않는다”라고 하면서 “결과 뿐 아니라 동기, 주변 사정, 장래에의 영향 등을 종합 고려하여야만 올바른 내용과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법원은 비교적 가벼운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제명’이나 ‘출교’와 같은 강한 결정이 내려지면 일단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이처럼 과거의 선례와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올바른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법률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면서 “총회가 재판국 등에 전문위원제를 둘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안했다.  


박 원장은 이같은 정황은 교단 산하 기관이나 개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면서 개교회도 절차를 엄밀히 지켜야 하고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을 하거나, 또 마땅히 처벌할 일을 유야무야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린도교회 시대에도 세상법정으로 사건을 끌고 가는 일이 있어 바울사도의 질책을 들었으니 분쟁과 다툼은 있을 수 있으나 세상법정으로 가는 일은 교회에 덕을 가리기에 가급적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교회 분쟁은 교회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일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기독교화해중재원”이라면서 “도저히 대화도 되지 않고 참을 수 없더라도 법원에 가기 전에 일단 기독교화해중재원을 기억하고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박 원장이 이렇게 요청하는 것은 그가 화해중재원의 책임을 맡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화해중재원에는 내로라 할만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 자신이 대법관을 지냈고 초대 원장인 상임고문 김상원 변호사 역시 대법관 출신이다. 그 외에도 대법관, 고등법원장을 포함한 고위직 법관 경력자들과 변호사, 목회자, 교회법에 정통한 대학교수 등이 조정위원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실제 이들이 조정에중재에 성공한 실적과 확률이 매우 높다. 


교회 분쟁으로 고민하고 있는 목회자나 성도들이라면 법원으로 바로 가지 말고 화해중재원으로 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쟁 중에 있는 이라면 화해중재원에 연락해서 우선 상담(교섭/협상)을 요청할 수 있다. 중재원은 상담이 접수되면 양 당사자들이 어떻게 성경적인 원리를 사용해 해결할 수 있을지 상담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이 첫 번째 단계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두 번째 단계인 조정/화해, 세 번째 단계인 중재의 과정으로 나가게 된다. 물론 모든 화해사역이 세 단계를 모두 거치는 것이 아니라 한 두 단계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건의 접수와 진행은 세 단계 중 어디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박 원장은 “교단 총회에서 아예 교단 산하 기관이나 교회의 분쟁이 생긴다면 소송제기에 앞서 화해중재원을 통해 조정을 시도하여야 한다는 결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침례회 교단에서는 분쟁이 생길 경우, 법원이 아니라 화해중재원으로 먼저 가야 한다는 결의(위반하면 제재가 따름)를 한 바 있다.

일반 사회에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거래관계를 맺을 때 대한상사중재원을 중재기관으로 정해서, 분쟁시 법원이 아닌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받겠다는 약속을 타 회사와 거래계약 조건에 명기한다. 법적 전문성도 있고 기업의 생리도 아는 상사원의 조정이 바람직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박 원장은 "교계에서도 이에 준해서 중재 합의를 미리 해 두고 관계 서류에 명시하여 놓는 것이 현명한 조치일 수 있다" 고 말했다. 다만 중재합의가 있으면 법원에서의 소송이 금지되고 중재판정 내용에 불만이 있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불복의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제약이 따른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서울지방법원 판사 등을 거쳐 2000년부터 6년간 대법관을 지냈다. 임기 중 “교회가 회의 소집 등에 관한 사소한 점을 어겼더라도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한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면 이를 이유로 회의 결과를 무효화하여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으며, 이는 최근까지 교회관련 재판에서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판례다. 기독법관들의 모임 ‘애중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2008년 화해중재원이 출범하고 2011년 대법원의 인가를 받아 사단법인으로 개편발족할 때 부터 계속하여 이사 부이사장 겸 조정위원으로도 봉사하여 오다가 지난 4월, 2년 임기의 화해중재원 원장에 취임하게 됐다.  


박 원장은 “법원에 가면 ‘가처분’ 등 실효성이 있는 조치를 내리기 때문에 바로 소송을 제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성경 말씀을 기억해서 불신자 법관에게 가서 재판을 받게 되기 전에 먼저 화해중재원으로 와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