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그룹 예배와 구역 중심의 전통적 목회 방식에 새로운 형태의 소그룹 목회체제를, 그것도 큰 부작용 없이 도입하려면?”
오랜 전통과 규모가 큰 교회에 새롭게 부임하는 목회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맞닥뜨렸을 물음이다. 광주동명교회(이상복 목사)는 그 질문에 좋은 해답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바로 ‘포도나무’라 불리는 소그룹 사역을 통해서이다.
광주동명교회는 현재 예배를 통해 공동체성을 세우고, 교구를 통해 조직과 관리를 진행하는 동시에, 양육과 훈련을 위한 포도나무모임을 정착시켜나가는 중이다. 교회를 세우는 3중 구조로 ‘예배-교구-포도나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기존의 구역모임을 통해 소그룹을 운영하는 방식을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거주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구역모임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었지요. 다양한 연령대와 각기 다른 요구를 지닌 구성원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웠고, 훈련된 리더를 세우고 이들에게 헌신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전체 구역모임 참여율이 매우 저조했습니다.”
그래서 이상복 목사는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적합하고, 모임 안에서 동질성과 깊은 영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형태의 소그룹을 구상하게 됐다. 사랑의교회 안산동산교회 온누리교회 등 기존의 소그룹 사역들을 벤치마킹하고, 광주동명교회 특유의 목회환경을 고려해 개발한 방식이 바로 포도나무모임이다.
포도나무모임은 한 달에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는 성경공부를 통한 양육과 훈련에 목적을 두지만, 더 나아가 교제와 봉사 심지어 전도의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구역 평균인원이 18명에 이르면서 구역장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컸던 점을 개선해, 포도나무모임의 최다 인원은 8명으로 한정했다. 덕택에 새 가족에 대한 관심과 돌봄의 수준을 더 높이며, 깊이 있는 교제를 통해 끈끈한 가족애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모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는 다른 데도 있다. 매주 쉬지 않고 모이는 대신, 두 주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 것으로 여유를 준 것이다. 한 주는 리더들의 모임으로, 그 다음 주는 소그룹 전체 모임으로 운영하면서 포도나무 리더들은 더 충실히 모임을 준비하게 됐고, 다른 멤버들도 모임에 대한 압박과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모임의 목표의식이나 결속력까지 느슨해진 것은 아니다. 모임이 진행되는 방식은 ‘5W’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환영(Welcome)의식으로 시작해 경배와 찬양(Worship) 말씀(Word) 전도와 선교(Witness) 사역(Work)으로 이루어지는 포도나무모임의 진행방식은 대단히 역동적이다.
구성원 간에 활발하게 말씀을 나누고, 교제를 이루면서 모임을 통해 새 신자들을 돌보는 역할과 이웃들을 전도하는 역할까지 감당한다. 교회 전체적으로 전개되는 농어촌 미자립교회 혹은 사회복지시설 방문 봉사활동도 포도나무모임 단위로 진행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포도나무모임의 도입은 아직까지 과도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 교구 안에 구역모임과 포도나무모임이 공존하는 형태인 것이다. 체제를 한 번에 개편하는 일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고, 자칫 그 과정에서 소외감이나 상실감을 느끼는 성도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 구상이 이루어진 포도나무모임을 실제 목회현장에 도입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단 리더 훈련으로 시작해 조금씩 분위기를 만들었고, 포도나무모임이 시작된 후에도 기존의 구역 형태에 익숙해져있고, 새로운 형태의 소그룹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성도들은 계속해서 구역모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상복 목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성도들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되는 것, 교회를 이끌어갈 건강한 일꾼으로 헌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모든 평신도들이 자신의 은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주도적으로 사역하는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여러 방면으로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