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교수 은퇴논총 <기혼의 시냇가에 심긴 나무처럼>

평생 학문적 대상, 시편 연구의 총론…신학생·설교자까지 고려한 다양한 구성 돋보여
노 교수의 동서양 전통 융합적 이해와 복음적 생명공동체 비전 시편 통해 되새기다

 

<기혼의 시냇가에 심긴 나무처럼>(솔로몬)은 총신대신대원 김정우 교수 은퇴논총으로 최근 발간됐다.

그러나 여러모로 특이한 점이 있다. 먼저 총신대신대원 구약학 교수들이 2년동안 준비한 수고가 들어있다. 기존에 발표되지 않은 논문을 선배 교수의 은퇴를 위해 작성했다. 또 ‘시편의 이해와 연구’라는 부제가 붙어 있듯이 시편을 주제로 여러개의 논문들을 묶었다. 시편에 대한 개론부터 본문 분석까지 포괄하여 전문가는 물론 관심있는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설교 두 편도 수록했다. 논총에서 발표된 신학적인 이론이 삶의 현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도로 시편을 주제로, 박영선 목사(전 남포교회)와 류응렬 목사(와싱톤중앙장로교회)가 설교를 썼다.

따라서 노 교수의 은퇴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서 시편에 관심이 있는 신학도들이나 시편을 본문으로 설교를 하려는 목회자들이 눈여겨 볼만 하다.

시는 가슴에서 나와 머리로 쓴 글

책의 1부 ‘시편의 이해’는 김지찬 교수(총신신대원)의 ‘히브리 시학:시적 언어, 이미지, 그리고 평행법의 중요성’ 논문으로 시작한다. 김 교수는 “의미는 장르에 묶인 것”이란 원리를 서두에 소개하면서 성경과 시편해석에서 장르 이해가 그 내용과 깊이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그 사례로 창세기 2:23의 “내 뼈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이라는 문장을 든다.

김 교수는 본문을 해석할 때 이 본문이 시이며, 이 가운데 ‘이것’(조트)이라는 지시대명사가 총 13개의 단어로 이뤄진 짧은 시 가운데 3번, 그것도 처음 중간 마지막에 나온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뼈’로 번역된 ‘에쳄’은 ‘힘’이나 ‘강함’의 의미가 있고 ‘살’로 번역된 ‘바사르’는 ‘연약함’ 또는 ‘힘이 없음’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한다. 따라서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는 말은 “강건할 때나 연약할 때나 변함 없이 충성할 것”이라는 언약적 헌신 선언이라고 강조한다.

또 아담이 하와를 보자마자 자신의 뼈와 살로 만들어진 존재임을 직감한 이유는 “어쩌면 옆구리에 난 상처 때문”이라면서 옆구리에 상처를 입으셨던 그리스도와 연관시킨다. 아담이 신부를 얻기 위해 옆구리에 상처가 나야 했던 것처럼 새 아담인 그리스도는 신부인 교회를 창조하기 위해 상처가 나야 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시편을 읽을 때 “시란 논리적 연관성을 따라 스토리를 이야기하기보다는 한 순간의 감정에 몰두하면서 시인의 경험을 노래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면서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과 정서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르 이해를 넘어 시적 자유 잊지 말아야

‘시편의 장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쓴 김희석 교수(총신신대원)는 시편 연구의 변천 과정을 먼저 소개한다. 본문 자체보다 그 본문을 통해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재구성하는데 관심을 가졌던 양식비평이 아니라 “본문에 나타난 의도에 주목하여 그 본문의 메시지를 청중에게 전달하고 적용하려는 ‘해석학적 관점’이 개혁주의 성경연구자들이 채택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김 교수는 시편 연구를 위해서는 히브리시와 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평행법 등에 기초한 시적 장치를 연구하고 시편의 장르를 이해한 후 정경적 해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거치라”고 제안한다. 그는 시편의 장르를 ‘찬양시’, ‘탄식시’, ‘감사시’, ‘제왕시’, ‘지혜시’ 등으로 구분한 뒤, 특별한 경우 하나의 시편 안에 여러 개의 장르가 복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장르의 전환은 한 시편에 있어서 시의 흐름을 바꾸어놓으면서 그를 통해 그 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서 “장르 구분을 절대적으로 이해하기 보다 비슷한 종류의 본문끼리 묶어 하나의 장르로 이해한 후, 각각의 시편들은 그런 유사성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시를 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교하게 의도된 주제적 구조적 배열

‘시편의 구조와 통일성’이란 제목으로 논문을 기록한 이성혜 교수(웨신대)는 시편의 배열과 표제가 갖는 역할과 의미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시편 1-3권의 표제들을 구조적으로 살펴 볼 때 다윗의 시들(51-72편)을 축으로 좌우대칭 구조(혹은 거울구조)로 나타남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편 4-5권에서는 여호와의 왕권(91-100편)을 중심에 두고 하나님의 사람 모세의 기도(90편)와 다윗 왕의 시편들(101-103편)를 좌우에 배치할 수 있다.

전자에서는 다윗의 왕권이 나타나지만 인간 왕의 연약함과 다윗이 겪는 어려움 속의 기도가 이 구조의 중심(축)에 자리하며 1~3권에 나타나는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모세와 다윗의 시의 표제들이 결국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은 여호와이심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송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편 각 권의 마지막에는 송영이 배치되어 있는데 이들은 각 시편 권들의 결론 역할을 하며 송영의 반복은 시편을 읽는 독자들과 낭독자들에게 시편의 주된 주제가 무엇인지 지시하여 주고 기억나게 해주는 이정표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표제와 송영까지 정교하게 의도된 배열과 연결을 하고 있는 것이 시편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따라서 시편을 연구할 때도 설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1편에서는 ‘시편과 역사서’(황선우 교수, 총신신대원), ‘시편과 지혜서:지혜의 관점으로 본 시편과 지혜서 연구’(이윤정 교수, 총신신대원), ‘시편과 선지서:신학적 주제와 언어적 상관성을 중심으로’(이희성 교수, 총신신대원) 등의 논문이 실렸다. 이들 교수들은 시편의 배경이 되는 역사서의 정황, 시편과 지혜서의 공통점과 차이점, 시편과 선지서가 시와 내러티브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주제와 모티프를 사용하고 있는 점 등을 설명했다. 이로써 시편이 독립적인 책인 동시에 성경 전체와도 조응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신학생, 설교자, 전문가 염두한 시편 총론

제2편 ‘시편연구’에는 8편의 논문이 수록됐다. ‘시편 표제에 대한 통전적 연구:시편 30편을 중심으로’(박성철 목사, 성심샬롬교회)는 시편 표제와 내용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시편 30편을 통해 시편의 표제가 갖는 진정성과 정당성을 옹호해낸다. 그는 시편 30편의 문학적 분석과 어휘 분석을 시도하고 시편 30편과 연관된 구약의 텍스트들(왕상 8:1-66, 대하 5-7장)을 살펴본다. 박 목사는 “시편 30편은 왕상 8장, 대하 5-7장과 함께 중요한 모티프들을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모티프들의 공유는 텍스트성이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통전적 연구가 가능하다는 증거가 된다”고 강조한다.

또 강규성 교수(한국성서대)는 ‘시편 14편에서 오경 내러티브 읽기’, 이은규 목사(가나교회)는 ‘시편 45편의 구성적 위치와 그 의의’, 김영욱 교수(총신신대원)은 ‘토라시편’, 김경열 교수(프레토리아대학)은 ‘시편의 참회시와 구약의 속죄’, 오성호 교수(총신신대원)는 ‘시편의 종말론’, 장성길 교수(웨신대)는 ‘시편에 나타난 체덱과 체다카 그리고 차딕의 이해’, 장세훈 교수(국제신대)는 ‘이사야, 시편 및 베드로전서에 나타난 에벤의 이미지 연구’를 발표했다.

학생들과 전공자, 그리고 설교자까지 배려한 이 책은 향후 교수들의 은퇴 논총의 범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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