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원 교장(밀알두레학교)

정기원 교장(밀알두레학교)

우리 학교 현장에서 위기학생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원인을 제대로 밝혀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앞서 위기학생에 대한 연구를 맡았던 연구팀은 위기학생의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이 가정과 학교, 사회의 병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학생들을 불안한 심리상태로 몰아가고 이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학생들의 자기 확립, 자아 존중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하는데 있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여기서는 학생들의 삶의 무대가 되는 가정과 학교가 학생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구축되어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위기 학생을 길러내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는 않은가 살펴보려고 한다.

위기 가정의 증가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위기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를 위기 가정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1월 이혼건수’만 94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4%가 증가했고, 2012년 우리나라 이혼 부부는 11만 4300여 쌍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이며, 한부모가정은 2012년 현재 167만 7415 가구로 해마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굳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OECD국가 중의 최고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아도, 맞벌이가정이 증가하면서 가족 구성원들끼리 바빠지게 되어 가족관의 유대 관계가 점점 약화된 것이 위기 학생들이 생기게 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1주일 동안 가족들이 만나 저녁식사 한 끼도 같이 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바쁘게 되었다. 가족들 간의 유대 관계가 약화되어도 어른들은 일에 전념하면서 그래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녀들이다. 자녀들은 밥을 하루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매일 꼬박꼬박 부모로부터 관심과 사랑, 칭찬을 받아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자라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서, 감성, 심리적인 부분에서 결핍 현상을 초래하고 이것이 여러 가지 문제행동의 원인이 된다.

학교답지 않은 학교의 증가

학교는 학생들에게 삶의 목표, 가치관, 비전을 가르쳐서 학생들의 가슴이 뜨거워지게 해야 하는데, 오늘날의 학교들은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오히려 입시 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을 실시한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인생이 행복해 지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고, 지적 호기심이 전혀 충족되지 않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수업이 전개되고 있으며,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 선후배들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즐거움을 전혀 맛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것을 쫓아가게 되었고, 그러면서 위기학생들이 길러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학교는 지금 잠자는 아이들과 전쟁 중이라는 말이 교사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잠을 자는 이유는 배우는 내용이 재미가 없거나 수면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내용이 의미가 있거나 재미있다고 느끼면 누가 잠을 자겠는가? 수업시간에 호기심이 충족되는 배움이 이루어진다면 오던 잠도 달아나지 않을까? 오늘날 학교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잠을 자는 것은 배움에 의미가 없다고 여기고 있거나, 재미가 없고 호기심이 전혀 생기지 않는 배움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에 올 때 선생님과 친구, 선후배 사이에 깊은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사귐의 즐거움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구조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줄 세우기식’ 상대평가로 내신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친구를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대상이 아니라 발로 밟고 일어서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끔 만든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우리나라 교육제도 중 하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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