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인문학은 하나님의 관점에서 인생의 의미와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을 뜻한다. 최근 한국교회와 교계에도 기독교 인문학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기독인문학연구원의 인문학 특별강연이 진행되고 있는 장면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올바른 관점을 배우다
하나님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자신을 알 수 있어 … 기독교 세계관으로 삶의 문제 직시

인문학 열풍 속 기독교 인문학

최근 몇 년 동안 인문학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문학’이라는 단어는 서점의 베스트셀러 책 제목뿐 아니라 언론 전반에서 범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심지어 오랜 세월 인문학을 ‘인본주의’와 혼동해 지양해 왔던 기독교 내에서도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교육 프로그램이나 평신도 및 일반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공개 강좌, 교계단체들의 인문학 연구 모임 등을 통해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총신대학교는 물론 서울신학대, 감신대 등 신학교에서도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 강좌들이 열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인문학 열풍 속에 과연 인문학은 어떤 학문이고, 일반적인 인문학과 기독교 인문학은 어떤 차이를 지니고 있는지, 나아가 한국교회는 어떻게 기독교 인문학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문학과 기독교 인문학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은 사전적으로 자연과학(自然科學, natural science)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주로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지칭한다. 즉 자연과학이 객관적인 자연현상을 다루는 학문인 것에 반해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와 관련된 제반 문제를 연구의 영역으로 삼는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국회법에 규정된 내용을 중심으로 정의하면, 인문학이란 언어·언어학·문학·역사·법률·철학·고고학·예술사·비평·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을 포함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말하자면,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탐구를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다. 즉 오늘날 많은 이들이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생의 본질을 찾고자 하기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교 인문학은 일반 인문학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기독교인은 인간의 삶, 인생의 본질을 찾을 때 그 기준을 ‘하나님’에게 둔다. 인간은 물론 이 세계와 우주 만물을 창조한 이가 바로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독교인문주의자였던 칼빈은 <기독교강요>에서 “인간이 하나님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다”고 인문학의 목적을 설명한 바 있다. 미국 웨스트민트 신학교 변증학 교수이자 신학자인 코넬리우스 반틸은 기독교 인문학을 ‘성경에 기초한 개혁주의적인 인생관과 세계관에 관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지난 2014년 <기독신문> 설교면에 ‘기독교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한 총신대학교 라영환 교수는 기독교 인문학에 대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그들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계획, 즉 하나님의 지식에 의존한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우리들에 대해서 가졌던 그 지식은 우리들의 삶을 측량하는 기준이 된다. 삶의 의미는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과 분리되어서 존재할 수 없다. 인문학이 추구하는 삶의 의미와 목적은 오직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에게서만 찾을 수 있다”고 정의했다.

국내외 기독인 인문학자들의 개인별 및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그 연구 결과를 정규 강좌와 특별강연을 통해 대중화 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기독인문학연구원의 고재백 대표(서울대 교수)는 “기독교 인문학의 정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학문적으로 논쟁 중이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신앙을 고백하고 신실한 기독인이 하는 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교회를 섬기기 위해 사용되는 인문학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꿈의숲 기독교 인문 대학(학장:윤경로) 대표 박원홍 목사는 “하나님의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바르게 인식하도록 돕는 다양한 학문적 연구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삶을 직시하고 교회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기독교 인문학의 존재 목적이다. 다시 말해 기독교 인문학은 성경을 더 쉽고 더 바르게 이해 시키는 방편이다”라고 말했다.

즉, 기독교 인문학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 모든 것, 이 세상 모든 지식, 인간의 삶을 주관하는 근원이라는 전제 속에 “인간 혹은 인생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 목적 아래 언어·언어학·문학·역사·법률·철학·고고학·예술사·비평·예술 등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 전반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독교 인문학은 일반 인문학과 다르며, 오직 인간성만을 존귀하다고 보는 인본주의와도 다르다. 그렇다면, 기독교 인문학을 그 존재 목적에 걸맞게 바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독교 인문학, 신앙과 삶의 연결고리

기독교 인문학이 하나님의 관점, 성경에 기초한 개혁주의적 세계관을 통해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자. 그렇다면, 기독교 인문학은 인간이 직면한 모든 문제들을 기독교 세계관을 토대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대응해 나가는 동력이 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삶은 언제나 그가 속해 있는 사회의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기독교 인문학은 기독교 신앙이 교회 안의 울타리에만 갇혀 있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고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기독교 인문학은 기독인에게 기독교 신앙과 세속의 삶을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이는 기독교 인문학의 대중적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교계단체들의 주요 활동과 연구 주제들만 살펴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독인문학연구원이 올봄 강좌로 개설한 기독인문학 아카데미의 강좌들을 살펴보자. ‘성경적 여성리더십과 실천적 삶을 위한 길 안내’ ‘기독교와 정치의 만남과 대화를 위한 신학적 논의들’ ‘성지순례 전문가와 떠나는 약속의 땅 인문여행’ ‘기독시민을 위한 국가-시만 관계에 대한 역사적 통찰’ ‘우리 시대 문화 현상에 대한 기독교적 해석과 대안 모색’ 등이다. 여름 강좌 주제도 ‘기독교 세계관으로 영화 읽기, 영화로 세상읽기’ ‘여성의 눈으로 읽는 성경’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읽는 성서’ ‘미학 첫걸음’ ‘길 위의 역사 공부-루터의 종교개혁지 탐방’ 등 다채롭다.

역사학을 중심으로 기독교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는 꿈의숲 기독교 인문대학이 올해 5월 진행한 세미나도 ‘일제 강점기의 명암’ ‘여성독립운동의 재발견’ ‘역사교과서 제자리 찾기’ ‘세월호 희생자 부모님과 대담’ ‘시로 만나는 윤동주’ ‘한국사 바로 보기’ 등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인들이 직면한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들을 관통하는 주제를 다각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즉, 기독교 인문학은 시대의식을 반영한다. 그리고 특정 정치적 색채나 편견이 아닌, 바로 하나님의 관점인 기독교 세계관에서 기독교인이 직면한 삶의 문제들을 직시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삶과 본질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그러했듯 ‘소외되고 약한 자’에 대한 긍휼의 시선을 담고 있다. 기독인문학연구원 고재백 대표는 “기독교 인문학은 기독교인이 스스로 신앙의 주체가 되어 하나님의 마음과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도록 돕고, 각 사람에게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하고, 소외된 자를 찾아가게 한다”며 “그래서 연구원에서는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과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수형자, 노년층, 병원 환우 등을 위한 ‘찾아가는 인문학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꿈의숲 기독교 인문 대학 박원홍 대표 또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바른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교회가, 그리고 기독교인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회복 시키고자 한다”며 “교회가 성경의 본질로 돌아가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소외된 자들을 위로하고 섬기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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