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청사교회 샬롬스쿨을 통해 밝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

‘사람을 세운다’ 비전 향한 건강한 발걸음
대안학교 ‘샬롬스쿨’ 통해 전폭적 헌신 결실 이어가 … 협동조합으로 지역섬김도 진력

“건물입니까, 사람입니까?”

7년 전, 광주청사교회 성도들은 이런 질문에 맞닥뜨렸다. 어렵게 건축한 예배당이 교회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었고, 남은 교인들의 수는 50여명 남짓이었다. 갓 부임한 백윤영 목사는 자신과 교우들이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음을 직감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사람이 대안이고 해답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건물을 팔아 사람을 세우기로 합시다. 아이들에게 장학금 한 푼 못주는 교회가 되어서야 어디 부끄러워 낯이라도 들고 다니겠습니까?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힘 한 번 모아봅시다.”

담임목사의 독려는 성도들의 식어있던 가슴에 다시 불을 댕겼다. 어느 교우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보자며 1000만 원어치나 되는 책들을 마련해주었고, 다음세대 사역에 써달라고 애써 부은 보험금을 해약해 백 목사에게 은밀히 건네주는 경우도 있었다.

먼저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다시 꾸몄다. 이를 위해서도 담임목사는 한 달 치 생활비를 통째로 내놓는 모범을 보였고, 뒤이어 류성동 장로를 비롯한 다른 성도들까지 거들고 나섰다.

그로부터 불과 2년 사이에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일이 생겼다. 교회 안에 ‘샬롬스쿨’이라는 이름의 대안학교가 세워진 것이다. 주일학교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 준 공간이 주중에는 방과후교실로 활용되다가 결국에는 진짜 학교로 변모하게 되었다.

샬롬유아스쿨을 시작으로 초등스쿨 중등스쿨까지 대안학교를 잇달아 개설한 것은 청사교회 규모를 생각할 때 모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교우들은 담임목사를 신뢰하며 자녀들의 학령을 낮추면서까지 샬롬스쿨에 보내주었고,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신앙특성화대안학교’를 표방한 샬롬스쿨은 철저히 신앙적 지향점을 가지고 운영된다. 날마다 성경암송 신앙일기작성 등 성경교육이 실시되고, 학생들은 교사·학부모와 함께 매일 새벽예배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설교노트를 작성해야 하는 등 예배훈련이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한편으로는 성경적 세계관에 기초해 자체 제작한 교재들로 일반 교과를 지도하고, 소그룹 방식의 영어교육, 음악 특성화교육, 독서통장을 활용한 독서교육, 효도 실천교육 및 예절교육 등 남다른 방식의 교육에 힘을 쏟는다. 전체 과정을 무시험제도로 운영하는 것도 큰 특징이다.

▲ 상해 샬롬스쿨 개원식.

특히 샬롬스쿨 설치를 계기로 청사교회에는 ‘교육’을 하나의 선교영역으로 여기는 풍토가 만들어졌다. 교육선교 헌금제도가 만들어졌고, 온 가족이 참여하는 주일새벽예배의 헌금도 ‘자녀형통헌금’이라는 명목 하에 전적으로 교육을 위해 사용됐다.

샬롬스쿨 교사들은 또 다른 형태의 선교사로 간주됐고, 실제로 중국 상해에 교육선교사를 파송해 대안학교를 세우기도 했으며 연내에 필리핀에 두 번째 교육선교사 파송을 계획 중이다.

온 교회가 이 정도로 교육에 정성을 쏟는데 아이들이 모이지 않을 턱이 없다. 교회 안에 세대 간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졌고, 백윤영 목사는 이 에너지를 다시 세대통합 사역으로 극대화시켰다.

아침 일찍 주일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주일낮예배에 다시 참여하고, 샬롬스쿨 재학생들을 비롯한 상당수 아이들이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주일새벽예배, 주일오후 수요예배까지 출석하니 사실상 청사교회의 모든 공예배는 세대통합예배로 진행되는 셈이다.

또한 매일 가정예배를 통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앙적 인격적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도모하고 있다. 특히 가정 교회 학교가 연계한 사역을 통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더욱 튼실한 교회를 이루어가자는 꿈을 실현하는 중이다.

교회를 넘어서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세우자는 비전은 협동조합을 통해 구현해나간다. 오랜 준비작업과 지난해 3차례의 콘퍼런스 등을 거쳐 ‘좋은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협동조합을 결성한 청사교회는 이를 기반으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다양한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인근 월곡동에 재활용품 및 생활용품 매장을 개설해 주민들의 나눔과 소통공간으로 제공하는 한편, 매장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노인교실인 ‘청노대학’ 운영, 경로당 생활용품지원,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용돈 지원, 청소년 장학사업 등을 펼친다. 주말학교를 개설해 문화강좌와 체험학습 등을 통해 이웃들에게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건물이 아닌 사람에게 우선 투자한 결과 청사교회는 사람과 건물 중 어느 것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둘 다 풍성하게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며 이웃들에 덕을 끼치는 공동체로 주목받고 있다. 자신들의 7년 전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교회들에 백 목사는 조언한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위기의식을 갖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걱정만 할 뿐 아무런 대안도 움직임도 없다면 파국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국 ‘사람을 세우는 일’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작은 교회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희 교회가 바로 그 증거이니까요.”

▲ 교육을 통해 일어나는 작은 교회들의 변화와 성숙의 모델이 되고 싶다 말하는 광주청사교회 백윤영 목사.

인터뷰/ 백윤영 목사

백윤영 목사는 교육전문가로서 탄탄한 기초를 다져온 사역자이다. 특히 서울목양교회(이광복 목사)에서 부교역자 생활을 거쳐 솔로몬영재사관학교 교목, GBS교육개발원 총무로 활동하며 전국에 200개가 넘는 교회 공부방을 개설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현재도 광주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사역하는 다음세대디자인선교회 총무로 활동하면서 예주선교회 열방신학교 운영이사장을 맡는 등 교육과 관련해 꾸준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2012년에는 <세대통합이 살길입니다>(도서출판 세줄)라는 저서를 내놓기도 했다. 청사교회에서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갖가지 교육사역들에는 이런 경력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다.

▲교회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음세대 사역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청사교회에 부임하기 전 담임목사 경험이 없던 것이 오히려 우직하게 제 소신을 밀고나가며 난관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상식이나 익숙한 관행에 의존하기 보다는 향후 교회가 도달할 바람직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다음세대사역의 필요성에 성도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따라오도록 설득한 것이 통했다고 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대안학교 설립은 상당히 파격적인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선교사들은 주일학교 사역에만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교회와 함께 성경학교나 야학, 미션스쿨 등을 세워 상시적으로 다음세대를 키우는 일에 매진했습니다. 그런 바탕에서 성장한 한국교회가 일주일에 단 한 시간에 불과한 주일학교 교육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통탄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회교육은 반드시 가정교육 그리고 학교교육으로 이어져야지요.

더욱이 세속교육이 성도들의 신앙적 정체성을 훼손하는 시대상황에서 그 대책을 기독대안학교 설립에서 찾게 되었지요. 사실 샬롬학교의 설립과 운영 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교우들이 교육을 하나의 선교영역으로 여기고, 선교예산의 3분의 1 가량을 교육 분야에 투여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면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무시험제 도입이나 새벽예배 매일 참석 등 샬롬학교의 운영방식이 꽤 독특합니다.
=시험이 존재하면 자연히 학생들의 성적과 서열이 정해지고, 원하지 않아도 차별이 발생합니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강점을 드러내는데 집중하고, 구체적인 삶의 변화와 신앙의 성숙을 도모하자는 교육목표를 달성하는데 시험은 불필요하다고 여겨 배제한 것입니다.

대신에 철저한 신앙적 관리와 훈련이 이루어지도록 새벽예배를 비롯한 말씀과 기도 중심의 생활을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생모집을 하는데 이 부분은 적잖은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해야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계속 밀고나가는 중입니다.


기독교육연구소 설립에 도전하다
 

금년 3월 2일은 청사교회가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뿌리깊은나무 국제기독교육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새로운 기관은 청사교회가 교육선교의 비전을 이웃교회 나아가 한국교회 전체에 실현하고자 쏘아올린 신호탄이다.

연구소는 앞으로 ‘세계적인 지도자 양성’, ‘1교회 1학교 세우기’, ‘국제교육 선교네트워크 구축’이라는 3대 비전을 추구하며, 구체적으로는 교회 내 대안학교 설립지원,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코칭스쿨과 교육선교신학교 개설, 신앙캠프 운영 등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첫 행사로 4월 중에는 교육콘퍼런스가 마련된다.

대안학교 설립에 꿈을 가진 교회들을 위해 예비교사를 양성하고, 학교운영에 필요한 교재를 제작해 보급하면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교회 간 교육네트워크 형성에 도달하겠다는 것이 백 목사의 꿈이다.

“사실 연구소 운영에는 많은 자원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주변에서는 아무도 나서지 않는 일에 왜 힘을 쓰느냐며 걱정하는 소리도 있지만, 이 사명으로 가슴에 불붙은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하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도전입니다.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십시오. 작은 교회들이 일으키는 교육의 기적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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