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목사(안산 섬기는교회)

여리고성은 하나님 힘으로 무너집니다
일상의 삶에서 말씀에 순종할 때 눈 앞의 장애는 사라져
 

“믿음으로 칠 일 동안 여리고를 도니 성이 무너졌으며”(히 11:30)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질게 길었던 광야의 40년 생활을 마감하고, 드디어 하나님의 명령에 의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행군을 시작하였습니다. 모세가 죽고 여호수아가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합니다. 눈앞에 있는 요단강도 기적 가운데 건넜습니다. 그런데 소문으로 들었던 난공불락의 여리고성을 만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복해야 할 여리고 성을 여호수아 6장 1절에 “여리고는 굳게 닫혔고 출입하는 자가 없더라”고 말합니다. 굳게 닫힌 성문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희망이 막힌 것을 상징적으로 설명해줍니다. 이스라엘의 힘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의 순간을 만난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여정에서 만난 ‘여리고성’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성도들에게도 동일하게 존재합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들이 마치 여리고성과 같이 희망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 앞에 감당하기 어렵고 도무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들 앞에서 여리고성을 무너뜨린 믿음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평범한 순종이 능력

승리를 약속하신 하나님께서 구체적으로 행동지침을 말씀해주십니다. 여호수아 6장 2절 이하를 보면 매일 한 번씩 성 주위를 돌되 마지막 날에는 일곱 바퀴를 돌라고 말씀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요구한 순종은 평범한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광야에서 40년 동안이나 걸어 다녔던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특이하고 비범한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여리고성보다 더 크고 높은 성을 쌓거나, 군사훈련을 하라는 생소한 방법을 명하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걷던 그 걸음을 주님 앞에 드리라고 말합니다. 평범한 것에 순종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하나님의 큰 능력을 체험하려면 영웅적이거나, 특별한 순종을 해야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믿음은 늘 일상적인 삶에서의 순종입니다. 평범한 일상의 삶에서 말씀에 순종할 때 눈앞에 가로막은 여리고성은 무너집니다.

예수님이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하인들에게 명하신 것이 무엇입니까? 포도주가 떨어지자 물을 채우라고 명하십니다. 성경을 보면 이스라엘의 하인들이 하는 가장 주된 일이 두 가지입니다. 장작을 패는 것과 물 긷는 일입니다. 물을 긷는 일은 하인들이 밤낮 하는 일이었습니다. 매일 물을 길어오는 하인들에게 물을 채우라고 명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하인들은 “내가 매일 물을 길어 부었지만 아무 일도 안 일어났는데요? 물을 붓는다고 떨어진 포도주가 해결되겠습니까?”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을 따라 순종하였습니다. 그때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된 것입니다.

여리고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40년 동안이나 돌아다녔던 순례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게 돕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돕니다. 13바퀴를 돌면 분명히 하나님께서 새로운 일을 행하실 것을 믿고 돕니다. 하나님의 명령은 평범했습니다. 평범한 말씀에 순종할 때 불가능의 여리고는 무너집니다.

목사로서 고백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 삶에 있어서 주님 앞에 순종할 때 크거나 특별한 일을 두고 실패한 경우보다 일상적인 삶에서 실패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매일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예배하는 일상의 삶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실패 때문에 우리가 주님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죄인이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순종이 크고 대단해서 주님이 위대한 일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전능하시기 때문에 큰 일을 행하시는 것입니다. 너무나 작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우리의 진실한 삶을 드릴 때 주님의 능력이 나타날 것입니다.

침묵하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리고를 7일에 걸쳐 13번 도는 동안 지켜야 할 독특한 명령이 있습니다. 침묵하라는 것입니다. 성경을 자세히 보시면 이 명령은 하나님이 아니라 여호수아가 추가해서 한 것입니다. 왜 여호수아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침묵하라 했을까요?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아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속에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40년은 감사와 찬송이 아니라 불평과 원망의 역사였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만나를 먹고 메추라기는 감격과 감사로 먹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평으로 바뀝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원망과 불평의 본성이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여리고는 정말 난감하고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아무리 하나님께서 광야 40년을 기적으로 이끌어 오시고 요단강을 하나님의 능력으로 건넜다 할지라도 여리고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이제 또 다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들 입장에서 불평할 수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던 불평과 원망과 의심이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이스라엘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불평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진노로 광야에서 다 죽게 된 것을 여호수아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불평하는 백성의 특징을 잘 알기에 여호수아는 침묵하도록 하였습니다.

때로 불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나 옳습니다. 설득력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감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에 근거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믿음에서 나온 말은 아닙니다. 부정적인 말은 사람의 마음에 급속도로 퍼집니다.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하지만 불평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없습니다.

여호수아는 불평하지 못하도록 침묵하라 명령합니다. 침묵은 위대한 힘이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우리에게 분별력을 갖게 해줍니다. 나의 기대와 욕망의 소리를 잠재우고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게 해줍니다.

그들의 침묵은 바로 이 하나님의 음성을 잘 듣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 대부분의 문제들은 조용히 있지 못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 많습니다. 현대인들은 침묵하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침묵의 필요합니다. 최근에 우리 입을 통해서 쏟아낸 말들을 살펴보십시오. 그 말 중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게 하는 말이 있었습니까? 나로 하여금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며 눈앞에 전개되고 떠오르는 생각 너머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 말들이 있었습니까? 아니면 분노와 상한 감정 등 주체할 수 없는 안타까움의 말들뿐이었습니까? 그 말 속에 하나님의 약속이 들어있었습니까? 입술의 소리가 믿음의 소리였는지를 돌아보십시오.

이스라엘 백성들은 침묵 중에 걸으면서 무엇을 묵상했을까요? 여리고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언약궤와 나팔 그리고 제사장들의 모습에서 지난날 불가능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하셔서 오늘에 이르게 하신 하나님을 묵상하지 않았을까요? 광야의 40년을 돌아보니 정말 하나님의 기적이었습니다. 농사짓지 않고 길쌈을 하지 않았는데 그 많은 백성들이 굶지 않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이고 기적인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침묵하는 동안 그들은 하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무엇을 보십니까? 분명히 가야하고 해결되어야 할 일이 나의 지혜와 능력으로는 해결하지 못해서 포기해야만 하는 장대한 여리고를 보고 계십니까? 하나님의 말씀은 믿음으로 여리고성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오늘 나의 삶 속에 큰 절망으로 다가와 있는 그 문제를 향해, 주님은 여리고가 무너진 것처럼 분명히 해결될 것을 약속하고 계십니다. 내 인생의 여정에, 가정에, 그리고 조국의 교회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여리고와 같은 크고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까? 여리고를 무너뜨린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의 믿음이 우리 믿음이 된다면, 장대한 성의 무너짐과 같이 삶의 여리고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제 좌절과 절망의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종교개혁자 칼빈은 “믿음이란 세상에 대하여 눈을 감고 하나님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제 현실을 보던 나의 눈을 들어 하나님 약속을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그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내게 주신 약속의 말씀을 끝까지 그리고 온전히 순종하십시오.

침묵하며 불신앙의 소리가 아닌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통해서 나를 향한 주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그때에 우리 앞에 서있는 여리고성은 하나님의 힘으로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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