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이름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우유를 받아드는 어르신들은 누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들을 대접하는지를 알고 감사 인사를 아끼지 않는다. 옥수중앙교회는 우유 배달 이외에도 장학사업, 급식지원, 사랑의쌀, 사랑의떡국, 5만원의사랑나누기 등 여러 가지 사역으로 이웃을 섬기고 있다.

고독사 방지 위한 ‘사랑의 우유’ 배달 1000가정 돌파
14년 꾸준한 사역 ‘신뢰’, 더 큰 감동으로 돌아오다


교회마다 세상에 어떻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고민들이 많다. 사람 많이 모이고 헌금 규모가 큰 교회일수록 더욱 그렇다. 넉넉한 만큼 이웃을 섬기는 규모는 클 수 있지만, 세상에 감동을 끼치는 것은 예상만큼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옥수중앙교회(호용한 목사)는 이러한 고민에 중요한 실마리를 보여준다. 옥수중앙교회가 14년 전에 시작한 ‘고독사 방지를 위한 사랑의 우유 배달’ 수혜 가정이 올해 4월부터 1000가정으로 늘어났다. 사랑의 우유 배달은 적절한 영양도 공급하고 우유 배달원이 매일 우유함을 체크해 고독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내 독거노인들에게 안성맞춤인 구제 사업이었다.

우유 배달은 처음에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옥수동과 금호동 독거노인 100여 가정에 우유를 배달하던 것이 이후 성동구 전체로 확대됐고, 봄바람 따라 벚꽃 개화하듯 서울시 곳곳으로 번졌다. 지금은 성동구를 비롯해 동대문구 금천구 관악구 광진구 강북구에 사는 1000여 명의 독거노인들과 어려운 어르신들이 매일 아침 우유를 받아든다. 1000가정에 우유를 배달하는 비용은 한 달에 2100여 만원, 1년이면 2억 5200여 만원에 달하는 큰 규모다.

호용한 목사는 사랑의 우유 배달이 이렇게 확대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면서 이와 함께 “옥수동에 있는 교회가 시작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옥수중앙교회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사랑의 우유 배달은 지난해 5월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설립으로 확대 개편됐다.

이후 여러 기업들과 개인들이 후원자로 참여하기 시작해, 지금의 1000가정 우유 배달에까지 이르게 됐다. 이익과 경제 논리를 따질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화려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은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은, 호 목사의 말대로 화려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은 옥수동 달동네 작은 교회가 주인공이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세계적인 투자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의 후원 결정은 대표적인 증거다. 옥수중앙교회 교인인 김봉진 대표(배달의민족)는 수년 동안 우유 배달에 매달 수백만원씩을 후원했는데, 골드만삭스가 배달의민족에 거액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 일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진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직접 교회를 찾아오기도 했다.

“더 보탤 것도 없었고 과장할 마음도 없었어요. 그냥 우리가 왜 우유 배달을 시작했고, 그동안 이것저것 아껴가며 이웃을 어떻게 섬겨왔는지를 이야기했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도 나더라고요.”

호 목사를 찾아온 골드만삭스 관계자들은 그간의 경과를 조용히 경청했고, 이후 매년 거액을 후원키로 결정했다. 큰 교회도 많고, 이웃 구제에 더 많은 재정을 사용하는 교회도 많지만, 세상은 화려하지도 부요하지도 않은 옥수동 달동네 교회가 힘없고 외로운 자들을 생각하는 진심에 더 눈길이 갔던 것이다.

▲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은 지난 해 5월 26일 창립총회를 가졌다.

사랑의 우유 배달이 세상을 감동시킨 또 하나의 이유는 옥수중앙교회가 그동안 보여 왔던 ‘꾸준함’ 때문이었다. 옥수중앙교회는 2001년 교회에 부임한 호용한 목사가 자신이 받은 2000만원의 목돈을 장학헌금으로 내놓은 이후 매년 장학과 구제 사업에 1억원 이상씩을 사용하고 있다. 옥수동과 금호동은 재개발로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도 달동네가 곳곳에 남아 있고, 아파트 그늘에 가려 달동네 주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옥수중앙교회 교인들 역시 달동네 사람들이 상당수다. 그렇게 재정 규모가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도 옥수중앙교회는 묵묵히 이웃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이 같은 꾸준함은 세상에 ‘신뢰’로 다가왔고, ‘동참’으로 연결된 것이다.

또 하나 옥수중앙교회를 남다르게 한 힘은 ‘절약’과 ‘솔선수범’이다. 옥수중앙교회에는 여느 교회와 달리 관리집사가 없다. 교회 청소와 정수기 물통을 가는 일 등 교회 내 소소한 일들을 교역자들이 도맡아 한다. 할 수만 있으면 한 푼이라도 교회 경비를 줄여 이웃들을 섬기자는 마음에서다. 이 같은 정신은 우유 배달 사단법인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으레 사단법인을 만들면 사무실 비용과 인력 비용이 드는데, 옥수중앙교회는 사무실도 교회당 내에 설치하고 사무도 교역자에게 맡겨 담당토록 했다. 호 목사는 대신 다른 교역자들이 일을 나눠서 하고 있다며, “그렇게 아끼면 한 달에 100가정 정도에 우유를 더 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너무 사치하고 배금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이 많은 가운데 옥수중앙교회의 이 같은 솔선수범은 세상이 교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호 목사는 “앞으로 5000가정에 우유를 배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시 전역에 거주하는 모든 독거노인들에게 매일 우유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를 위해 한국교회의 기도를 요청했다.(후원계좌:국민 095001-04-136829 사단법인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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