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택 목사(부안 산월교회)

▲ 우리나라 텃새인 수리부엉이는 높은 바위절벽 같은 곳에서 번식하며 밤에 제왕이라 불린다.

소리 없이 날아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다
특별한 영적 감각을 발견한 그리스도인은 사방을 다 보는 사람이 되어야

 

언제인가 은사이신 총신대 김정우 교수님을 정읍에서 뵌 적이 있었다. 교수님은 새를 좋아한다는 내게 올빼미와 부엉이가 어떻게 다른지 물으셨는데, 어떻게 대답했는지 생각이 아련하지만 아마 “둘 다 야행성입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짐작된다.

부엉이와 올빼미의 서식처가 되게 하시겠다는 이사야 34장의 말씀을 생태적으로 이해한다면 이들은 쥐를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쥐가 우글거리는 소굴로 변한다는 뜻으로도 이해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엉이나 소쩍새도 올빼미과에 속하는 새였다.

오늘 필자는 그 중에서 쇠부엉이가 가진 기능을 통하여 그리스도인의 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특별히 쇠부엉이가 가진 세 가지 놀라운 기능에 대해 살피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독특한 은사들을 생각해본다.

첫째는 쇠부엉이의 투시력이다.

쇠부엉이가 숨어 있는 쥐를 찾아 사냥하는 솜씨는 참으로 대단하다. 우거진 덤불 속에 꽁꽁 숨어있는 쥐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쇠부엉이가 단순하게 시력만 이용하여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더 특별한 감각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쇠부엉이가 눈이 수북하게 쌓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눈 속의 사냥감을 정확하게 덮치는 광경을 여러 번 보았다. 그리고 마치 날개로 사냥물을 덮는 것처럼 그 위에 자기 날개를 펴고 납작 엎드린다. 그리고 이렇게 외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사냥물은 내 것이야, 아무도 손대면 안 돼!”

눈 속에 있는 사냥물을 갈퀴처럼 생긴 발톱으로 움켜쥐고 날아가는 장면을 보면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이다. 이런 광경을 보면 비록 새를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더라도 쇠부엉이에게는 열을 추적하는 기능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 쇠부엉이가 눈 속에 있는 먹잇감을 사냥하여 덮친 후, 날개를 펴서 덮고 주변을 경계하면서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모습.

실제로 쇠부엉이는 숨어 있는 사냥물이 겉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열을 추적하는 기능을 활용해 저 눈 속에, 저 덤불 속에 사냥감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덮친다. 쇠부엉이에게는 이 기능이 있기에 엄동설한에도 사냥할 수 있고 야생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사 그리고 영적인 감각과 비교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반계시를 통하여 특별계시를 더욱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고도 본다. 성경을 살펴보면 선지자들과 사도들에게서도 이런 감각과 은사를 발견할 수 있다. 여러 장면이 영상처럼 뇌를 스쳐가지만, 지면관계상 적용은 독자들 몫으로 돌린다.

두 번째 쇠부엉이의 놀라운 기능은 소리 없이 날아가는 비행능력이다.

대부분의 새들은 날개를 칠 때 푸드득거리는 소리를 내지만, 쇠부엉이와 올빼미류 종류들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고 사냥물에 접근할 수 있다. 이것을 ‘스텔스’ 기능이라고 해도 될까? 맹금류에게 이런 기능까지 보유되어있다는 사실을 공격당하는 새들과 쥐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무서운 무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필자는 이 기능을 ‘무서운 무기’로 이름 지으면서 두 가지 점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하나는 우리의 대적자들이 스텔스 기능처럼 무서운 무기를 지녔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만약 우리에게 이런 치명적이고 무서운 무기가 있다면 우리의 대적자들은 우리 앞에서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다.

필자가 본 쇠부엉이의 세 번째 놀라운 기능은 엄청난 각도(360도 쯤)로 돌아가는 고개이다.

우리 인간이 고개를 돌려 볼 수 있는 전체 각도가 얼마나 될까? 어느 카메라 강좌에서 들었는데, 인간이 표준적으로 앞을 보는 시각은 약 47도쯤 된다고 한다. 설령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해도 쇠부엉이처럼 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존 스토트는 ‘새 우리들의 선생님’이라는 책에서 올빼미는 180도 이상, 그리고 칡부엉이는 270도까지 고개를 돌린다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관찰하기로는 쇠부엉이나 솔부엉이는 아주 자유롭고 빠르게 360도 가까이 머리를 돌려 사냥물을 살필 수 있다. 올빼미과에 속한 새들은 거의 모두 고개 돌리기에 선수들이다. 앞뒤, 좌우, 사방을 고개를 돌려 볼 수 있는 기능을 가졌다는 것이다.

존 스토트는 우리의 신체로는 불가능한 올빼미의 고개 돌리는 기능을 설명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양쪽을 다 보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앞도 보고 뒤도 볼 수 있어야 하며, 아래(땅)도 보고 위(하늘)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빼미와 부엉이

올빼미와 부엉이는 뿔처럼 보이는 귀깃으로 구분하는데, 올빼미류는 귀깃이 없으며 부엉이류는 귀깃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참고용이지 절대적인 구분법은 아니다. 어떤 분들은 쇠부엉이의 귀깃이 아주 작기 때문에 올빼미라고 우기는 분들도 있다. 이들 올빼미과는 모두가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 이런 새들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쇠부엉이는 우리나라에 오는 겨울철새이며 주로 강가의 초원이나 개활지에서 활동한다. 쇠부엉이 역시 야행성이지만 오후 4시가 넘으면 활동하기 시작하고, 어둡고 흐린 날이면 낮에도 활동하는 것을 보았다. 쇠부엉이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324-4호로 지정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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