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주필

저명한 역사가 에릭 존스는 선진국은 인프라 구축을 통하여 재난에 대한 충격을 대비하는 국가라고 말했다. 지구 안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진에 대한 대비책은 없는 것일까? 지진 예측에 대하여 한 지진학자는 “50%는 맞아야 하고 하루정도의 정확도를 가져야 하며 50킬로미터 이내로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예측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진 발생을 예측한 사례들은 많이 조사되고 있다. 1990년 생물학자 아이벤 브라우닝(Iben Brouwning 1918~91) 박사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12월 1일~5일 사이 지진이 일어날 것을 예견 발표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한 데는 다음과 같은 근거에서였다. 그 시기에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을 이루는데 이때 중력이 일으킨 조수에 의해 뉴마트리드 단층 지역의 스트레스가 한계 이상으로 올라가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은 미국 중동부지역 주민들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었다. 사회 전체가 초긴장 속에서 큰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지진은 일어나지 않은 채 해프닝으로 끝나 역사 속의 이야기거리가 됐다.

지진의 나라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일본의 지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일본중부에 대지진이 있을 것을 예견하였고 이에 대한 대피훈련을 계속 했다. 그러나 그 후 10년이 지나도록 그런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다. 100년이 넘게 지진의 전도현상을 연구했음에도 현재까지 믿을만한 전도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도쿄대의 지구물리학자인 로버트 켈리는 지진의 전도현상에 대한 논문 700편을 검토했지만 신빙성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왜 지진의 예측은 불가능한 것일까? 지구물리학자들은 “지진의 에너지 방출규모와 발생빈도 사이의 관계는 역함수(power function) 형태를 띤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사람이 인지하기 힘든 지진이나 아이티 지진이나 동일본 대지진 같은 것들이 모두 같은 원인으로 일어나는데, 다만 작은 지진이 큰 지진보다 더 자주 일정한 비율로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크고 작은 지진들이 무수히 일어나는데 규모 3 이하의 지진은 창에 앉은 파리도 꿈쩍하지 않는 작은 흔들림이라고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지진 발생은 하나님만이 아시는 특별한 영역이라는 것과 재난에 대한 최대한의 대비는 성숙한 사회가 가져야 할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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