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에 1억 원은 줄 수 있어도 성도 서너 가정 보내기는 어려워한다.”

지난주에 교회를 분립해 내보낸 A목사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생각을 진단하며 한 말이다. 사실 목회자들의 생각은 현명한 것이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의 모임이라는 명분에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성도 서너 가정은 1억 원보다 여러모로 유익이다.

이 같은 생각은 개척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너나없이 “돈도 필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교회 사역을 하는데 일꾼이 필요한 것도 그렇지만, 어렵게 전도돼 교회를 방문했던 이들도 교회당이 텅 빈 것을 보고 발걸음을 돌린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교회가 해온 것처럼 개척교회에 재정만 지원한다고 개척교회가 자립교회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개척교회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개척교회가 자립교회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 분립이 최선이지만, 이를 실제 실천하는 교회는 많지 않다. 한쪽은 성도를 보내기를 어려워하고, 한쪽은 성도가 필요하지만 기약이 없다. 양측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A목사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놨다. “대형교회가 개척교회에 다섯 가정을 1년씩만 파송하자”는 제안이다. 지역 내 개척교회에 첫 해 다섯 가정씩을 파송하고, 다음해 다른 다섯 가정을 파송하는 방식이다. 교인들로서도 1년이라는 시한이 정해졌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고, 또 1년 동안 새로운 교회에서 새로운 은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여력이 있으면 한꺼번에 여러 개척교회를 감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 꼭 대형교회가 아니더라도 중형교회 수준이라면 적어도 개척교회 한 곳은 맡을 수 있을 것이다.

A목사의 말대로 지금 우리나라는 교회가 교회를 낳지 않으면 교회 개척이 거의 불가능한 시대다. 개척교회로 대변되는 미자립교회도 전체 교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자립교회가 살아야 한국교회가 산다는데 동의하는 목회자와 교회라면, A목사의 제안을 한번쯤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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