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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발’ , 창조 가설로 수용할 수 있다”중립적 이론일 뿐, 창조론 연구에 활용 가능
대폭발과 우주의 창조/양승훈/SFC/1만 9000원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교(VIEW) 설립자 양승훈 교수가 펴낸 <대폭발과 우주의 창조>는 일찍이 펴낸 단권짜리 <창조론 대강좌>(CUP, 2005년)의 내용을 심층적으로 다룬 책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일종의 전문가용, 즉 창조론을 제대로 공부하려는 독자들을 염두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과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창조론에 대해 좀 더 치밀하고 논리적인 생각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어 목회자들에게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저자와 일문일답이다.<편집자 주>

▲<대폭발과 우주의 창조>는 이전에 출간한 <창조론 대강좌>를 권별로 나누어서 다시 펴낸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고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창조론 대강좌>는 창조론의 서론격인 책입니다. 이 책 외에도 이제는 국내 저자들에 의한 창조론 기초서적들도 론책도 간간히 눈에 띄고 있으며, 외국 저자들의 책들도 소위 “팔릴만한” 책들은 어느 정도 번역이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창조론 연구의 좀 어려운 개념들이나 치밀한 논증을 소개하는 책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 <대폭발과 우주의 창조>는 다소 고급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단권으로 출간된 <창조론 대강좌>에 비해 본서에서는 중요한 우주론 이슈들을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본서는 일종의 전문가용, 즉 창조론을 제대로 공부하려는 독자들을 염두에 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펴내신 <대폭발과 우주의 창조>에서 제시하신 주요한 논지는 무엇입니까?
=본서는 오늘날 주류 과학자들이 우주창조의 메커니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폭발 이론을 작업가설(working hypothesis)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과학적 이론이 출현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론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대폭발을 통해 우주가 존재하게 되었다는 큰 그림을 받아들이면서 그 그림 속에서 국부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폭발 이론은 틀렸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대폭발 이론이 실제로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신 바로 그 방법이었는지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하나님이 우주를 현대 과학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창조하셨다면 대폭발의 과정을 통해 창조하셨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폭발과 우주의 창조>에서는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대폭발 이론을 더 나은 과학적 이론이 출현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작업가설이라고 하셨습니다. 기존 교회에서는 대폭발 이론을 진화론을 지지하는 이론이라고 생각해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박사님은 왜 이런 견해를 갖게 된 것인가요?
=대폭발 이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것은 창조과학자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조과학자들 중에는 우주론, 특히 초기 우주론을 전공한 학자가 적어도 제가 아는 한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이것은 국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창조과학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근본주의 진영이나 안식교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대폭발 이론의 역사를 살펴보면 원래 대폭발 이론의 초기형태는 벨기에 가톨릭 사제이자 르우뱅 대학 물리학과 교수였던 르매트르(Georges Lemaitre)가 주장했던 이론입니다. 그리고 1951년 11월 교황 비오 12세는 일찌감치 대폭발 이론이 가톨릭의 창조개념과 일치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실 대폭발 이론이 처음 제시되었을 때 이 이론에 비판적인 여러 학자들은 이 이론이 너무 성경의 창조 개념과 흡사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대폭발 이론은 기독교 신앙과 일치하는 면이 있습니다. 우선 대폭발 이론은 우주가 분명한 시작과 끝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폭발 이론과 경쟁하던 정상상태이론에서 우주가 무시무종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대폭발 이론은 기독교적 관점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폭발 이론에서 초기에 대폭발을 일으킨 아일렘이라는 초고온, 초고밀도 물질의 준재에 대해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는 개인의 신념이나 신앙의 문제입니다. 당연히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고 해석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것입니다.
물론 대폭발 이론에서는 성경의 용어(하나님, 천사, 기적 등)를 사용하여 이론을 전개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대폭발 이론이 무신론적이어서가 아니라 일종의 현대 과학의 관행이기 때문이고 이를 오늘날 기독과학자들도 방법론적 자연주의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언급하지 않고 대폭발 이론을 설명한다고 해서 그 이론을 무신론적, 유물론적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대폭발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많은 과학적 법칙들은 얼마든지 하나님의 창조법칙이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뉴턴의 운동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도 하나님을 언급하지 않고 진술한다고 해서 모두 무신론, 유물론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론이 무신론 혹은 유신론이 되는 것은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세계관의 문제입니다. 하나님께서 대폭발의 과정을 통해 우주를 창조했다고 한다면 뭐가 문제가 될까요?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셨다고 말씀하실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말씀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은 신앙고백이지 과학적 진술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말씀으로 창조하셨지만 구체적으로 대폭발의 과정을 통해 창조하셨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사도 바울은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미련한 일이라고 말씀했습니다. 교회는 복음은 은혜로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세상의 과학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기원만 해도 과학과 창조신앙이 평행을 달리고 있습니다. <대폭발과 우주의 창조> 출간을 즈음하여 교회는 복음 전도를 위해 과학을 어떻게 이해하고 전도의 길을 모색해야 할까요?
=그리스도인들은 과도하게 과학을 신뢰해서도 안 되지만 무조건 현대 과학을 의혹의 눈초리로 보면서 새로운 것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혹시나 성경이 부정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태도를 가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슬그머니 끼어들어오는 무신론, 자연주의, 과학주의 등 비과학적인 이데올로기들에 대해서는 극히 경계해야 하지만 정상적인 과학자들의 연구 자체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피조세계를 탐구하는 학문의 제사장으로 생각하며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기독교인 과학자가 발견한 진리든, 비기독교인 과학자가 발견한 진리든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라는 큰 전제를 가지고 과학자들의 연구를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과학계에서 들려오는 낭보를 비보로 여기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주의 창조연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보수적인 교회는 이론적으로는 창세기의 날을 다양한 기간으로 가르치지만 아직까지 교회 현장의 인식은 지구나 우주의 연대가 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주와 지구가 6천년 내외라고 주장하는 소위 젊은지구론은 창조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한국교회에 젊은지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지구 연대를 전공하는 학자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비전문가들이 뒷골목 문헌을 가지고 일반 대중들에게 퍼뜨리고 있는 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젊은지구론은 창세기를 해석하는 하나의 입장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과학의 영역으로 오게 되면 젊은지구론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이비 과학의 영역에 있는 입장입니다. 금년 7월에 출간되는 저의 <창조연대 논쟁: 젊은지구론, 무엇인 문제인가?>라는 책이 창조연대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가이드북이 될 것입니다.

 
▲ 양승훈 박사.
▲과거 목회자들은 천문학과 물리학 등 과학 분야에도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과학은 목회자들이 언급하기 조심스러워하는 주제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목회자들에게 과학적 사고의 필요성과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주십시오.
=현대 우주론의 논리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합니다. 물론 정교하다는 것이 곧 정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정교하다는 말은 일반인들이 상식적 차원에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러한 논리를 반박하려면 더 정교한 논리, 더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쓰레기 더미가 폭발해서 747 점보기가 만들어질 가능성 등을 운운하면서 대폭발 이론을 비판해서는 안 됩니다. 비록 대폭발의 사건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다고 해도 물리학자들은 그와 유사한 상태를 이론적으로 계산할 뿐 아니라 거대한 입자가속기를 통해 인공적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러한 과정은 해당 분야의 과학자들이 아니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목회자들이 모두 과학적 소양을 갖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최소한 일반 매스컴이 보도하는 최근의 과학적 발견에 대해서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주위에 있는 해당 분야의 기독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기 바랍니다. 여기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란 그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거나 그와 인접한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를 말합니다. 아무리 믿음이 좋고 박사학위를 갖고 있어도 전혀 다른 분야에 있는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은 조심해야 됩니다.

▲끝으로 본서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근래 한국교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미국 그랜드 캐니언 창조과학 탐사는 어떻습니까?
=저는 젊은지구론보다 더 심각한 것이 바로 근래 한국 교계에 유행하고 있는 그랜드 캐니언 창조과학 탐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랜드 캐니언이 지금부터 4400여 년 전에 있었던 1년 미만의 노아의 홍수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주장은 지질학적으로는 물론 성경적으로도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노아의 홍수는 분명히 있었지만 그 한 차례의 홍수로 인해 그랜드 캐니언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세속 지질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복음주의 진영의 지질학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부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염려하는 것은 일반 성도들은 그런 터무니없는 얘기를 들으면서 탐사를 다녀와도 곧 잊어버리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설교를 하는 목회자들, 특히 앞으로 기초과학 분야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노충헌 기자  missio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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