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립 110주년을 맞은 광양 신황중앙교회가 기념예배를 열어 오랜 난관을 극복케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며 복음을 위한 헌신을 다짐하고 있다.

광양 신황중앙교회, 감격의 110주년 기념식
존폐위기 아픔 딛고 헌신의 공동체로 성장


110년 역사를 가진 농촌교회라면 평탄한 세월만 보내지는 않았으리라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복음의 여명기에 겪었을 반대와 배척, 식민지 시대와 전쟁기를 지나는 동안의 핍박과 고통, 교단 분열로 인한 아픔과 갈등,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위축과 상실 등을 짐작하게 된다.

광양 신황중앙교회(조형민 목사)도 실제로 그런 시절을 겪어왔고, 시련과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렇기에 지난 1월 23일 열린 신황중앙교회의 110주년 기념식은 치열했던 세월들을 뒤로 하고, 교회 역사의 새 페이지를 여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기념예배와 예배당 헌당식, 이명호 장로 등의 임직식으로 이어진 이날 행사를 치르는 동안 신황중앙교회 교우들의 뇌리에는 주마등과 같은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조형민 목사는 이날 인사를 통해 캄캄하고 막막했던 시간들을 함께 견뎌준 동역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하던 2007년의 신황중앙교회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처지였다. 전남동부권 일대의 모교회라는 자부심은 상실한지 오래였고, 무허가 건물인 예배당은 침수피해를 당한데다, 반년 넘게 강단이 비워진 사이 남아있는 교인들이라고는 고작 10여 명에 불과했다.

설상가상 조 목사 부부의 막내아들은 어린 나이에 희귀병 판정을 받아 힘겨운 투병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도무지 해답이 보이지 않던 깊은 터널을 건너올 수 있었던 데는 가족들과 교우들의 단합된 마음, 그리고 이들을 기억하는 이웃교회들의 수고와 헌신이 큰 몫을 했다.

특히 작은 산골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교회가 다시금 분투의 칼날을 가는 동기이자 이유가 되었다. 교회가 아이들에게 주일 말고도 매일 같이 찾아가는 공부방이자 놀이터 역할을 해 준 것이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방과후교실과 문화교실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에 힘썼다.

그 과정에서 조 목사의 두 딸은 뛰어난 학업성적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진학을 포기한 채 지역에 남아서 어머니와 함께 아이들의 방과후교실 선생님이자 악기 강사 역할을 해주었다. 덕택에 지금 신황중앙교회 주일예배에는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작은 오케스트라가 활약 중이다.

부산 수영로교회를 비롯한 여러 도시교회들이 지속적으로 선교팀과 봉사단을 파견해 마을잔치 의료봉사 성경학교 등으로 섬겨준 것도 신황중앙교회에는 큰 힘이 되었다. 최초 복음 전래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다른 종교에 영향력이 뒤쳐졌던 분위기를 만회하는데 이웃교회들이 적잖은 몫을 해준 것이다.

교회 스스로도 지역특산물인 곶감과 매실 장아찌를 가공하고 판매하면서 부족한 교회재정을 만회하기 위해 애를 썼다. 매사가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날 신황중앙교회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베푸는 위치에 설 수 있었던 데는 이 같은 자구노력도 제법 작용했다.

한 편으로는 교회당이 건축된 지 20여 년 만에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정식으로 건축물 대장을 취득할 수 있게 됐고, 조 목사의 막내아들도 병세가 많이 호전되면서 곧 대학진학을 앞두게 됐다. 설립 110주년을 앞두고 오랜 숙원들이 해결되는 경사로 인해 신황중앙교회 식구들의 입술에서는 감사가 그칠 줄 모른다.

기념식과 함께 신황중앙교회는 역대 교역자 여섯 가정과 교회 출신 목회자들을 초청해 1박 2일간 홈커밍데이 행사를 치르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기쁨을 서로 나누었다.

‘평안하여 든든히 서가는 교회’로 표어를 정한 올해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특별새벽기도회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단기선교 등 여러 사역들을 의욕적으로 전개하는 중이다. 이 사역들을 통해 믿음의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들을 잘 계승하고 전파하겠다는 열망으로 교우들의 가슴은 불타오르고 있다.

조형민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를 넘치도록 경험하는 가운데 110주년을 맞아 감격스럽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의 잠자는 영혼과 가정을 깨우고 일으키는 귀한 사명을 감당하며, 주님의 지상명령 성취를 돕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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