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기독교 유적지 대대적 정비 통해 서부·동부 순례코스 마련… “감동의 멋과 맛 경험하세요”

▲ ◀영광 야월교회 순교기념관은 중앙에 거대한 조형물 ‘맞잡은 손’(2007년 전병택 작)이 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손을 움켜쥐듯 잡은 모습이다. 한쪽 손은 찢긴 상처가 선명하다. 다른 손은 상처 없이 깨끗하다. 찢긴 손은 순교자의 손이고 깨끗한 손은 누구를 의미할까. 순교자의 손은 깨끗한 손을 뿌리치지 않고 맞잡았다.

‘남도여행.’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만의 추억을 금방 떠올립니다. 따뜻한 봄바람에 하얀 매화꽃이 흩날리던 광양, 너른 갯벌을 빼곡히 채우고 생명을 품고 있던 순천만 갈대들, 한여름 화살처럼 쏟아지던 햇살을 무색하게 만들었던 담양의 대나무 정병들,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가 석양 아래 불타던 영광의 백수해안도로. 그리고 설명이 필요없는 지리산과 섬진강…

남도여행의 추억을 이 정도에서 그친다면, 젊은이들은 어떻게 여수밤바다와 전주한옥마을을 빼놓을 수 있느냐고 할 것이고, 어른들은 보성과 장흥의 쌉싸레한 차나무와 편백나무 향기를 제대로 맡아보지 못했다고 타박할 것입니다.

그리고 남도여행의 멋진 추억을 풀어놓던 사람들은 마지막에 꼭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백반을 시켰는데 반찬이 20가지가 나왔다니까.^^”

맛과 멋만? 감동까지!

맛있는 먹거리와 멋있는 볼거리를 찾는 사람들로 전라남도는 사계절이 붐빕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관광객이 두 번째로 많습니다. 맛과 멋에 더해서 최근 남도를 찾아야만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그것은 한국교회와 밀접합니다.

최근 전라남도청 관광과는 남도의 기독교 관련 유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기독교 유적지를 돌아보는 ‘순례길’을 조성했습니다. 그 순례길을 따라가다 보면 남도가 맛과 멋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신앙정수를 품고 있는 곳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사기획 순교유적지를 가다(2)>에서 소개한 한국기독교 최대순교지 염산교회 외에도, 65명의 성도 전원이 순교한 야월교회, 23명 순교한 영암읍교회, 36명이 순교한 상월교회 등 예수와 복음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던 거룩한 신앙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총칼보다 더 강한 사랑의 힘을 보여준 손양원 목사, 장로교 최초의 목사 7인 중 한 명으로 선교에 온 삶을 바친 이기풍 목사, 불가촉으로 여김을 받던 한센인에게 천국의 소망을 심어준 애양원과 소록도까지.

이 사건들은 불과 60여년 전, 우리의 신앙 선배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겪었던 고난이었습니다. 겨우 60년이 지났을 뿐인데, 오늘 우리가 다다를 수 없는 길을 걸었다는 생각에 회개와 감동이 밀려옵니다.

순교신앙 따라 걷는 서부순례

남도 성지순례는 크게 서부와 동부로 나누어서 찾아보면 좋습니다.

서부 순례길은 영광군을 시작으로 신안군-목포시-영암군(아래 지도 참조)으로 이어집니다. 영광군의 대표 순례지는 염산교회와 야월교회입니다. 두 교회는 해방 이후와 한국전쟁 기간 중에 한국교회 역사상 가장 많은 성도들이 순교한 곳입니다. 염산교회와 야월교회는 영광군과 함평군 인접지역에 있기에, 먼저 숲쟁이공원에서 피로를 푸시고 영광굴비로 점심까지 드신 후 가시면 좋습니다.

신안군 증도는 한국 성결교회의 역사적 인물 문준경 전도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문 전도사는 신안군 섬 일대를 돌아다니며 100교회를 개척한 전도자입니다.

증도는 지금도 섬주민의 90%가 기독교인입니다. 증도에는 문준경 전도사 순교지를 비롯해 순교기념관이 있습니다.

목포시는 구한말 남도선교의 중심지였습니다. 이 때문에 선교초기 한국교회의 역사를 잘 간직한 곳입니다. 유진벨과 스트레이퍼 선교사가 세운 전남 최초의 여성교육기관 정명여학교에 선교사들의 사택이 남아 있습니다. 영광과 함께 영암도 순교의 피가 짙게 배인 곳입니다. 영암군 군서면은 영암에서 순교한 87명의 순교자 묘지와 순교비가 있습니다.

죽음을 이긴 사랑, 동부순례

남도 동부의 성지순례는 여수에서 시작합니다. 여수시, 순천시, 광양시를 3~4일 동안 돌아볼 수 있습니다.

동부성지순례를 여수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손양원 목사와 애양원 때문입니다. 손양원 목사의 삶은 책과 다큐멘터리 영화 연극까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손 목사님이 순교한 현장에서 그 감동은 더 짙게 밀려옵니다. 여수에서 손양원 목사만 기억하시면 안됩니다. 여수 앞바다 금오도에 있는 우학리교회는 한국 최초의 목회자 중 한 사람이고 제주 선교사로 복음을 전한 이기풍 목사님이 시무한 교회입니다.

순천시와 광양시는 모두 기독교역사를 잘 보존하는 지역입니다. 순천은 지금도 구한말 선교사들이 거주했던 주택을 비롯해 병원과 학교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습니다. 광양시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관을 방문하시면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범인을 죽이고 광양으로 피신한 한태원이 어떻게 광양에서 첫 번째 교회를 세우게 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남도여행은 이렇게 감동이 있습니다. 남도를 맛과 멋으로만 추억하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이번 휴가에 한국교회 신앙의 보물을 간직한 남도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고, 신앙의 대전환을 경험하면 어떨까요.

 

 

남도 성지순례 이렇게 하세요

전남서부 성지순례
1일 숲쟁이공원-백수해안도로(노을전시관)-야월교회-염산교회-칠산타워
2일 신안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증도리교회-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비-짱뚱어다리-화도 노둣길(문준경 전도사 전도길)-태평염전 소금박물관
3일 정명여자중학교 선교사사택-양동교회-북교동교회-목포근대역사관-이훈동정원-공생원-춤추는바다분수
4일 상월교회-천해교회-구림교회-순교자합동묘 순교비-구림마을

전남동부 성지순례
1일 손양원목사유적공원-애양원박물관-손양원목사 순교지-오동도케이블카-엑스포해양공원-여수밤바다 야경투어
2일 광양 매화마을-광양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관-순천 드라마세트장-문화의거리
3일 순천기독교100주년기념관-남장로교순천선교부 유적-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4일 낙안읍성-중식-고흥 소록도-녹동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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