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남기 목사(광주대성교회)

헤시페로 가는 길 중간에 만난 멋진 시골 산동네.

 

오래된 2차선 국도, 느렸지만 아름다웠다
포르탈레자서 나타우 돌아 남대서양 살바도르까지 9일간의 눈부신 드라이브

 

“그들이 이같이 말하는 것은 자기들이 본향 찾는 자임을 나타냄이라”(히브리서 11:14)

브라질은 북대서양과 남대서양을 합하여 7000km에 이르는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으며, 북쪽 아마존 유역은 고도가 낮은 열대 밀림지역을, 남쪽은 상파울루가 800m 고지에 위치할 정도로 높은 산악지역을 각각 이루고 있다. 필자는 대서양에 접한 동부에서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는 자동차 여행을 했다. 오래된 2차선 국도가 많아서 느린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볼거리는 많았다. 포르탈레자에서 시작하여 나타우를 돌아서 남대서양의 살바도르까지 9일 동안 천천히 내려갔다.

포르탈레자(Fortaleza, ‘요새’라는 뜻)는 18세기 초엽에 네덜란드인들에 의해서 세워진 도시인데, 얼마 후 포르투갈인들에게 넘어가서 성장했고, 브라질에서 가장 먼저 노예해방이 이루어진 지역이기도 하다. 포르탈레자에서 렌터카를 대여하여 일행 다섯 명이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해안가의 빌딩 숲을 지나 왼쪽에 대서양이 보이는 101번 국도를 따라서 나타우로 향하여 내달렸다. 점심을 먹으러 잠시 헤돈다(Redonda) 해변으로 나갔는데 라고스타 잡이를 하는 돛단배들이 여러 척 정박한 모습이 보였다.

나타우의 폰타네그라 해수욕장. 뒤쪽에 유명한 모래언덕(duna)이 보인다.

다시 길을 나서 브라질 최고 참외 주산지인 모쏘로의 외각도로를 거쳐 나타우를 향하여 달렸다. 외곽도로는 2차선인데도 제한 속도는 80km/h나 됐다. 나타우(Natal, ‘성탄절’이라는 뜻)는 16세기 말에 건설되기 시작한 도시로, 이곳이 바로 북대서양과 남대서양의 분기점이다. 아름다운 두나(Duna, 모래언덕)가 유명한 폰타네그라 해수욕장에 잠시 들러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거닐며 전망 좋은 경치를 즐겼다. 도로변 과일 가게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온갖 과일들을 마음껏 사먹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들른 주앙페소아(Joao Pessoa)는 1930년 헤시페 공식방문 중에 저격당하여 목숨을 거둔 주지사의 이름을 따서 주도로 일컬었다는 슬픈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주앙페소아에서는 탐바바 해안 전망대에 올라 멋진 해안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국도로 들어가 계속 남쪽으로 달렸다. 브라질의 해안 대부분은 모래사장과 대서양의 하얀 파도가 조화를 이루는데, 탐바바에서는 해안에 절벽과 섬까지 어우러져 더욱 좋았다.

헤시페는 ‘브라질의 베네치아’라 불릴 만큼 긴 강에 많은 다리가 있는 경치를 자랑하는, 동북지역 최고의 상업도시다. 헤시페는 네덜란드 군대가 브라질 정복 초기 주둔했던 곳으로 17세기에는 화란개혁교회가 부흥하며 이곳에 노회까지 조직된 적이 있다. 크고 오래된 도시인 헤시페 대신 소도시 오린다로 건너가서 거친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닷가에 숙소를 정했다. 여기서 황홀한 석양과 일출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마세이오를 향하여 달려 내려가는 길에는 사탕수수 밭이 자주 나왔다. 이 길은 언덕과 낮은 산들이 자주 등장하며, 2차선과 4차선으로 번갈아 이어지는 국도였다. 마세이오 시내는 그냥 멀리서 바라본 후에, 바로 남쪽 상미구엘로 향했다. 상미구엘은 자연방파제를 이루는 바위들이 길게 한 줄로 늘어서 있어서, 사나운 대서양의 파도를 막아주는 천혜의 해수욕장이다. 사람도 많지 않아 여유 있게 망중한을 즐겼다.

브라질 5개주를 거쳐 흐르는 상프란시스코 강변의 프로프리아 마을.

자동차 여행 6일째 길이 2914km의 거대한 상프란시스코강을 만나서, 남쪽 강변마을 프로프리아라는 동네로 들어갔다. 이 강은 중서부의 카나스트라 산맥에서 발원하여 다섯 개 주를 걸쳐서 흐르며 통합하는 순기능을 하고서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간다.

브라질 최초의 바둑판 형태의 계획도시인 아라카주에서는 바닷가 전망이 좋은 곳에 숙소를 정하였다. 새벽에 일찍 혼자 일어나 카메라를 둘러메고 바닷가로 나갔더니 대서양에서 본 일출 중에서 제일 멋진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넓은 모래밭에 혼자 퍽석 주저앉아서 대서양 멀리에서부터 밀려오는 거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다 위 시커먼 구름 사이로 비추는 눈부신 아침 햇살을 느꼈다. 여명의 순간을 찍기 위해 모래 위에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은 채, 앵글에 한쪽 눈을 고정하고 오른손 검지로 셔터를 계속해서 누르며 찰칵거리는 소리를 듣는 쾌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침내 여행의 종착지인 살바도르를 앞두고 계속 내리달렸다. 브라질 최초의 수도인 살바도르에 도착한 후, 이틀을 더 묵으면서 역사지구 등을 돌아보고 9일간의 자동차 여행을 갈무리했다.

 

  브라질 해안선 자동차 여행자들을 위한 팁

대서양변의 브라질 101번 국도변 과일가게에 진열된 열대과일들.

여행에 사용한 렌터카는 소형으로 하루 4만원에 포르탈레자에서 빌렸고, 호텔은 예약 없이 현지에 도착하여 방을 둘러보고 흥정하여 묵었지만 별 불편함이 없었다.
포르탈레자 베이라두마 해변에서는 가재 판매점에서 살아있는 라고스타(포르투갈어 lagosta, 영어로는 lobster, 바닷가재) 열 마리와 새우 1kg을 구입해서 따끈따끈한 즉석요리를 즐겼다. 해변이라 여러 식당에서 다양한 해산물 요리들을 먹을 수 있다.
도로변 과일가게에서는 온갖 종류의 생소한 과일들을 팔고 있었는데, 삐냐(pinha)라는 이름의 솔방울처럼 생긴 과일이 특히 당도가 높아 맛이 탁월했다. 야자는 우리 돈으로 하나에 1000~2000원 정도였다.
폴킬로의 뷔페식당에서는 딱 먹을 만큼만 음식을 접시에 담고 저울에 달아서 계산한다. 우리 돈으로 4000~5000원 정도를 지불하고 먹었는데, 싸고도 친절한 서비스에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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