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택 목사(부안 산월교회)

▲ 진홍가슴은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나그네 새이다. 홍도에서 최동주 씨가 촬영한 사진.

진홍가슴새 둥지 근처에 십자가 세워졌다
수컷 솔잣새 붉은색 깃은 예수 십자가 피가 묻어 변했다는 이야기 전해져

 

몇 해 전 필자와 같은 시찰회에 속한 목사님께 전화가 왔다. 내변산을 다녀오는데 새 소리가 아주 특별하다는 것이다. 녹음해서 보내준 녹음파일에 귀 기울여 들어봐도 바람소리 외에는 구분할 수 없어서, 어떻게 우는지 특징을 물어본 결과 네 음절로 우는 검은등뻐꾸기로 생각되었다.

새들은 생김새나 우는 소리에 따라 별명을 가지기도 하고 이름을 짓기도 한다. 또 그와 연관된 전설이나 이야기를 갖는 경우도 있다. 검은등뻐꾸기는 뻐꾸기와 함께 두견이과에 속한다. 뻐꾸기처럼 골 깊은 산골짜기 하나를 울리고도 남을만한 소리로, 골짜기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심어놓기나 한듯이 구석구석 누비면서 네 음절로 우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이 소리와 음절을 따라 흉내 내는 비슷한 음절의 말들을 만들어냈는데, 여기 지면에 쓰기는 민망스러운 내용이기에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한다면 경상도 음으로 ‘내캉 살자 내캉 살자’고 운다는 것이다.

호반새는 몸 전체가 붉은 색을 가지고 있어서 ‘불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파랑새는 한 동화의 제목 때문에 행복의 상징이 되었고, 도요새(사실 도요새는 종류가 아주 많다)는 어떤 노랫말 때문에 가장 높이 나는 새로 알려져 그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다.

새들의 이야기 중에는 해학적인 야화들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노래 잘하는 꾀꼬리와 까마귀 이야기이다. 두 새가 노래시합을 했는데, 심판관인 두루미에게 개구리를 잡아다 바친 까마귀가 이겼다는 야화는 맛깔스럽고 제법 풍자적이다. 제비는 또 어떠한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 때문에 대접받고 살아가는 새가 제비 아닐까?

그리고 시어머니의 구박과 시집살이 때문에 피를 토하며 굶어 죽은 며느리가 소쩍새가 되었다는 유명한 전설도 있다. 그 소쩍새가 세 음절로 ‘솥 작다, 솥 작다’하고 울면 풍년이 오고, 두 음절로 ‘솥탕, 솥탕’하고 울면 흉년이 온다는 이야기는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에 할머니가 손주들의 귀에 들려주는 영양가 높은 이야기 간식이었다.

필자는 진홍가슴(진홍가슴새로도 부른다)의 이야기와 솔잣새의 전설을 알게 되면서, 이 두 새를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애를 썼던 적이 있다. 진홍가슴과 솔잣새는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에 연관된 이야기와 전설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에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철새인 솔잣새.

솔잣새는 우리나라에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철새이다. 다행히도 솔잣새는 여기 지면에 내놓아도 될 만큼 좋은 사진을 담았는데, 진홍가슴의 사진은 지면에 내놓기가 어려울 정도여서 평소 친분이 있는 최동주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진홍가슴새’ 이야기는 스웨덴의 여류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Selma Ottilia Lovisa Lagerlöf, 1858~1940)의 동화이다. 라게를뢰프는 190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하나님께서 깊은 생각을 하신 후 잿빛 털을 가진 조그만 새 한 마리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진홍가슴새’라고 이름을 붙여 주셨다. 진홍가슴새는 자신에게 온통 잿빛 털 뿐인데 어찌 이름을 진홍가슴새라고 하셨는지 여쭈어 보았다.

하나님은 진홍가슴새에게 “네가 참사랑을 베풀 수 있게 될 때에 그 이름에 합당한 깃털을 가지게 될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어느 날 진홍가슴새의 둥지 근처 언덕에 십자가가 세워졌고, 진홍가슴새는 그 십자가에 달린 사람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하나씩 뽑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가시를 뽑을 때마다 솟아나온 피로 인하여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다. 결국 그 사람은 숨을 거두었고 이 새의 가슴에는 핏자국이 남게 되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새가 낳은 새끼들마다 모두 목덜미와 가슴에 선명한 진홍빛을 가진 털이 생겼다는 것이다.

솔잣새의 전설은 조금 더 간략하다. 솔잣새의 부리를 보면 아랫부리와 윗부리가 어긋나게 꼬인 것처럼 구부러져 있다. 휘어지고 구부러진 부리는 솔방울이나 잣 열매를 좋아하는 솔잣새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 아닐까? 잣 열매 사이를 부리로 열어 씨앗을 빼 먹기에는 최적화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생김새로 인하여 전설이 생겨났는데, 바로 휘어진 부리와 수컷의 붉은 색 깃에 대한 이야기이다.

솔잣새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에 손에 박힌 대못을 부리로 뽑으려다가 그만 부리가 휘어졌으며, 수컷의 붉은색 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가 묻어서 그렇게 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솔잣새의 부리가 진화론자의 눈에는 진화의 흔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솔잣새를 ‘다윈의 핀치’라고도 부르는 이유이다.

이처럼 새들의 외모나 우는 소리로 인하여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들은 오랜 세월이 흘러 그냥 재미있는 전설로 남기도 하지만, 때때로 우리의 정서에 감동을 주며 삶의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한다.

▲ 소쩍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여름철새로 야행성이다. 천연기념물 324-6호로 지정되어있다.

  독수리의 전설

가끔은 새들에 관한 전설을 사실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독수리의 결단과 인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지는 이렇다. ‘독수리는 70년을 살 수 있는데, 40살이 되면 부리와 발톱이 휘어져 버리고 깃털은 무거워 날 수도 없게 된다. 독수리는 이때에 중요한 결단을 해야 한다. 휘어진 부리와 발톱을 모두 뽑고, 150일을 기다려 새롭게 돋아난 부리와 발톱으로 제2의 삶을 산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를 단지 교훈으로만 받아들이면 큰 감동이 되지만, 생태적 사실이 아닌 부분까지 실제 그런 것으로 오해하면 많은 문제가 생긴다. 필자가 알기로도 독수리가 다른 새들에 비해 오랜 시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일주일 이상 굶는 것은 아무리 독수리라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새들에게 체온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한데, 몸의 털을 다 뽑아버리고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는가. 전설은 그냥 전설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