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뮤지컬 <살리에르-질투의 속삭임>

대극장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드라마 요소 강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 박물관과 같다. 모차르트 생가에서부터 그가 오르간 연주자로 있었던 성당, 자주 들렀다는 식당까지 어딜 가든 모차르트와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동시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36년 간 궁정악장으로 활약했던 살리에르는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아직도 모차르트를 질투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속설로 불명예스럽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늘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 2인자 취급을 받던 살리에르를 주인공으로 되살려 낸 뮤지컬 <살리에르-질투의 속삭임>이 대극장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돼 찾아왔다. 모차르트 못지 않은 실력을 갖췄으나 마음 속 알 수 없는 열등감에 고통 받았던 살리에르의 내면을 다룬 작품이다.

1791년, 궁중음악가로서 모든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살리에르 앞에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나타난다. 그와 동시에, 의문의 남자 젤라스는 모차르트를 이길 수 있도록 돕겠다며 살리에르를 찾아온다. 처음에는 그를 무시하지만, 왕이 개최한 즉위식 책임자 자리를 놓고 모차르트와 경합을 벌이게 된 살리에르는 불안감에 젤라스를 떨쳐내지 못하고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게 된다.

뮤지컬 <위키드>가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도로시가 아닌 초록 마녀의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살리에르>는 주인공의 주변 인물을 주목하는 원작 비틀어보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살리에르의 비참한 삶을 조명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노력밖에 없는 사람이 천재 앞에서 느꼈을 좌절, 양심과 명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살리에르 자신이 키워낸 내면의 질투가 광기로 표출되는 과정은 음악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었던 그의 열정과 맞물려 관객들에게 연민과 공감을 자아낸다.
 

▲ 뮤지컬 <살리에르-질투의 속삭임>은 모차르트에 가려져 있던 살리에르의 내면을 조명하면서 그의 삶에 애정과 공감을 더하고 있다.

<살리에르>는 2014년 초연 후 대극장 버전으로 무대에 올리면서 스토리 라인을 대폭 강화해 드라마적 요소를 보강했고, 18세기 오스트리아 궁정에 어울리는 화려한 무대와 의상이 더해져 볼거리가 훨씬 풍성해졌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인 아름답고 웅장한 뮤지컬 넘버는 배우 최수형, 정상윤, 김찬호, 조형균 등을 통해 그 폭발적인 감동이 배가된다.

김규종 연출은 “대극장 버전이 되면서 이야기의 짜임새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1막 넘버의 80%를 수정하는 등 최정점에 섰던 살리에르의 모습과 그가 파멸하는 모습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주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배우 최수형의 말처럼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단번에 알아볼 정도로 음악적 능력이 뛰어났던 살리에르”가 “그 열정이 지나쳐 튀어나온 내면의 질투”와 어떻게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지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3월 13일까지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시간은 화~금 저녁 8시, 토요일 오후 3시와 저녁 7시, 주일 오후 2시와 저녁 6시다. (02-558-7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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