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신간/ 김관선 목사의 <리셋>

성장주의로 촉발된 신앙의 버그, ‘리셋’ 하자

총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가 또다시 회복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고 있는 것이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종교개혁 500주년’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기념의 해에 갖은 수식어를 붙여 변화와 갱신을 말해 왔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다시금 종교개혁 500주년에 기대어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동안 모멘텀으로 삼았던 많은 요소들을 그저 기념하거나 과거의 영광의 역사에서 대리만족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여기서 솔직해 보자. 무엇이 본질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회복하는 길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잡을 용기가 없어서 그동안 의도적으로 변죽만 울려왔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500년 전의 종교개혁을 기념함에 있어 진리의 말씀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마다하지 않은 종교개혁가들을 따라갈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가 <리셋>(두란노서원)을 발간했다.

▲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

컴퓨터를 오래 쓰다보면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때 리셋으로 초기화하면 파일이 제자리를 잡게 된다. 저자는 교회도 마찬가지라 보았다. 의도하지 않아도 어떤 조직이나 프로그램이든 오래 쓰다보면 꼬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물리적인 리셋이 필요한 법이다. 지금처럼 곳곳에서 버그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한국교회야말로 리셋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분석한 한국교회의 버그를 요약하면 이렇다. 복음을 예수 믿으면 잘 사는 기적으로 가르치고, 삶의 예배자로 이끌지 못하는 예배, 모임과 건물에 초점을 맞춘 교회론, 가족에게 존중받지 못하면서도 교회 일에 열심인 모습이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막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복음은 정직함을 담보로 손해조차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 믿으면 부자가 되고 잘 산다고 왜곡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을 삶의 예배자로 서게 해야 하는데, 성수주일이라는 단어와 공식화된 예배에만 함몰시키고 있습니다. 모임과 건물에 초점을 맞춘 교회론은 교인들을 수탈하는 잘못을 범하게 합니다. 교회에 열심인 사람이 아니라 가정과 같은 삶의 현장에서 존중받게 해야 합니다.”

김관선 목사는 <리셋>을 통해 그동안 전통과 학습으로 진리인 양 알고 있던 복음, 예배, 교회, 가정 등에 나타난 버그의 원인을 ‘성장주의’ 때문이라 고발했다. “성장주의는 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고, 특히 사람을 도구화하는 심각한 오류에 빠트리게 된”다며, “이러한 성장주의가 왜곡된 복음과 교회론을 양산시켰으며, 예배와 가정의 본질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저자는 성장주의가 파생시킨 신앙의 버그를 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리셋’, 즉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종교개혁 정신과도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종교개혁의 진정한 의미는 처음의 복음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관선 목사는 책머리에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 혹은 제대로 알지 못해 실수하고 잘못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말씀을 붙잡고 치열하게 고민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소개한다.

그래서일까. <리셋>을 읽다보면 말씀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을 직선적으로 짚어주기에, 누군가에 내 마음이 고발당하는 것 같은 가슴 철렁거림이 있을 것이다. 성장주의라는 버그에 걸려 흐려진 본질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리셋의 용기가 필요하다. 다름 아닌 말씀으로 돌아가는 용기 말이다. 이것을 간파한 저자는 <리셋>에 ‘말씀으로 돌아갈 용기’를 부제목으로 단 것이다.

저자는 “이런 말을 하면 목사가 손해보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도 성경에 나타난 말씀이기에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성장주의는 목사의 욕심입니다. 종교개혁의 가장 큰 산물은 말씀을 평신도들에게 들려준 것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바라보며 바른 말씀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선행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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