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산교회 현상민 목사와 장로들이 파송 받는 교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네 번째 교회 분립…직분자 포함, 40여 성도 파송
담임목사 건강한 목회철학에 전 교회적 비전 공유


분립교회로 파송 받는 성도들이 마지막으로 ‘파송의 노래’를 부를 때 예배당에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떠나는 이들이나 떠나보내는 이들이나 차마 노래를 다 못 부르고 못 들었다. 그때까지 씩씩하게 예배를 인도하던 현상민 목사마저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4월 24일 성남 성산교회(현상민 목사) ‘드림성산교회 파송감사예배’는 그렇게 결단과 감사와 사랑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 성산교회 교회 분립은 그동안 전국에서 수십 여 교회가 벤치마킹을 했고, 10여 명이 박사 학위 논문에서 다루기도 했다.

성산교회가 네 번째 교회를 분립했다. 2005년 용인에 아름다운성산교회(임성택 목사)를 분립한 것으로 시작으로, 2008년 경기도 광주에 예일성산교회(김광재 목사), 2010년 성남 도촌동에 행복한성산교회(윤병훈 목사)를 분립하고, 이번에는 위례신도시에 드림성산교회(이성기 목사)를 개척해 분립했다. 성산교회는 드림성산교회 분립에 3억여 원의 재정과 함께 장로 한 가정, 안수집사 두 가정을 포함해 40여 명의 성도들을 파송했다. 드림성산교회 담임목사로 세워진 이성기 목사 역시 성산교회에서 13년 동안 사역한 성산교회의 가족으로, 이 목사는 “성산교회 모든 성도들의 사랑을 잊지 않고 겸손히 조국 교회를 섬기고 열방에 교회를 세워가겠다”고 다짐했다.

성산교회는 아직 한국교회에 교회 분립 사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꾸준히 교회를 분립한 것도 이채롭지만, 중형교회 형편에서 분립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성산교회 주일예배 출석교인은 장년 600여 명으로 중형교회 수준. 재정 역시 이렇다 할 여윳돈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산교회는 보기 드물게 중형교회 형편에서도 한꺼번에 수십 명의 성도들을 파송하며 교회 분립을 실천해 온 것이다.

성산교회 교회 분립은 무엇보다 현상민 담임목사의 건강한 목회철학이 방향타가 됐다. 현 목사는 “대형교회 하나보다 건강한 중소형교회 여럿이 낫다”고 강조했다. 대형교회 하나가 전도하고 성장하는 것보다 작은 교회 여럿이 전도하고 성장하는 것이 더 건강하고 열매도 많다는 것이다. 현 목사는 목회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위해서도 교회 분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교회 규모만 해도 제가 교인들 형편을 다 파악 못해요. 대형교회는 더 그렇죠. 적어도 목사라면 자기가 치는 양을 알아야하지 않겠어요.”

현 목사의 목회 철학은 분립을 거듭해오며 전 교인들에게 번져갔고, 지금은 전 교인이 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실천하고 있다. 드림성산교회 분립위원장으로 섬긴 강명수 장로는 “교회 분립은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교회 분립이 성산교회에 주신 비전으로 알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과 사람을 나누는 성산교회의 수고와 애씀은 분립 교회들에서 고스란히 열매 맺혔다. 1호 분립교회인 아름다운성산교회는 분립 당시 87명 교인에서 지금은 출석교인 200여 명의 중형교회로 성장했고, 다른 교회들 역시 교인과 재정이 꾸준히 늘고 건강한 자립교회를 이루고 있다. 성산교회 역시 분립 직후에는 예산 운영과 사역에 조금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매번 다시 재정과 교인이 채워지는 은혜를 체험하고 있다.

성산교회 교회 분립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만한 점은 교회 분립이 상당히 지혜롭고 전략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우선 분립되는 교회 건물은 임대가 아니라 구입을 원칙으로 한다. 가뜩이나 교회 개척이 힘든 상황에서 고정적인 임대료 지출은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헌신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교회 건물 구입에 분립해 나갈 교인들이 절반가량 재정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드림성산교회 역시 상가건물 5층을 구입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개척 비용도 분립교인들이 헌금을 하고 대출을 받도록 했다.

교인을 보내는 부분 역시 지혜롭다. 분립 교회로 가는 교인들은 전적으로 자원자들이지만, 이와 동시에 교회는 정책적으로 이들을 ‘2년간 파송’하는 형식을 취한다. 파송된 교인들은 2년 후 다시 성산교회로 돌아올 수 있지만, 실제 돌아오는 비율은 10%가 안 된다. 파송 때는 장로 1명을 함께 보내는데, 이 장로는 2년 후에는 반드시 돌아오도록 했다. 목회 안정과 운영까지 세심하게 고려한 부분이다. 이러한 ‘파송’ 정책은 분립 때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결과적으로는 분립 교회의 안정을 꾀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형제교회 정책도 이채롭다. 성산교회와 분립한 교회들은 서로를 ‘형제교회’라 부른다. 말로만 형제교회가 아니라 마음 깊이 형제 의식으로 뭉쳐있다. 먼저 분립한 형제교회들은 드림성산교회 은행대출 이자를 2년 동안 갚겠다고 나섰고, 24일 파송감사예배에도 성도들이 대거 참석해 드림성산교회 교인들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현상민 목사는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사는 길을 교회가 교회를 세우는 일밖에 없는 것 같다”며 “하나님께서 얼마나 더 허락하실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또 다른 교회를 세워가길 기도하고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