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로교회 중등부 학생들이 재정 관리에 대한 수업을 들은 후 친구들과 어떻게 성경적 경제관을 실천할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나님의 지혜로운 청지기로 키우세요
성경적 경제관 따라 고민하고 선택하는 습관 길러야…재정교육, 작은 실천이 중요

돈, 어떻게 사용하나요?

“만약 생각하지 않았던 돈 10억이 생긴다면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만약 1000만원이 생긴다면?” “만약 100만원이 생긴다면?” “만약 10만원이 생긴다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답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대답은 답하는 사람이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알려줄 수 있다. 그런데 이 질문에 “하나님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답하는 기독교인은 얼마나 있을까? 나아가 갑자기 생긴 돈은 물론, 내가 정당한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에 대해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입니다”라고 고백하는 기독교인은 얼마나 될까?

자유경쟁을 표방하고 있는 오늘날의 자유경제체제에서는 절약보다 소비가 권장되고 있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시대이다. 그러다보니 남보다 돈과 재화를 많이 가지고 싶다는 욕망으로 팽창해 있는 사회이기도 하다. 끼니를 때울 수만 있어도 그저 감사하던 시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다.

그 어떤 사람들보다 근검절약에 힘썼던 기독교인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독학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 하지만 가정에서도 교회에서도 자녀에게 특별히 ‘경제교육’에 힘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전히 많은 교회에서, 그리고 기독교 가정에서 경제는 ‘비신앙적인 것’으로 치부되며 경시되기 일쑤이다. 그런 까닭에 실제생활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자녀답게 경제를 이해하고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지 못한 채 자라게 된다. 그 결과, 신앙이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교회에서는 영적인 삶을, 세상에서는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교회에 십일조와 감사헌금과 구제헌금 등을 하면서도 왜 그러한 헌신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의무적으로 하는 기독교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대다수 교회와 가정에서 제대로 된 성경적 경제관을 가르치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면, 나의 자녀에게 어떻게 하면 바른 성경적 경제관을 심어줄 수 있을까?

내 돈? 하나님의 돈?

“용돈요? 용돈은 제 돈인데요.”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을 ‘내 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님에게서 용돈을 받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대다수 부모는 그저 용돈을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금액만큼 주기만 할뿐, 그 용돈을 어떤 노동을 통해 벌어들였는지, 그 돈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처럼 자기가 매주 혹은 매달 용돈을 받는 일이 당연한 것이고, 그 용돈은 다 자기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이런 경제관을 가진 채 어른이 되고 스스로 돈을 벌게 된다면, 자신이 번 돈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오늘날은 “내가 번 돈을 내 마음대로 쓰는 것이 뭐가 잘못된 거죠?”라는 말이 통용되는 시대인 것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과연 돈을 비롯한 재화, 나아가 경제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을까? 성경에서 경제를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하나님의 뜻’에 있다. 성경적 경제관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구약(창23:13~20, 신명기 8장, 룻기2장, 사65:21~22, 시편112편, 잠언 31장 등)과 신약 성경(렘 32:42~44, 눅 12:13~15, 행 5:1~4, 엡 4:28 등)에 언급된 ‘청지기 정신’이다. 하나님은 창세기 1장에서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기 위해 만물을 다스리라는 ‘청지기 사명’을 명령하셨다. 이 때, 하나님이 인간에게 ‘소유하라’가 아니라 ‘다스리라’고 위임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이 세상 만물은 모두 하나님의 것이기에, 인간은 자신의 뜻대로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따라 만물을 다스릴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위임받은 권한은 ‘노동’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하나님은 인간의 수고로운 노동에 대한 대가로 사적 소유를 허락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이 소유하라고 허락한 재산 또한 ‘청지기 정신’에 따라 관리하고 사용할 책임이 따른다. 그 또한 하나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경적 경제관에 따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하나님의 소유이며, 내가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과 재화는 물론 내가 가진 ‘시간’까지도 모두 하나님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인간이 하나님을 위해 땀 흘려 일하는 노동 또한 거룩하고 신성한 일이 된다.

이러한 성경적 경제관을 자녀에게 교육할 때 자녀들은 ‘내 모든 것, 세상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삶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용돈을 사용하는 일부터 직업을 선택하는 일, 가난한 이웃을 구제하는 일, 하나님이 주신 이 땅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일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봐요~

수영로교회 중등부는 지난해 ‘유대인의 재정 관리를 통한 재정교육’을 학부모와 중학생들에게 함께 교육했다. 이 교육을 통해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에게서 일어났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내가 받는 용돈이 내 것도, 부모님의 것도 아니고, 바로 하나님의 것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며 놀라워했다. 그런 후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것인 용돈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수영로교회 송명주 전도사는 아이들에게 먼저 ‘용돈기입장’ 작성하는 방법부터 알려주었다. 굳이 용돈기입장을 따로 구입할 필요 없이, 모두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공짜로 받아 사용할 수 있는 용돈기입장 ‘앱’ 설치하는 방법부터, 매달 용돈의 수입과 지출을 적고 주요 지출 목록을 작성하는 방법 등.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도록 해 규모 있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하나님의 것인 용돈의 일부를 십일조와 감사헌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도 배웠다.

자녀 스스로 통장을 만들고 관리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송명주 전도사는 “하나님을 위한 통장,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한 통장, 이번 달 용돈 통장을 따로 준비해서 규모 있게 돈을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아이들에게 보다 쉽게 목적에 따른 돈의 사용을 가르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작은 동전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도록 저금통을 마련해 가족들이 함께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 모인 동전은 함께 의논해 구제헌금이나 선교헌금으로 기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정예배 시간을 활용해 함께 저금통에 저금을 하고 모은 돈의 바른 사용을 위해 함께 기도한다면, 바른 경제교육과 더불어 신앙교육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자녀들에게 성경적 경제관을 어릴 때부터 바르게 교육하는 것은 내 아이를 ‘하나님의 지혜로운 청지기’로 키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제이다.

▲ 현용수 교수(쉐마교육연구원 대표)

“하나님이 창조하신 만물을 관리하고 지키는 청지기의 사명, 이웃과 공동체를 사랑하며 희생하는 정신이야말로 성경적 세계관에 근거합니다.”

쉐마교육연구원 대표 현용수 교수는 자녀의 신앙교육만큼이나 경제교육을 철저히 하는 유대인 가정의 교육을 바탕으로 성경적 경제교육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유대인들은 신명기 11장 19절의 말씀에 따라 성공적이고 좋은 삶을 위한 하나님의 원칙들을 먼저 자기 자신에게 가르치고, 또한 자녀에게 지켜 행하도록 가르치는 일에 힘씁니다. 그리고 창세기의 청지기 사명에 따라 하나님이 창조한 천지만물을 주관하고 다스리는 일, 즉 노동 그 자체를 신성하게 여기며 자신의 일을 통해 하나님과 이웃을 섬긴다고 믿습니다.”

모든 유대인 아버지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청소와 빨래 같은 사소한 집안일을 스스로 하도록 가르치고, 방과 후나 방학 때는 일터에 자녀들을 데리고 가서 일을 돕도록 한다. 그리고 몸소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근검절약해 모은 재화로 이웃 구제에 앞장섬으로써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것’을 소중히 관리하고 지혜롭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러한 경제교육은 자녀들에게 “너의 삶의 목적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며, 물질은 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렇게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물질의 노예가 되어 하나님을 잃는 과오를 범하지 않고, 하나님의 청지기로의 구별된 삶을 살도록 교육받는다.

현 교수는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물질을 관리하는 청지기 의식을 분명히 가지고, 아무리 사소한 일이나 물질, 시간이라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잘 관리하고 잘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특히 부모는 자녀들에게 돈을 왜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번 돈은 어디에 어떻게 왜 사용해야 하는지, 왜 절약해야 하는지 그 이유들을 분명히 신학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