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 이르게 하는 근본원인 주목하라
외로움, 친밀감·자존감 가져오는 중독으로 풀려 해 … 부모의 ‘공감 능력 회복’ 중요

 

내 아이, 미디어 중독에서 안전한가?

미래창조과학부가 5월 16일 발표한 ‘2015년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 고위험군(금단, 내성, 일상생활장애 증상을 모두 보이는 경우)가 3~9세 유아동의 경우 전체 유아동의 1.7%인 1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3~5세에 이르는 영유아에서는 고위험군이 2.5%로, 6~9세(1.6%)보다도 0.9%나 높았다.<표 1, 2>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나이가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현상은 영유아의 양육을 담당하고 있는 성인층의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고위험군(0.3% 증가)과 잠재적위험군(1.9% 증가)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중독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된 것은 고위험군 4%와 잠재적위험군 27.6%으로 나타난 청소년이었다. 즉, 전 연령대에서 미디어 중독 위험군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이고, 특히 과의존위험성이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독, 관계의 문제

그렇다면, 미디어 중독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왜 중독에 걸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바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어떤 이는 중독이 되어 일상생활을 할 수 없고 질병을 앓고 관계가 무너져 내리는데 동일하게 미디어를 사용하더라도 그렇게 되지 않은 이도 있기 때문이다. 중독이 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중독 그 자체는 ‘증상’ 혹은 ‘결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중독에 이르게 된 근본적 원인, 즉 중독의 대상에 의존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고통 혹은 삶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각 사람마다 그 원인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 혹은 상처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중독의 동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 때 자신의 고통을 가장 쉽게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그 대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 스마트폰, 인터넷, TV, 술, 약물, 게임, 포르노, 쇼핑, 음식 등이 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모두에서 게임과 메신저·SNS 사용이 중독을 가속화 시키는 경향으로 확인됐다.

최은영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기독교상담학과)는 “중독을 크게 자기의 가치감을 증명하기 위한 중독, 사람들 사이에서 안정감과 친밀감을 확보하기 위한 중독 등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며 “이런 중독 유형들 모두 부모와의 관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먼저 자기가치를 확보를 위한 중독의 대표적인 예로는 점수나 단계가 올라가는 게임 중독을 들 수 있다. 하면 할수록 점수가 높아지고 단계가 높아지면, 그것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같은 기분이 중독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게임에 빠진 아이의 경우 정작 아이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사랑하고 격려해줘야 할 부모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안정감과 친밀감을 얻기 위해 나타나는 중독의 대표적인 예는 채팅 중독, SNS 중독, 성 중독, 포르노 중독 등을 들 수 있다. 즉, 접촉과 소통에 대한 욕구라고 할 수 있다. 부모와 친밀감이 결핍되고 스킨십이 부족한 아이일수록 외로움의 문제를 안게 되고, 그 정서적 외로움은 친밀함을 가져오는 중독을 유발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자기가치감과 친밀감 모두를 얻기 위해 중독에 걸리는 유형도 있다. ‘좋아요’라는 반응을 더 얻고 싶어서 SNS에 중독되기도 하고, 파워블로거가 되어 타인의 관심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기로 한다. 그 모든 욕구의 이면에는 ‘어떻게든 사랑받고 싶다’는 결핍이 존재한다.

중독, 어떻게 벗어날까?

중독을 성경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하나님은 조건 없이, 심지어 자신의 아들을 보내 인류를 구원할 만큼 인간을 사랑하신다. 그런데 정작 하나님의 자녀인 기독학부모는 자녀들에게 온갖 ‘사랑받을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한다. 부모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충분히 받지 않은 자녀가 부모가 될 때, 그 부모는 자신의 부모에게 받은 양육방식을 답습하기 쉽다. 따라서 자녀의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모부터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회복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독에 걸린 자녀은 물론 부모를 비롯한 가족 전체가 함께 전문적인 상담 및 치료를 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자녀의 문제가 자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 문제라는 인식이 전제될 때, 비로소 부모는 자녀가 중독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인정하고 그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다. “너는 왜 매일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하고 있니? 공부를 해! 넌 정말 골칫덩이야!”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너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구나. 네가 정말 관심을 받고 싶었구나. 정말 외로웠겠구나. 미안하다.”라는 말부터 꺼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 된다. 그 다음 단계는 자녀 스스로 자신이 ‘중독 상태’에 있음을 인정하고 잘못을 고칠 각오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공감 받고 중독을 고칠 각오를 하는 것만으로는 한번 무언가에 심각하게 중독된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중독된 대상을 다른 대상으로 옮겨주는 단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령 게임에 중독된 아이에게 무작정 게임을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둘 수 있지 않다. 게임을 하던 그 시간을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부모나 전문 상담사는 그 아이가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놀이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녀를 중독에 빠지게 하는 대상보다 더 크고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대안을 찾아가고, 자녀가 겪고 있는 내면의 깊은 절망과 상실, 정체성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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