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

지난 12월 2일 국회에서 종교인소득항목을 기타소득의 한 항목으로 열거한 소득세법개정안이 통과되었으며,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세법 개정은 종교인의 성직수행이라는 주장보다 종교인소득을 과세대상에 포함하라는 일반 사회여론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상황이다.

일반 사회가 목회직을 성직으로 보아 그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목회직이 사회의 어둡고 낮은 자리로 찾아가는 사랑의 모습이 아니라 큰 교회 건물과 고소득 목회자 등으로 비춰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기독교인으로서 맺은 열매가 무엇인가 곱씹어봐야만 한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모든 종교인은 근로소득이든 기타소득이든 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만 하며, 지급하는 교회가 원천징수하지 않으면 목회자 개인이 다음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미자립 중소형교회의 목회자가 받는 사례비 수준이 근로소득의 면제점 이하여서 세무서가 특별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근로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종교인 스스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의무가 부과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속된 지역교회 이외 다른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받는 사례비도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종합소득신고에 합산해야만 한다.

세금을 내야만 한다는 점에서는 부담이 되지만 이번 세법 개정에서 종교인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신고하여도 받아들이고, 기타소득으로 신고하여도 받아들인다는 점은 세법체계상 말이 안 되는 개정이다.

근로소득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종교인의 반발도 수용하고, 공평과세를 주장하는 일반 사회 요구도 충족하는 절충적인 대안으로 세법 논리상 두고두고 논란이 될 소지를 안게 될 세법개정이다.

세법 논리상 한 가지 사실관계에 기초한 소득을 소득자가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선택하여 신고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하였다는 사실은 종교적 신념을 내세운 종교계의 요청을 수용한 국가의 양보라 판단된다. 일반 사회가 종교계의 미묘한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였다면 이제는 종교인이 국민의 일원으로서 납세의무에 동참하는 것으로 반응할 차례다.

그동안 세법 개정 논의가 나올 때마다 반대한 논의 중 하나는 세금 납부를 입법화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인이 자율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기다려 달라는 주장이었다.

이번 개정세법은 엄격한 과세요건 규정이 아니라 과세항목의 주요 부분이 소득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느슨한 제한적 입법으로 종교계에 부과된 납세의무는 상당히 느슨하다. 어찌 보면 법규라는 돌팔매질을 받으며 어쩔 수 없이 강행법 규정 때문에 밀려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아닌 상황이다.

이는 그 동안 종교인 스스로 자율납세하겠다는 주장을 아직도 실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제기되었던 자율납세 주장의 진정성을 실천할 기회가 아직도 주어진 상황이다. 필요경비가 후하게 보장되는 기타소득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회인과 동일하게 법에서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지만 근로소득세 계산 체계에 맞춰 소득세를 신고·납부함으로 자율납세 주장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음을 감사할 일이다.

이제 소득세 신고납부가 가지는 의미를 교회와 목회자가 결정해야만 할 때다. 부담세액이라는 경제적 판단기준이 아니라 사랑의 가치와 공의의 가치가 소득세 판단기준임을 교회와 목회자가 몸으로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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