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주일을 다시 주님께
 

▲ 최기채 목사(광주동명교회 원로목사)

과거 기독교 전성기를 이루었던 소아시아 7교회들의 흔적을 오늘날 찾아가보면 쓰러진 돌기둥의 잔해들만이 어수선하게 널브러져있다. 한때 개혁교회의 상징이던 암스테르담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일컫던 평양의 교회들은 어떠한가. 공산군의 군화에 짓밟혀 버린 후, 활기차던 주일의 풍경들은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에는 주일마다 흙벽돌로 어설프게 지은 예배당 안에서 어린이들의 찬송소리가 진동했다. 예배가 시작될 때면 출입문을 닫을 수 없을 정도로 교회에 가득 몰려온 성도들이 쉰 목소리로 열심히 기도하며 말씀 듣던 그 순박했던 시절의 모습들이 그립다.

현대의 교회들은 웅장하고 현란하게 장식된 예배당에서, 대형 파이프오르간의 반주에 맞춘 우렁찬 찬양과 은쟁반에 굴러가는 구슬처럼 주옥같은 설교로, 신도들의 감성을 파고든다. 그러나 오늘날 성도들이 과거처럼 주일을 거룩히 지키며 살아간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주일성수의 참된 개념

주일의 뿌리는 율법이 규정한 안식일이다. 하나님께서는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출20:8)고 명령하셨다.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처음 창조를 마치고 쉬신 날이요, 주일은 영적 재창조를 마치고 승리하신 날이다.

다른 관점에서는 하나님의 백성인지 아닌지를 식별하는 표징으로 안식일을 제정하신 것이다(출31:13). 그러므로 우리가 주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데는 하나님께서 주신 복된 날을 사수한다는 뜻이요, 하나님을 본받는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소요리62, 창2:3).

세상의 시작으로부터 그리스도의 부활까지는 이레 중 일곱째 날을 안식일로 정하셨으나, 그 후로부터 세상 끝날까지는 이레중의 첫날(주일)을 명하셨으니 곧 그리스도인의 안식일이라(소요리59)고 믿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일 성수는 부활신앙의 극치이며(마28:1, 눅24:1, 행20:7), 재림하실 주님을 대망하는 신앙의 표현이다(계1:10, 고전16:2).
 
어떻게 주일을 거룩히 지킬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주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아야 한다(엡5:10). 안식일을 거축하게 지키려면 먼저 그 날을 기억하라고 하셨다(출20:8). 그리고 엿새 동안에는 열심히 일하라고 가르치셨다. 생활에만 몰두하여 너무나 바쁘게 살다 보면 자칫 주일을 망각하고 예배시간도 놓쳐 버리는 수가 생긴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 오늘날의 풍습이나 문화들이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엿새 동안 가정이나 개인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성실히 해야 하며, 이웃을 섬기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주일은 하나님의 날로 거룩히 구별해 놓으신 날임을 명심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거룩한 산제사로 드리도록 힘써야 한다(롬12:1).

예배모범 1장 6절에는 “이와 같이 엄숙한 태도로 공식 예배를 마친 후에는 이 날 남은 시간은 기도하며 영적 수양서를 읽되 특별히 성경을 공부하며 묵상하며 성경문답을 교수하며 종교상 담화하며 시편과 찬송과 신령한 노래를 부를 것이요, 병자를 방문하며 가난한 자를 구제하며 무식한 자를 가르치며 불신자에게 전도하며 경건하고 사랑하며 은혜로운 일을 행함이 옳다”고 가르친다.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에도 주일에는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먼 곳에 출장을 갔다가도 가정으로 돌아와, 평소 출석하는 교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예배하는 신앙을 습관화했다고 전해진다.

주일은 주님의 날이다. 거룩한 주일을 다시 주님께 바쳐드릴 수 있도록 주일성수 신앙을 생활화하는 성도들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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