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현장, 신학적 성찰 뿌리 내려야”

현장에 충실한 신학이 가장 강한 생명력…성숙한 토대 구축 중요
‘헬조선 시대’ 희망으로서 기독교역할 모색… ‘인간 존엄성’에 주목

 

▲ 한국기독교학회장 노영상 총장(호남신대)은 “신학이 있는 목회, 목회를 위한 신학이라는 토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와 신학자와의 진지한 대화가 요청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깊이 뿌리내리지 않는 신학은 오래 가지 못한다.”
한국 신학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한국기독교학회 노영상 회장(호남신대 총장·사진)의 말이다. 최근 한국 교회와 신학계가 따로국밥처럼 제 갈 길을 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노영상 회장은 “목회자와 신학자들 사이의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1년 앞둔 상황. 따라서 종교개혁과 관련된 각종 신학세미나와 학술행사가 예상된다.
한국기독교학회도 올해 가을 ‘종교개혁과 후마니타스’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노영상 회장은 지난해 10월 총회에서 제2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한국기독교학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기독교학회는 1970년에 설립됐다. 당시에는 ‘한국신학공동학회’란 이름으로 열렸고 8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 한국 신학계의 가장 전통 있는 통합적 학회라고 보면 된다.
한국기독교학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학회 임원들과 각 지학회 회장들로 구성된 중앙위원회다. 이 중앙위원회를 통해 학회 전반의 일들이 조율되는데, 서로 전공과 성향이 다른 교수들이 서로 융합되어 그간 끈끈한 친교를 이어왔다는 것이 한국기독교학회의 자랑이다.
 
▲한국 신학계와 교회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한국 교회를 위한 신학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장과 상황에 충실한 신학이 가장 강한 생명력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바울은 초대교회의 이단인 유대주의와 영지주의와의 싸움에서 그의 서신들을 전개하였으며,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은 당시 그와 다른 입장인 펠라기우스와 도나티스트 분파 등과의 논쟁을 통해 배태된 신학이었고, 칼빈도 당시 발흥하던 개신교의 신학을 프랑소와 1세에게 변호하기 위해 <기독교강요>를 썼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모두 그 당시의 상황에서 그의 신학적 입장을 진작하였던 것이다. 반면 현장에 깊이 뿌리내리지 않는 신학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한국 신학도 교회적 상황과 현장의 문제에 답하려고 애를 쓸 때 보다 한 단계 성숙한 신학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국 교회 중에 신학을 바탕으로 목회가 전개되는 교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꿩을 잡는 것이 매다”는 식으로 교회를 잘 성장시키면 된다는 입장에서 목회가 수행되어 왔다.
한국 교회는 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목회를 해야 하며, 그래야만 목회의 바탕이 된 신학 중 어떤 것이 문제인지를 바로 평가할 수 있다. 신학이 있는 목회, 목회를 위한 신학이란 토대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런 일을 위해서 목회자와 신학자들 사이의 더 많은 대화가 요청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1년 앞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의미와 한국 신학계가 가져야할 자세는 무엇인가?
=올해와 내년에는 500주년을 기념하는 많은 모임들이 예정되어 있다.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교회의 교권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루터는 오직 주님의 은총으로만 구원을 받는 것임을 강조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오신 분이시지, 인간을 속박하거나 어렵게 하기 위해 오신 분이 아니다.
우리는 이 같은 그리스도의 구원의 의미를 다시 고찰하며, 오늘 우리 교회가 다시 교권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아닌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최근 설교를 위한 실천적 신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목회자들이 설교 준비 때 주의해야 할 신학적 조언을 부탁한다.
=설교를 잘하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우리에게 필요한 설교자는 설교 잘 하는 목회자가 아니라, 주님의 복음을 그대로 전하는 목회자다. 성경을 열심히 읽고 그 성경을 자신의 삶에서 되새겨보며, 그것을 바탕으로 성경의 내용을 교인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 본문을 깊이 묵상하여 그 본문에 입각한 말씀을 담담히 전하는 목회자를 성도들은 고대하고 있다.
 
▲2016년 한국기독교학회의 방향성과 비전, 주요 의제는 무엇인가?
=최근 한국기독교학회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그리고 올해 10월에 있을 공동학회 주제를 ‘종교개혁과 후마니타스:기독교는 ‘헬조선 시대’의 희망을 될 수 있는가‘로 정했다. 라틴어 후마니타스는 ‘인간다움’(인간성)으로 번역된다. 이 주제가 금년 신학계의 좋은 화두가 되었으면 한다.
종교개혁의 중요한 모토들 중에는 오직 은총, 오직 믿음, 오직 성경이란 말들이 포함된다. 중세교회는 인간의 구원을 설명하면서 주님의 은총과 교회적 수단을 합했지만 그것은 바른 교의가 아님을 종교개혁자들을 강조한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의 주장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움을 발견한 르네상스 휴머니즘 사상이 있다. 물론 르네상스 휴머니즘과 종교개혁 사상 사이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있을 것인데, 그것에 대한 자세한 연구는 이번 학회에서 발표될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신에 대한 바른 지식에서 더욱 명료해진다. 신학자 칼빈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우리 자신(인간)을 아는 지식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기독교강요>에서 강조한 바 있다. 하나님에 대한 바른 지식이 인간에 대한 바른 앎과 존엄성에 대한 인식으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말한다. 지옥과 같은 나라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목숨을 끊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구원의 복을 더욱 여실하게 전파하기 위해서는 ‘후마니타스’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헬조선 속에서 인간다움을 상실하고 사는 우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걸러내어 그것에 대한 신학적인 은혜의 말씀을 찾아내는 것이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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