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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회를 위한 헌장, 레위기 제대로 읽기 (2)중앙에 놓인 성막과 거룩의 개념을 생각, 제사를 위한 공간

삼중구분된 성막은 ‘속죄 메커니즘’ 이해의 중요 요소

레위기는 성막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스라엘 백성의 거룩한 삶에 대한 지침

 

▲ 김경열 목사(총신대 강사)

레위기의 첫 문장은 “여호와께서 모세를 회막에서 부르시고”(레 1:1)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때 회막은 성막을 가리킨다. 이 성막(회막)은 직전의 출애굽기에서 갓 완성된 광야에 세워진 이스라엘의 예배당이다. 성막은 공간적 측면에서 이스라엘 진영의 정중앙에 놓여 있는데, 이스라엘의 삶의 측면에서도 그들의 중심에 놓여있다. 거룩한 이스라엘 백성은 성막의 예배를 통해 거룩을 회복하고, 성막을 중심에 둔 일상 속에서 그 거룩을 유지하며 산다. 다시 말해, 거룩한 삶을 사는 데 실패한 사람은 다시 성막에 올라가 제의를 통해 거룩을 회복한 뒤, 삶에서 다시 거룩의 사명을 감당했다. 그들의 삶은 모든 것이 성막과 결부되어 있으며 모든 율법은 성막(성전)이라는 심장과 연결된 이스라엘의 혈관과도 같다.

성막에서 모세에게 주어진 레위기는 성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스라엘 백성의 거룩한 삶에 대한 지침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간 뒤에 ‘성막’은 땅 중앙에 건축된 ‘성전’으로 대체되었다. 따라서 성막(성전)에 대한 이해는 레위기 말씀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성막은 천막으로 지어진 성전인 셈인데, 따라서 성막, 회막, 성전은 같은 건물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글에서 성막을 자주 성전이라 칭할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성막은 아래의 세 구역으로 나뉘며, 각 구역에 중요한 비품들을 비치해 놓았다: 1) 지성소:법궤; 2) 내성소:향단, 떡상, 촛대; 3) 마당:번제단, 물두멍

거룩의 세 등급

성전을 이해하고 레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속죄 신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약에 나타나는 만물의 제의적 구분과 등급, 곧 ‘성-속’과 ‘정-부정’의 구분과 더불어 ‘거룩의 등급’을 알아야 한다. 레위기 10장 10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제사장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리하여야 너희가 거룩하고 속된 것을 분별하며 부정하고 정한 것을 분별하고.” 다시 말해, 제사장의 핵심 직무는 ‘성-속’ 그리고 ‘정-부정’을 분별하고 또한 백성들이 그런 분별된 삶을 살도록 잘 지도하고 가르치는 일이다.

“거룩”이란 무엇인가? 카다쉬(qadash) 혹은 카도쉬(qadosh)라 불리는 히브리어의 기원을 여기서 다 말할 수 없지만, 성경적 개념의 거룩은 한마디로 ‘분리성’과 ‘완전성’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이 둘을 ‘거룩’이라는 개념으로 묶어서 설명하자면, ‘거룩’은 저 너머에 분리되어 있는 지극히 고결한 상태, 즉 ‘절대적 정결 상태’를 의미한다. 그것은 세속에 적용될 수 없는 신적 영역의 정결이다. 따라서 거룩은 세속과 분리된 신적인 영역에 속한 것으로서 인간과 근원적 간격을 두고 저 너머에 계시는 하나님의 속성의 본질이다. 그것은 불완전하고 흠결이 있는 세속의 영역과 달리 완전한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거룩은 ‘분리’(동떨어짐), ‘완전함,’ 혹은 ‘온전함,’ ‘무흠’의 개념과 더불어 도덕적 고상함의 개념을 포함한다.

이 거룩은 절대적으로 하나님께만 속한 속성이다. 하나님만이 홀로 거룩하시다(삼상 2:2; 계 15:4). 하나님 외에 다른 어떤 피조물도 스스로 또는 내재적으로 거룩한 속성을 가질 수 없다. 또한 피조물은 자신의 능력으로 거룩해질 수 없다.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구약의 ‘거룩’의 개념은 두 가지 면에서 이웃들과 현격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구약은 이 세계의 피조물에 신성, 즉 거룩을 부여하지 않았다. 고대에는 이스라엘과 인접한 국가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해와 달, 별, 바다와 높은 산, 그리고 큰 나무와 같은 다양한 피조물을 내재적으로 신성하게 여기고 그들을 신격화했다. 그러나 성경은 창세기 1장부터 모든 만물을 단순한 피조물로 선포한다. 둘째, 고대 중동에서 거룩이란 윤리성과 무관한 개념으로 쓰인 데 반해 이스라엘에서는 이 단어에 강한 윤리적 성격을 포함시켰다.

사람들은 흔하게 하나님의 ‘거룩’(카도쉬)과 하나님의 ‘영광’(카보드)을 혼동한다. 둘은 같으면서도 다른 개념이다. 거룩은 하나님의 본질의 속성에 속하고, 영광은 하나님의 거룩이 외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영광은 하나님의 거룩의 외적 현시다. ‘영광’의 히브리어 카보드(kabod)는 본시 ‘무겁다’는 뜻을 지닌다. 하나님의 거룩은 피조 세계 저 너머에 계신 그분의 절대적 권능을 의미하며, 그분이 현현할 때 자연 속에서 엄청난 격동이 일어난다. 우리말 영광(榮光)은 ‘영화로운 빛’을 뜻하는데 하나님의 카보드(kabod), 즉 그분의 무거움과 장엄하심은 신적인 광채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현시된다. 영광은 구름, 불과 영롱한 광채, 바람, 우레와 번개, 진동, 그리고 나팔 소리와 같은 초자연적·물리적 현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법궤 자체가 그 분의 영광에 대한 표현이기도 했다(삼상 4:21-22). 더불어 비상한 사건, 곧 그분의 위대한 업적과 기적 역시 그 영광의 현시였다. 예컨대 하나님은 홍해를 가르시고 애굽의 군대를 바다에 빠뜨리시는 기적을 행함으로써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신다(출 14:18). 또한 출애굽기 16:7에서 “아침에는 너희가 여호와의 영광을 보리라”고 말하는데, 하나님은 매일 아침 만나를 주시는 기적으로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중에서도 하나님의 영광은 성막에서 가장 충만히 드러났다. 성막에서는 삼중으로 구분된 영역에서, 특히 거룩의 근원지인 지성소를 통해 하나님의 거룩이 표현되었다. 또한 갖가지 보석과 최고급 재료가 사용된 비품과 시설물들도 그분의 영광을 발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장엄한 불기둥과 구름기둥의 임재로 인해 성막은 그분의 영광으로 가득 찬 공간이 되었다(출 40:34~35).

모든 피조물은 거룩하지 않다. 거룩한 속성을 내재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스스로 거룩을 창출해낼 수도 없다. 피조물은 오직 하나님께서 자신의 거룩을 부여하실 때에만 거룩해질 수 있다. 그런데 만물의 네 가지 요소인 시공간 및 인간과 동물의 거룩함은 각각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1) 인간의 등급: 모든 민족/이스라엘/제사장
2) 동물의 등급: 모든 동물/정결한 동물/거룩한 동물
3) 공간의 등급: 온땅(광야)/가나안땅(진영)/성전(성막)
4) 시간의 등급: 평일/안식일과 축일/속죄일

유대 랍비 학자 밀그롬(J. Milgrom)은 이것을 <표>와 같은 그림으로 도식화했다. 마지막 시간의 등급은 거룩의 삼등급을 시간에 적용해본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거룩은 원의 중심에서 밖으로 방사된다. 그러나 거룩의 영역은 이스라엘 땅과 백성, 정결한 짐승과 안식일/절기에 국한된다. 그 너머 온 인류와 모든 땅은 하나님의 지배하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거룩과는 무관하다. 참고로 약속의 땅이었던 가나안은 종종 거룩한 땅으로 불리기도 했다(시 78:54; 슥 2:12).

대제사장이 일 년 중 단 하루만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속죄일이 다른 날보다 더 거룩했으며, 나아가 가장 거룩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가장 거룩한’ 대제사장이 일 년에 한 번 ‘가장 거룩한’ 지성소에 들어가는 속죄일은 ‘가장 거룩한’ 날일 것이다. 더구나 그날은 이스라엘 백성과 성전 전체가 전면적으로 새로워지는 날이었다.
 
거룩의 동심원의 의미

거룩의 동심원과 거룩의 화살표의 방향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앞서 말한 대로 거룩은 하나님 한 분만 가지실 수 있는 속성이다. 거룩의 진원지는 하나님께서 자리하고 계신 동심원의 정중앙이다. 즉 거룩의 근원은 하나님이시다. 따라서 거룩은 오직 홀로 거룩하신 하나님으로부터 나온다(삼상 2:2; 계 15:4). 그분과 가까울수록 거룩의 등급은 더 높고, 하나님께서 방사하시는 거룩은 주변으로 확산된다. 그러나 거룩의 영역은 이스라엘 백성과 그들이 속한 공간으로 제한된다. 인간이 거룩해질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님의 능력이 임할 때뿐이므로 하나님께서 거룩한 속성을 부여받은 이스라엘 민족과 다른 민족 사이에는 뚜렷한 경계선이 존재한다.

이 동심원은 구원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이해시킨다. 구원이란 일종의 영역이동이다. 즉 세속의 영역에서 거룩의 영역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힘으로 그 경계선을 넘을 수 없는 인간이 거룩해지기 위해서는 안에서 누군가가 끌어 당겨주어야만 한다. 다르게 말하면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구원에 이를 수 없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비천한 노예 민족이었던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시어 거룩의 영역으로 안착시켜주심으로써 그들은 거룩한 존재가 되었다. 신약의 택한 백성인 성도들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바로 전적인 은혜로 주어진 구원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종교는 스스로의 노력과 수행, 오랜 명상을 통해 경계선 너머에 있는 거룩의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즉 인간은 자력으로 진보하며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다른 종교에서는 거룩을 인간의 노력의 산물로 보기에 수행 종교이자 행위 종교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경은 처음부터 거룩은 인간의 노력으로 성취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거룩은 홀로 거룩하신 그분이 인간에게 입혀주시는 것이다.

또한 거룩의 동심원은 인간이건 사물이건 거룩의 근원인 하나님께 가까이 갈수록 더 거룩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백성과 제사장, 그리고 대제사장, 모두가 거룩한 존재였으나 하나님과의 거리에 따라 일반백성보다는 제사장이, 제사장보다는 대제사장이 더욱 거룩했다. 더불어 하나님의 거룩은 전염성이 있다.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순간 어느 곳이건 그 순간 거룩한 곳이 된다. 거룩의 이 같은 역동성은 조직신학에서 말하는 성화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거룩에는 정적인 측면과 동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다시 말해 성화에는 정적인 성화와 동적인 성화가 있다. 거룩을 입은 현재 상태와 거룩의 중심을 향해 움직이는 상태를 각각 정적인 성화, 동적인 성화라 일컬을 수 있다. 이것은 조직신학에서 말하는 ‘확정적 성화’와 ‘점진적 성화’에 대한 다른 방식의 이해라 할 수 있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 가까이 함이 내게 복이라”고 노래한다(시 73:28). 이것은 구약만이 아니라 신약에서도 통하는 원리라 볼 수 있다. 이미 구원받고 성화된 성도라 할지라도 여전히 하늘에 계신 온전한 분과 같이 우리 역시 예수님의 재림 때까지 더욱 온전해지기 위한 성화 과정에 놓여 있는 것이다.

삼중구분된 성막과 그 의미

우주의 공간이 온 땅, 이스라엘 땅, 성전(성막)으로 삼중구분되어 있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성전 또한 삼중 구분되어 있는 거룩한 공간이다: 지성소; 내성소; 마당. 성막은 100규빗×50규빗, 오늘날의 단위로 표시하면 50미터×25미터의 크기였다. 엄밀히 말해 제국의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신전들에 비하면 사막의 작고 초라한 천막 건물이었다. 이 작은 공간에 우주의 창조자가 영광으로 충만히 임재했다는 사실은 교회의 크기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앞으로 우리가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삼중 구분은 레위기의 속죄 메커니즘 이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특히 각 영역에 놓인 주요 기물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법궤(위의 속죄소); 향단; 번제단. 이것들은 모두 성막을 대표하는 거룩한 기물들이다. 특히 제단이 성막을 대표한다는 사실은 그것이 속죄 신학의 이해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독신문 기자  ekd@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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