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받던 복음 불모지에도 하늘의 소망을
열악한 자연 환경서 불안한 자치생활 … 복음화율은 2% 불과
기독교나라 미국서도 외면된 선교대상 … 상처 치유해야

청교도 정신으로 건국돼 세계 최강을 이룬 나라 미국. 지금도 전 세계에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복음의 중심국가로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 미국에도 소외지역은 있다. 이 소외 집단을 대표하는 계층 중 하나가 인디언들. 그들은 여전히 미국 땅에 살고 있는데도 삶에서나 신앙에서나 미국의 변방이다. 그들 대다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미국 속 아프리카 사람들처럼 되어 버렸다.

5월 19일부터 4박 5일 동안 ‘총회 100회 기념 GMS 미주선교대회’가 열리는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 역시 그런 곳 중 하나다. 복음화율 2%에 불과한 이들에 대한 선교는 절실하다. 미국교회는 일찍이 이곳 선교를 포기하고 떠났으며 현재는 그나마 동질감을 느끼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선교의 맥을 유지하고 있다. 나바호 인디언들의 실상과 선교 현실을 살펴본다.

인디언 보호구역

미국 중서부 애리조나 주와 뉴멕시코, 유타 주, 콜로라도 주의 사각지점에 걸쳐 있는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은 남한의 3분의 2(7만1000㎢에 해당되는 넓은 땅이지만 전부가 해발 평균 20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광활한 황무지다.

1800년대 중반 골드러시가 시작되면서 동부에 거주하던 유럽 이민자들은 서부로 물밀듯이 몰려갔다. 평화롭게 살고 있던 아메리카의 원주인 인디언들은 그들과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나바호 족들은 무력에 밀려 뉴멕시코의 한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고 말았다. 1864년 300마일(500㎞)이 넘는 이 고난의 행군을 나바호족은 ‘Long Walk(먼길)’라고 부르며 지금도 그때를 기념하고 있다. 4년 뒤 비록 나바호족들은 선조들의 얼이 서려있는 모뉴먼트 밸리가 있는 본래의 터전으로 돌아왔으나 비옥한 땅은 다 빼앗기고 그랜드캐년 오른편의 척박한 땅으로 밀려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버려진 사람들

애리조나 주는 겨울에도 따뜻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부 고원 지대에 위치한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은 다르다. 이곳은 연간 강수량이 600㎜ 이하로 농작물을 경작할 수 없는 준 사막의 스텝기후 지역이다. 겨울에는 많은 눈과 매서운 바람이 분다. 다수의 지역은 물 사정과 전력 공급도 좋지 않아 기본적인 생활유지도 어려운 형편이다. 광활한 대지에 우뚝우뚝 솟아있는 사진 속 기암괴석들이 낙원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 그들의 고달픈 삶은 가려져 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인정하는 인디언 부족은 566종족. 그 중 가장 큰 규모인 나바호 보호구역에는 30만여 명의 인디언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 준 사막의 황무지 지역이기 때문에 농사를 지을 환경도 안되지만 보호구역은 토지 소유권이 미국 정부에 있고 규제도 심해 개발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여건이 그러다보니 다른 산업시설도 전무하다. 일거리도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다보니 많은 주민들은 알콜이나 마약에 중독된 채 살아간다. 일각에서는 인디언들이 카지노 사업 등 부양책으로 잘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상 그들은 정부가 지급하는 최저생계비로 살아고 있다. 그나마 나바호 보호구역 안에는 카지노도 없다.

비록 자치구역을 갖고 있다지만 그들은 고유의 전통과 언어 등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이 오로지 현실을 사는 데 급급하며 마약과 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평균 수명이 50세에도 못 미친다. 한 마디로 아프리카의 오지가 최첨단을 자랑하는 미국 안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의 전경.

복음의 불모지

보호구역 안에는 미국교회가 여러 교회들을 세우고 선교사들을 파송했으나 실패로 끝나고 지금은 거의 모두 돌아갔다. 한 손에는 총을, 한손에는 성경책을 들고 들어갔던 백인들에 대한 피해 의식으로 인디언들은 미국인들의 선교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인디언 선교지가 잘못된 선교로 인해 더 어려워진 ‘오전도(誤傳道)’지역이 된 이유가 거기 있다. 그래서 지금 그 교회들은 소수의 교인들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기독교 나라 미국에 산다는 이유로 선교대상으로부터 외면돼 왔다. 인디언 보호구역이 설정 된 이후 미국선교사 외에 제3국에서 파송된 선교사는 없었다.

“인디언들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많은 교회를 세웠고 지금도 이들을 찾아와 돕는 고마운 백인들이 있으나 이들의 마음은 열리지 않습니다. 인디언들은 백인들을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신학교 교수와 목회자로 사역하다 4년 전 이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고 나바호 선교에 뛰어든 이남종 선교사(GMS)의 진단이다.

현재 제3국 선교사로는 이 선교사를 포함하여 소수의 한인 선교사들이 현지 지도자 양성을 비롯한 여러 선교 사역 등을 펼치고 있으며 가끔 단기선교팀들이 방문하여 선교의 도움을 주는 정도다.

인디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언제부터 살고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그들은 그곳의 주인이었다. 그들의 몸속에는 우리 한국인과 동일한 몽골리안의 피가 흐르고 생활 도구(절구, 베틀 등), 언어(헛간, 그네, 꽃신 등), 그리고 놀이문화(실뜨기 등) 속에 우리나라 풍습과 흡사한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한국교회가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다가갈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도 소망은 있다. 이 땅이 소망을 많이 잃었기에 도리어 쉽게 하늘의 소망을 가질 수 있고 복음을 통해서 그 소망은 현실화 될 수 있다. 그래서 알콜중독자가 아닌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될 수 있다. 미주선교대회가 나바호 인디언 땅에서 열리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주 지역은 한동안 선교 대상국에서 제외됐었다. 하지만 소외당하는 나바호 인디언들을 보면서 미주 지역 역시 복음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 인디언 선교에 헌신하고 있는 이남종 선교사(오른쪽).

“인디언 선교는 절실합니다. 미래가 없는 그들에게 복음으로 희망을 심어줘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들은 미국의 화려한 문명 속에 잊혀진 존재들이었습니다. 한국교회가 그들의 친구가 되어 줘야 합니다.”

나바호 인디언들의 비참한 삶에 충격을 받고 4년 전 인디언 선교에 뛰어 든 이남종 선교사는 “인디언들의 비참한 생활과 무기력해진 정신력을 되살리는 길은 복음밖에 없다”며 한국교회가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백인들은 많은 재정과 시간을 투자하여 이들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친구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피부색, 같은 외모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방 친구가 됩니다. 특히 짧은 시간에 경이로운 발전을 이룬 한국에 대해 호기심이 높습니다.”

지난해 인디언들의 애증의 역사와 삶을 조명한 ‘나의 친구 인디언’이라는 선교지침서까지 낸바 있는 이 선교사는 이번 선교대회를 인디언 복음화를 계획하신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내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확신하면서 “선교대회를 통해 인디언 선교가 확장되고 많은 인디언들이 복음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이 선교사는 “더 많은 관심과 함께 선교대회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잘 치러질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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