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통일이 와 있는 것처럼 신학하라”
분단은 죄악의 온상…선지자적 관점으로 교회의 길 가야
먼저 내부 개혁·갱신 진력, 신뢰받는 통일신학 정립해야


남북교류가 거의 없었던 상태에서 개성공단 폐쇄 조치까지 취해져 남북관계는 급랭 상태다. 통일의 길은 점점 멀어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도홍 교수는 교회는 통일을 고대하며 통일이 ‘이미 와 있는 것처럼’ 신학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른바 ‘선취통일론’이다. 통일을 위해 교회가 할 일이 무엇인지 주 교수에게 들어본다. <편집자 주>

 
▲ 주도홍 교수는 남북교류가 원천적으로 막혀있어 통일논의는 한발짝도 나가고 있지 못하다고 안타까와했다. 주 교수는 이런 시점에서 교회는 정부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가능한 사랑과 섬김으로 기도와 지원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기독교통일학회 설립자이며 현재 한국개혁신학회 회장, 백석대 신대원 역사신학 주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통일로 향하는 교회의 길>(CLC), <통일 그 이후>(IVP) 등이 있다.
▲통일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통일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분단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분단은 죄악의 온상입니다. 기독교 신앙으로 보면 분단은 분열, 증오, 정죄, 살인이 안보라는 명목 하에서 합법화되고 있는 현장입니다. 그런 것들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복음의 명령과 대치가 되는 것입니다. 분단은 전쟁의 나라를 지속하고 합리화시킵니다.
분단은 극복해야 할 일입니다. 기독교인들은 통일은 평화와 연결이 되어야 합니다. 평화를 기독교인이 얘기할 때 내적이며 개인적인(마이크로) 평화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광의(매크로)의 평화, 즉 사회 공공의 평화도 매우 중요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로마의 평화가 300년 가까이 지속됐을 때 복음이 세계로 향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통일은 복음전파에 있어서 필요합니다. 분단은 복음 전파를 가로막습니다. 북한 동포에게 복음을 전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신앙을 가질 수 없습니다. 또 세계의 복음화를 위해 평화는 필요합니다. 통일이 되면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중동과 미전도지역으로 까지 가서 더 힘있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평화를 위해서도 통일은 필요합니다. 우리민족은 OECD 국가 중 갈등이 매우 크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이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인해 합리화되고 용인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남북분단의 상황을 넘어서는 일에 역할을 할 때 교회의 수준으로 한층 올라갈 것입니다. 70년간의 묵은 문제를 우리의 십자가로 가져올 때 한국기독교는 제자리에 놓여지게 될 것입니다.
 
▲현재 남북정부간 상호관계와 통일노력 상황은 어떠하다고 진단하고 계십니까?
=금강산에서의 박왕자씨 사건 이후로 남북관계는 단절되었습니다. 5.24 조치로 인해 팽팽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신뢰프로세스니 통일대박론이니를 추진했지만 북핵문제 등으로 다시 가로 막혔습니다. 현 정부는 북한이 말을 들으면 우리도 신뢰하겠다는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남북간 상호관계와 통일노력은 제로이며 마이너스로 가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분단을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남북지도자들이 통일을 구호로만 외치지 말고 정치철학과 소신, 리더십을 발휘해서 남북의 분단을 무너뜨리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루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정치나 한반도에서 가장 큰 정치적 해결문제는 남북분단입니다. 정치가라면 남북분단의 아픔과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여겨야 합니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분단의 땅 한반도로서 정치가로서 함량 미달이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은 것이 유감스럽습니다. 또 총선이 다가오는데 남북 문제를 이용하려는 모습은 없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운동에 어느 정도나 기여하고 있으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까?
=한국교회가 남북관계나 통일운동에 기여하려면 교회가 가야갈 길을 가야 합니다. 정치집단과 맥을 같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의 길을 가야 합니다. 정치와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객관적 거리를 두고 비판적이고 선지자적 관점으로 세상 정치와 분단 문제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바라보아야 길을 갈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진보적 교회는 진보정당과 보수적 교회는 보수정당과 손을 잡고 있으며 동역자와 같이 보입니다.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섬김의 신학, 성육신의 사랑을 가지고 나아가야 합니다. 서독교회가 통일을 이뤄냈던 과정을 보면 동독 지원 창구를 일원화했습니다. 디아코니아 재단을 통해 동독을 도왔습니다. 45년간 서독교회는 동독 교회를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돕고 곁에 있었습니다. 특히 사상범이나 정치범들을 서독교회가 1인당 1억원을 주고 데려왔습니다. 이를 프라이카우프(FREIKAUF, 속전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서독교회는 3만명 가까운 죄수를 사왔습니다. 물론 이 돈의 상당부분은 서독정부가 비밀리에 지원했습니다. 서독은 교회가 전면에 나서서 고아원과 양로원들을 도왔고, 서독정부가 배후에서 정치범들을 구해 왔습니다. 그리고 평화기도회를 열었고 이렇게 45년간 사랑으로 섬기자 동독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동독은 자신들이 약자임을 깨닫게 됐고 그들의 이념과 정치체제를 포기하게 됐습니다.
한국교회는 서독교회와 같이 순수하고 꾸준하게 북한을 도와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돕지 못했다면 반성하고 사랑의 동기로 지원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정부는 대북 NGO의 활동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경제봉쇄가 효과가 없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돕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교회의 대북지원을 허용해야 합니다. 교회는 정치계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갱신되어야 하고 통일 신학과 철학으로 정부를 일깨워야 합니다.
 
▲보수적 한국교회는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체제의 급격한 붕괴를 원하고 있는데 이런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통일준비는 언제든지 하고 있어야 합니다. 북한의 붕괴든 평화통일이든 어떤 형태로 오는 것을 차치하고 항상 준비하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산주의로 인한 한국교회의 아픔과 고난과 핍박의 경험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사회주의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관계를 갖기 어려웠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그리고 땅의 아이디어입니다. 시대마다 보면 시대의 이념들이 있습니다. 공산주의는 그 중의 하나입니다. 19세기의 아이디어입니다. 그런데 복음은 시대, 나라, 지역, 계층을 초월하여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이며 진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데올로기에 얽매인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복음으로 그들을 초대하여 치유하시기를 원하셨습니다. 복음은 이데올로기와 투쟁하는 방법을 취하지 않습니다. 복음은 하늘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아픔과 적대감을 넘어 공산주의자나 자본주의자 모두가 예수님 앞으로 나와 구원받아야 할 존재들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북한의 정권은 불안정합니다. 붕괴의 가능성은 없지 않습니다.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나 급격히 붕괴가 되면 감당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연착륙이 바람직한 것입니다. 북한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회복되고 개혁개방하고 정치가 바뀌고 인권 문제도 개선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 남북한 교류입니다. 교류부터 해야 합니다. 교류가 아예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 그 어떤 논의도 어렵습니다. 교류 단절 상태에서 통일을 원한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입니다.
 
▲북한교회 재건론과 단일기독교단 수립 등을 통일 준비의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더불어 탈북자를 전도 일꾼으로 양성하는 등의 방법론들이 있는데 이런 논의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북한교회 재건론이나 단일교단 수립 등은 한국교회가 현재 상태라면 안될 일입니다. 한국교회가 개혁 갱신되어야 합니다. 회개하고 새로워져야 합니다. 단일기독교단은 현실성이 없다고 봅니다. 단일창구를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선행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탈북자 일꾼 양성은 옳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탈북자들이 가는 것은 네비우스 선교방법과 일치하는 것도 있다. 특히 전도 교육에 실패했다. 탈북자, 즉 남한이주자들을 차별하지 말고 인간 대인간으로 만나고 다른 문화와 언어와 이념을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대해야 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서독교회는 통일이 되면 동독 사람들이 교회로 매우 많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서독에서 잘 교육받은 목회자들이 통일 후 동독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동독인 가운데 10%만이 예수님을 믿고 있습니다. 서독교회가 깨달은 것이 서독 사람들에게 하는 식으로 동독에서 복음을 전한 것이 문제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공산화되고 반기독교 세뇌교육 받은 사람을 위한 전도는 특별해야 했습니다. 북한 전도를 위해서도 특별한 전도 방법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남한 이주자들 내세우는 것도 그 중의 한 방법이 됩니다. 통일이 되면 교회가 부흥할 것이라는 것은 허황된 꿈입니다. 아주 어려운 상황 가운데 교회를 세워나갈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북한체제의 붕괴가 아니더라도 북한체제의 변화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북한의 종교 탄압이나 인권문제, 핵실험이나 국지전적 도발로 대표되는 무력시위 중지 등을 한국교회는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까요?
=다시 말하지만 남북간 교류도 안되는 상태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압박은 할 수 있겠지만 실현성이 없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겸손하고 온유하게 고난당하는 자의 편에 서서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은 교류, 도움, 섬김, 인내어린 관계 등입니다. 인권문제와 결부시키면 북한 정권이 교회를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국내 정치계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교회의 길을 가면서 북한을 상대해야 합니다.
탈북자 선교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브로커 노릇을 하고 교회의 이름으로 돈을 받는 것은 복음 전파와 교회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기에 재고되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구호와 위로의 관점에서 탈북자를 만나야 합니다. 경제적 목적이나 북한을 교란시키고자 하는 사역은 교회가 할 일이 아닙니다. 교회는 국정원이 아닙니다. 또 대북지원이 안되니까 통일기금과 헌금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선순위가 문제입니다. 통일이 된다면 십시일반 돈을 내어 북한 재건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의 갱신이며 통일에 대한 신학과 개념 정립입니다. 복음적 원리가 정립된 후에 통일을 얘기해야 합니다.
 
▲교수님의 통일론을 설명해 주십시오. 교수님은 책과 강의를 통해 선취통일론, 즉 이미의 통일론, 대북NGO 등 민간교류 강화를 통한 통일론을 제시한 것으로 압니다. 또 지역교회와 목회자들이 통일을 위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해 주십시오.
=저의 생각은 이미의 통일론입니다. 통일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북한 사람들을 예수의 복음으로 끌어안고 같이 울고 기도하고 돕는다면 휴전선이 있어도 이미 통일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미 통일을 누리는 자세로 북한을 바라봐야 합니다. 내가 받은 상처를 잊고 오히려 치유자의 모습으로 끝까지 인내하면서 다가가야 합니다.
지역교회는 복음에 입각해서 북한에 대한 관점을 정립해야 합니다. 예수라면 북한을 어떻게 대하실 것인지를 고민하고 남북분단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교회의 갱신과 하나됨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강단에서 통일에 대한 설교와 기도를 해야 합니다. 교회 지도자들은 이념적 편향성을 벗어나서 복음에 입각해서 말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북한 관련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료들도 관심있게 읽어주시고 특정 언론만 치우치게 참고하지 말고 전체적인 조망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숙제는 분단입니다. 정치적인 분단 뿐 아니라 영적 정신적 분단이기도 합니다. 통일을 위해 기여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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