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 천광교회에게 건물이란 이웃들과 교류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장이다. 사진은 천광교육문화센터 안에서 펼쳐지는 일일찻집 사역 모습.

800평 규모 교육문화센터 지역사회 나눔터로
“함께 나누니 더 큰 신뢰와 사랑” 건물의 철학 담아


굳이 건축학도가 아니더라도 ‘공간에는 철학이 있다’는 명제를 이해할 수 있다. 그 철학은 다시 어떤 공간을 설계하는 이의 철학과 그 공간을 활용하는 이의 철학으로 나눌 수 있다. 무엇이 더 중요할까. 경우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교회당의 경우라면 후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익산 천광교회(안홍대 목사)는 그 철학이 대단히 분명한 교회이다. 땅이든 건물이든 모든 공간에 대해 ‘내 것’이라는 소유욕대신 ‘주님의 것’ 또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청지기의식이 강렬하게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익산시 영등동 자리로 천광교회가 이사한 것은 2002년의 일이다. 그 전까지 남의 집 마당에 천막을 치고 예배하던 개척교회 시절, 그리고 비좁은 예배당에서 보대끼며 불편을 견디던 긴 세월이 있었다. 그래서 공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고, 마침내 소망하며 기도하던 너른 공간이 주어졌을 때 감사의 마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 천광교육문화센터 전경.

특히 2009년 완공한 천광교육문화센터는 교우들이 꿈꾸어온 모든 일들을 마음껏 펼치는 사역의 장이 되었다. 여섯 층짜리 800평 규모의 이 건물은 순전히 이웃들 그리고 지역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세운 나눔터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저렴한 가격에 차 한 잔과 대화를 즐길 수 있는 하늘빛카페,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대학과 문화교실이 진행되는 세미나실 및 소그룹실,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반찬봉사에 활용되는 식당, 운동을 좋아하는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탁구장과 농구장까지 어느 곳 하나 개방적이지 않은 공간이 없다.

 심지어 탁구장의 경우는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도록 동호회에 자율관리 권한을 부여했다. 관리상 문제 등 애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안홍대 목사는 “오히려 동호회원들이 책임감을 발휘해 시설들을 아끼고 청결히 하는 일에 앞장선다”고 설명한다.

주차장을 비롯한 교회 내 모든 시설들이 주일을 제외하고 언제든지 이용 가능하니 애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관공서나 각종 단체들로부터 교육이나 행사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수시로 들어오고, 교회 사역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이런 요청들 대부분을 수용한다. 물론 사용료는 일체 받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문화센터에 드나드는 인원만 한 달이면 수 천 명에 이를 정도다. 담임목사와 교우들은 문화센터 곳곳에 직접 제작한 분재나 꽃꽂이 사진 미술작품 등을 수시로 전시하면서, 드나드는 이웃들에게 더욱 풍요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카페에서 나오는 약간의 수익금들은 일 년 동안 꾸준히 모아 전액을 지역 불우청소년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한다.

▲ 천광교육문화센터 안 전시회.

예배당 또한 익산시기독교연합회나 이리노회 등 지역교계의 주요 행사에 자주 활용된다. 특별히 까다롭게 통제하는 부분도 없고, 오히려 주최측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하니 교계단체들이 대형집회를 계획할 때면 으레 천광교회를 먼저 떠올리는 분위기가 됐다.

“우리 교회에 베푸신 은혜를 이웃들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영적인 은혜만 아니라 물리적 공간들까지도 말이지요. 오히려 그 과정에서 저희들이 얻는 유익이 더 크다고 봅니다. 지역사회와 대단히 가까워졌고, 이웃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기도 하니까요.”

안홍대 목사는 이제 공간을 나누는 기쁨을 멀리 외국의 지체들에게도 선물하는 중이라고 덧붙인다. 이미 중국과 필리핀 여러 곳에 교회당과 선교센터를 건축했으며, 아프리카에는 무려 100개가 넘는 예배당을 세워 교계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사역자들을 초청하여 신학교육을 하는 선교센터를 제주도에 세울 예정이다.

건물의 의미를 내부자 전용시설 혹은 과시용 수단 이상으로 보게 될 때 교회와 세상이 더불어 나눌 수 있는 영역은 얼마든지 확대된다. 천광교회는 그 점에서 꽤 멋진 통찰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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