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남기 목사(광주대성교회)

살바도르 역사지구의 시청 중앙광장에 세워져있는 부러진 십자가 상.

노예시대 풍경이 서려있는 ‘구원자’의 도시
브라질 식민지 시대 초대 수도…최대 규모 노예시장 유산 도시 곳곳에서 발견

 

“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라”(로마서 13:11)

브라질 식민지 시대의 초대 수도였던 살바도르는 아프리카 문화가 깊숙이 배어있어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살바도르(Salvador)는 바이아 주의 주도로 놀랍게도 그 이름이 ‘구원(Savior)자’라는 뜻을 가졌다. 1549년에서 1763년까지 수도 역할을 한 살바도르는 미주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로 많은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 유명한 노예시장이 있었던 관계로 지금도 살바도르에서는 상인들이 옛 노예시대의 복장을 하고 장사를 한다.

살바도르는 대서양과 올세인트만(All Saints Bay)에 둘러싸인 삼각주형태의 반도 지형에 건설되어 있어서 전략적인 요충지를 이루고 있다. 올세인트만 안에는 천혜의 항구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바라해수욕장이 있어 이곳의 유명세를 더해준다. 삼각주 가장 끝에는 1534년에 세워진 바라등대가 있는데, 이곳은 1998년 바이아해양박물관으로 지정되었다.

살바도르에 도착한 첫날 가장 번화가인 오션니카거리를 시작으로 바라등대, 그리고 노예복장 상인들의 상가 등을 지나가며 거리와 사람들을 구경했다. 살바도르에는 아프리칸 브라질 사람들이 많고 산동네도 많았다. 재미있었던 일은 오션니카거리에서 한국어로 구령을 외치는 합기도 시범단을 만나 뜻밖의 반가움을 나눈 것이다.

살바도르의 유명한 관광지는 역사지구로 알려진 페롱랑유(Perourinho)인데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식민지 시대의 역사적인 건축물이 많아서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역사지구에 도착해 저지대에서 고지대의 중앙광장으로 한참 올라가는 길에 친절하게도 주차장으로 안내해주는 젊은이를 만났는데 바로 역사지구의 가이드였다.

역사지구를 장식한 연인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연인들과 식민지시대 노예복장으로 장사하고 있는 상인.

설명을 들으니 역사지구의 고지대(Upper Town)는 행정과 종교의 지역으로 사람들이 많고, 시장과 항구가 있어 상업이 발달한 저지대(Lower Town)는 돈이 많다고 했다. 두 지역 사이에는 85m 높이에 절벽이 있는데, 고지대와 저지대를 편리하게 이어주는 라세르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1873년에 설치된 이 유료 엘리베이터에는 한 대에 128명이나 탈 수 있으며, 4대가 24시간 내내 운행된다.

1708년에 완공된 상프란시스코 성당은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에 바로크 양식으로 제작된, 역사지구 내 최고 걸작 건축물이다. 흑인 노예들을 시켜 금 800kg을 녹여서 나무 벽과 조각 위에 무려 142년에 걸쳐서 붙였다고 한다. 천장과 벽은 바이아 주에서 자란 붉은 색깔의 나무로 치장했는데, 오래도록 벌레가 먹지 않는 소재이지만 무겁고 단단해 작업하기가 매우 까다롭기로 소문났다. 페롱랑유호텔에는 유명가수 마이클 잭슨의 사진 두 장이 걸려있는데, 호텔 앞 광장의 울퉁불퉁한 돌바닥 타일 위에서 춤을 추다가 세 번이나 넘어졌다는 사연이 있다.

역사지구 중앙광장에서는 브라질 노예해방의 전사 줌비(Zumbi dos Palmares, 1655-1695)의 동상을 천천히 돌면서 둘러보았다. 한 때 줌비 주위에는 도망 나온 흑인 노예들이 3만 명까지 모여들어 포르투갈 식민지정부와 용감히 싸웠다. 탁월한 전승을 거두면서 북동부 쾰롬보 지역에 자치 국가를 세울 정도였는데, 부하의 배신으로 체포되어 결국 참수를 당하였다. 지금은 브라질리아와 여러 대도시에 그의 동상이 세워져, 브라질 흑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살바도르는 1556년에 브라질 최초로 가톨릭 주교가 임명되고 화려한 바로크 양식 성당들이 세워질 정도로 교세가 번성한 도시였지만, 최대 규모의 노예시장도 세워져 있었다는 역사를 염두에 두면서 중앙광장에 세워진 ‘부러진 십자가상’을 한동안 의미 있게 바라보았다. 모델로시장은 1861년 건축된 시장 겸 세무서 빌딩으로 여기서 노예매매와 징세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투어를 마치고 가이드에게 비용을 지불한 후 모델로시장 2층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바깥 베란다로 나가서 올세인트만 항구가 지닌 천혜의 멋진 풍광을 바라보며, 늦은 점심식사로 살바도르 관광을 마무리했다.

역사지구를 장식한 연인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연인들과 식민지시대 노예복장으로 장사하고 있는 상인.

  살바도르 여행자들을 위한 팁

살바도르의 숙소는 여행 중에 인터넷으로 국제공항(Airport Luis Eduardo Magalhaes)에 가까우면서 대서양 가까이 있는 호텔(Pousada Stella Tropical)로 정하였다. 새벽마다 대서양 푸른 바다 위로 떠오르는 그 황홀한 일출 장면을 보는 것은 이동하는 해안에서 새벽마다 봐도 질리지 않았고 늘 새로운 감동이었다.
살바도르 투어에서는 주차장에서 만난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역사지구의 고지대와 저지대의 유적들을 돌아볼 수 있어서 브라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유익했다. 살바도르 관광을 마친 후에는 탐항공(TAM)을 이용해 상파울루 구알루스 공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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