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호 목사가 어르신들에게 밥을 나눠드리고 있다. 이강호 목사는 재소자 선교에도 열심을 냈으며, 그간 그를 통해 변화를 받아 신학을 공부한 제자들이 130여 명이나 된다.

매주 목요일 점심 어르신 위한 무료급식 실시
진심 담긴 구제에 영혼구원·자원봉사 이어져

서울 지하철 신사역에서 논현동 신동아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골목, 허름한 옷차림의 어르신 몇 명이 종종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했다. 강남 분위기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들이 향한 곳은 매주 목요일 점심 무료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늘사랑교회(이강호 목사). 어르신들은 제집 드나들 듯 스스럼없이 교회당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다. 설마 강남 번화가 한복판에 무료급식을 하는 곳이 있을까 했던 작은 의구심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오늘 반찬은 제육볶음과 두부찜, 나물무침, 김치, 토마토, 미역국.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능숙하게 밥과 반찬이 담긴 접시를 어르신들 앞으로 날랐다. 허겁지겁 식사를 하는 어르신들 사이로 이강호 목사는 제육볶음이 담긴 큰 대접을 들고 다니며, 듬뿍듬뿍 반찬을 건넸다. 어떤 어르신들은 밥을 더 달라고 했고, 어떤 이는 먹다 남은 반찬을 비닐봉지에 담아 가방에 넣기도 했다. 20여 분이 지났을까, 북적이던 식사가 끝나고 어르신들이 나가자 자원봉사자들은 부리나케 행주를 들고 식탁을 닦았다. 식당 건너편 다른 방에는 벌써부터 다음 식사 차례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날 점심밥을 먹기 위해 찾아온 어르신들은 250여 명. 그중에는 멀리 성남과 부천에서 오는 이들도 있었다.

▲ 무료급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들.

“알코올 중독자들, 가정이 깨어지고, 사업에 실패하신 분들, 집 나와서 오갈 데 없는 분들…. 60∼70대가 대부분이고, 90세 넘으신 분도 있어요.”

이강호 목사에게 구제는 ‘자연스런 이끌림’이었다. 늦은 나이에 신학을 공부하고 잠원동에 처음 교회를 개척했을 때부터 이 목사는 노숙자들에게 빵과 우유를 주고, 라면을 끓여줬다. 그러다 20년 전 논현동으로 교회를 옮기면서부터는 매주 목요일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웃 주민들이 반대도 많았어요. 부자 동네에 노숙자, 독거노인들이 모이니까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러나 이 목사는 포기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제는 교회가 좋은 일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자원봉사를 오는 주민들도 생겼다.

▲ 늘사랑교회의 이웃구제에 감명 받아 자원봉사를 시작하고, 교회에 등록한 사람들도 있다. 이강호 목사 내외.

주위의 따가운 시선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교인들이 마음을 몰라줄 때였다. 한 끼 무료급식을 하는데 100만원 가량의 재정이 드는데, 특별히 IMF 때는 재정적 어려움이 심해 교인들 중에서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목사는 구제는 그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을 기뻐하시고 넉넉히 채워주실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교인들이 하나둘 교회를 떠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30년 가까이 이웃 구제를 해오면서 이 목사 스스로 포기해야 할 것도 많았다. 이 목사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왔다. 젊은 시절 카바레를 4개나 운영하고, 빌딩에 집도 네 채나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밤의 황제’로 불리던 그였지만, 예수님을 알게 된 후 세상의 명예와 권력, 부는 더 이상 목표가 되지 않았다. 신학교 시절 배고픈 동료 신학생들을 위해 몰래 주머니에 밥값을 넣어 주었고, 집을 팔아 교회당을 세웠다. 논현동에 유치원 건물을 개조해 교회당을 세운 후에는 근 20여 년을 교회당 옥상 1미터 20센티 높이의 다락방에서 살았다. 화려했던 과거와 180도 바뀐 삶이지만, 이 목사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행복하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늘 ‘나그네를 대접한 것이 나를 대접한 것’이라고 말씀하세요. 그러니 어떻게 화를 낼 수 있고, 친절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 목사는 5월 중순 어르신 220명을 모시고 강릉으로 효도관광을 다녀왔다. 삼겹살 바비큐로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드렸다. 10년 전 이 목사의 환갑기념으로 누군가 2000만원을 전해줬는데, 이 목사는 그 돈으로 전세버스를 대절해 서해안 일주 효도관광을 벌였다. 그 후로 늘사랑교회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매년 효도관광을 실시하고 있다.

늘사랑교회의 무료급식과 구제 활동은 궁극적으로 영혼 구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사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무료급식에 오는 어르신들 중 50명을 뽑아 주일 아침예배에 오게 한다. 그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2달여 교육 후에 세례를 베푼다. 그렇게 해서 세례를 받는 어르신들이 일 년에 240여 명 정도다.

이강호 목사는 “지금까지 마이너스가 없었던 적이 없었고, 힘들기도 했지만 영혼을 구원할 수 있으니 행복한 것 아니냐”며 “은퇴한 후에도 하나님 보시에게 충성되고 멋지게 살아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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