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교회, 폐지 주워 모은 노 권사의 헌금 마중물 삼아 북한고아돕기 전개
원주중부·사랑의교회·진주성남, 소외 이웃 위한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엘리뇨 현상으로 예년 같지 않게 한파는 없지만, 그래도 겨울의 냉기는 시리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보낸 하루, 가장 그리운 것은 따뜻한 아랫목에서 먹는 뜨끈뜨끈한 밥 한 그릇일 것이다.
경기침체로 도움의 손길이 줄어든다는 서글픈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변함없이 사회의 그늘진 곳을 돌아보며 온정의 손길을 전하는 교회들이 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섬김을 사명으로 알고 기꺼이 헌신하는 교회들이 있기에 그래도 우리 사회는 각박하지 않다.
 

▲ 신천교회 송용걸 목사(오른쪽)가 유모차에 폐지를 모으고 있는 노순녀 명예권사를 격려하고 있다.

서울 신천교회 북한고아돕기

두 달 여 쯤 전, 새벽기도회를 인도하던 송용걸 목사(신천교회)는 강단에 바쳐진 헌금 봉투 하나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두툼한 두께 때문이기도 했지만, 헌금의 주인공이 뜻밖의 인물이여서다. 노순녀 권사(87세)는 신천교회가 위치한 서울 잠실동 일대에서 꽤 눈에 익은 사람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낮 가릴 것 없이 낡은 유모차를 끌며 폐지를 줍고 다니기 때문이다. 유모차에 의지해야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의 노구로 하루 온종일 폐지를 줍는 모습을 측은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지만, “꼭 저렇게 해야 하냐”며 못마땅하게 보는 시선도 없지 않았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서러움을 겪으면서도 가난한 노 권사는 폐지 줍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날 새벽 송용걸 목사가 집어든 헌금 봉투에는 다름 아닌 노 권사가 폐지를 주워 한 푼 두 푼 모은 1000원짜리가 가득 들어 있었다. 봉투에는 북한 고아들을 위해 써달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어떤 돈인지 알기에 강단에 선 송 목사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가슴이 벅차 제대로 설교도 못한 것 같아요.”

송 목사는 “북한 고아들을 돕자는 설교 백 번 보다 권사님의 헌신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그날의 감격을 회상했다. 이후 노 권사는 두 차례 더 헌금을 해, 지금까지 총 91만 1000원을 북한고아돕기 명목의 목적헌금으로 드렸다.

노 권사는 성경 속 두 렙돈을 헌금한 가난한 과부와 꼭 닮았다. 33세에 남편을 여의고 자녀 셋을 눈물로 키웠다. 13년 동안 지게질을 한 것을 비롯해 50년 동안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모진 삶을 살았다. 폐지를 주우러 다닌 지는 3년여. 작은 유모차에 가득 폐지를 모아봤자 손에 들어오는 돈은 500원 남짓이었다. 그 돈을 자신을 위해서도, 형편이 넉넉지 못한 자녀들을 위해 쓰지도 않고 고스란히 하나님께 바친 것이다.

“우리 목사님이 새벽마다 북한 고아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를 하세요. 옛날에 아이들 키우면서 못 먹인 생각도 나고, 작지만 하나님께 드리고 싶었어요.” 노 권사는 자신은 볼품없을지라도, 자신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노 권사의 헌신은 교인들에게도 큰 감동으로 전해져 300만원을 선뜻 북한고아돕기 헌금으로 드리는 교인이 나오기도 했다. 신천교회는 노 권사의 헌금을 포함해 1400만원을 지난 12월 25일 성탄예배 때 북한고아돕기 사역을 전개하고 있는 기아대책에 전달했다.

송용걸 목사는 “북한을 향한 눈물의 기도를 하나님만 들으신 게 아니라 권사님도 들으셨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노 권사와 신천교회 성도들의 기도가 담긴 헌금이 북한 고아들을 살리는 생명의 양식이 되길 기원했다.

▲ 원주중부교회 교인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나눠줄 쌀을 나르고 있다.

원주중부교회 따뜻한 밥 나누기

원주중부교회(김미열 목사)는 매년 12월이면 따뜻한 쌀 밥 한 그릇이 아쉬운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랑의 쌀 나누기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원주사랑운동본부(본부장:방성립 장로)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오롯이 교인들의 헌신으로 진행된다. 올해도 11월 22일부터 12월 17일까지 한 달여간 진행된 모금에 전교인이 동참했다.

그리고 12월 18일 원주중부교회 예배당에는 추위를 막아줄 두툼한 옷차림을 한 성도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 예배 주제는 ‘받는 사랑에서 주는 사랑으로’. 예배가 끝난 후 교인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교회 앞마당을 가득 메운 10㎏ 쌀 1000포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각각 차량에 싣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주지역 400여 가정에 쌀을 배달하기 위해 출발했다. 이 쌀들은 교회 인근 무실동과 단계동, 외곽의 흥업면 지역의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원주중부교회의 이러한 쌀 나눔은 김미열 목사가 2003년 교회에 부임 후 ‘하나님을 높이는 교회, 세상을 축복하는 교회’라는 목표로 진행되는 많은 섬김 사역 중 하나이다. 원주사랑운동본부는 ‘세상을 축복하는 교회’ 실천을 위해 지역사회를 돕고 섬길 목적으로 세운 기관이다. 원주사랑운동본부는 사랑의 쌀 1000포 나누기 운동을 비롯해 독거노인 도시락 사역, 거리청소, 장학 사역 등 다양한 나눔 사역을 펼쳐며 세상을 축북하고 있다.

원주사랑운동본부를 담당하고 있는 정효영 목사는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 돌봄과 섬김을 하는 일에 지역 교회들이 함께 힘을 합친다면 더욱 선한 결실이 있을 것”이라며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비롯한 지역 섬김이 원주시 전체 교회가 연합할 수 있는 사역으로 확산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사랑의교회는 지역 주민들과 소외 이웃을 위한 이웃사랑음악회를 개최했다.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이 연주하고 있다.

사랑의교회 소외 이웃 보듬기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가 이웃사랑으로 연말 추위를 녹였다. 사랑의교회는 12월 21일 서초구청 내 저소득 장애인 및 독거어르신, 한 부모 가정 등 1336가구에 6000여만 원 상당의 쌀 2만 8620㎏을 전달했다. 또 중증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을 초청, 음악공연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을 보듬었다.

사랑의교회는 11월 15일부터 3주간에 걸쳐 ‘사랑의 쌀 나누기’ 캠페인을 전개해 성도들에게 쌀 봉투를 나눠줬다. 캠페인에는 4499명의 성도들이 참여해 정성껏 쌀을 가져왔고, 12월 21일 모은 쌀을 조은희 서초구청장에게 전달했다. 사랑의교회는 이와 함께 장애인생활시설 17곳에도 쌀을 전달하고, 와상장애인 66가정을 위해서는 전동침대도 무상 대여했다.

사랑의교회는 1997년 설립한 사랑의복지관에 매년 14억 원씩 지원하며 지역의 소외계층을 섬겨오고 있다. 사랑의 쌀은 1999년부터 올해까지 17년 동안 27만 3690㎏이 모아져, 서초구 저소득 장애인 1만 6221가정, 장애인시설 273곳, 와상장애인 160가정을 지원했다.

사랑의교회는 같은 날 저녁 7시부터는 서초구민과 함께하는 이웃사랑음악회 ‘한빛예술단 Concert 동행’을 개최했다. 한빛예술단(단장:김양수)은 음악적 재능이 있는 중증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전문 연주단이다. 이날 공연에는 시각장애를 가진 특급연주자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으며,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가 터지는 등 감동이 컸다. 특히 공연장을 찾은 소외이웃들과 서초구민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선사했다.

오정현 목사는 “연말을 맞아 사랑의 쌀을 나누고 한빛예술단과 함께 하게 돼 감사하다”며 “사랑의교회가 예배당을 짓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한국사회와 교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영적 공공재로 쓰임받기를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 진주성남교회 관계자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구입한 사랑의 쌀을 평거동사무소를 방문해 동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진주성남교회 사랑의 쌀 나눔

사랑으로 차가운 연말연시를 훈훈하게 달구는데 진주성남교회(양대식 목사)도 동참했다.

진주성남교회는 성탄절을 앞두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의 쌀을 전달했다. 양대식 목사를 비롯한 교역자와 구제위원장 권영인 장로, 사무국장 박윤제 장로 등은 10㎏ 쌀 200포를 직접 구입해 평거동사무소를 방문했다. 동사무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양대식 목사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잘 전달되어 추운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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