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기능명인 도움 받아 25년 동고동락 사모 위해 앞치마 두르고 음식 준비
‘신장 내어 준 사랑에 감사’ 편지와 전한 도시락 “평생의 선물로 기억할 터”


<기독신문>이 성탄절을 맞아 따뜻한 지면 하나를 마련했습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 가정에 추억에 남을 이벤트를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대세가 셰프의 음식이라죠? 그래서 미자립교회 목회자가 요리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내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이름 하여 ‘따뜻한 식탁’입니다.

 
의뢰인, 안윤칠 목사

‘따뜻한 식탁’ 의뢰인은 안윤칠 목사다. 안 목사는 현재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서 하늘소망교회라는 개척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안 목사는 사연이 참 많은 목회자였다. 예기치 않은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다가 지난 2001년 아내인 손영숙 사모로부터 신장을 기증받아 이식수술을 했다. 얼마 전에는 아들에게도 신장을 기증받았단다. 두 번 태어난 인생이기에 주님을 위해 사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2008년도에 개척을 시작했다. 경산에 이어 수성구로 와서 개척을 했지만 미자립의 상황을 쉽게 벗어나질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 목사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은 늘 가슴 깊숙이 자리해 있다. 때마침 결혼 25주년을 코앞에 두고 <따뜻한 식탁>이라는 선물을 아내에게 전해줄 수 있어 기꺼이 의뢰인을 자청했던 것이다.
 

조리기능명인 장영해 대표

안윤칠 목사의 ‘따뜻한 식탁’을 돕기 위해 대구에서 <쿠킹 스튜디오 장>을 운영하는 장영해 대표(경산중앙교회)가 나섰다. 장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요리명인이다. 지난해 약과류에서 ‘조리기능명인’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각종 요리대회나 박람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요리연구가이다. 현재 요리 강습과 대회 출전 외에도 명인들의 요리전시회, 후학양성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아내를 위해 앞치마를 두르다

의뢰인 안윤칠 목사와 조리기능명인 장영해 대표 사이의 짧은 아이스브레이크를 끝내고 곧바로 요리에 돌입했다. 저녁이 되기 전에 아내에게 전달할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둘러야할 판이었다.

오늘 안윤칠 목사가 아내를 위해 준비하는 ‘따뜻한 식탁’의 메인 요리는 ‘전복초’와 소고기 안심으로 만든 ‘찹스테이크’이다. 손영숙 사모가 한식과 고기를 좋아한다는 사전정보를 접한 장영해 대표가 고심 끝에 정한 메뉴다.

그럼 여기서 조리기능명인이 전해주는 황금레시피를 소개한다. “갑자기 웬 레시피까지?”라 하면 섭하다. 우리가 어찌 요리명인을 쉽게 만날 수 있으랴. 단, 여기서는 찹스테이크 레시피만 가볍게 소개한다.

우선 찹스테이크 재료는 안심 300그램, 양파 1/2, 홍피망 1/2개, 노란피망 1/2개, 당근 1/2개, 마늘 5톨, 소금, 후추, 스테이크소스 5큰술, 케첩 3큰술, 타바스코 1.5큰술, 설탕 1/2큰술이다. 여기에 타임 한줄기를 준비하면 금상첨화다. 완성된 찹스테이크 위에 초록의 타임 한 줄기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의 푸드 데코레이션이 되어준다.

안 목사는 장영해 대표의 지도에 따라 찹스테이크 조리를 시작했다. “먼저 고기를 1.5㎝ 크기의 큐브로 썰고, 곧바로 소금과 후추를 뿌려주세요.” 뚝딱뚝딱. “다하셨으면 이제 채소 손질을 이렇게 하세요. 칼 조심하세요.” 장 대표의 친절한 배려에 따라 기본재료 손질을 마쳤다. “이제 중요한 소스를 만들어봅시다. 준비한 소스 재료를 계량해 잘 섞어 주세요. 그 다음 팬에 고기를 볶다가 채소 넣고 함께 볶은 후 소스를 넣어 한소끔 끓여 주세요.” “마지막으로 플레이팅(접시에 음식을 담는다는 의미) 후 타임 한 줄기를 얹어 주세요. 자! 찹스테이크 완성입니다.”

안윤칠 목사는 여러모로 목회사역을 돕는 아내를 위해 음식을 가끔씩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거짓은 아닌 듯 했다. 힘들어 보이는 전복의 어슷썰기도 너끈히 해내는 걸 보면 평소 칼을 잡아본 솜씨임에 틀림없었다. 장영해 대표는 안 목사를 위해 조리를 하는 간간이 남들이 모르는 요리 노하우를 몰래 공개했다. 이런 이벤트 이후에도 사모를 위해 음식을 차릴 경우 보다 쉽고 맛있게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배려에서다.
 
‘따뜻한 식탁’ 하이라이트 드디어 아내에게 대접할 음식이 모두 완성되었고, 도시락에 예쁘게 담았다. 저녁 전에 조리를 끝내야했기에 정신없이 요리를 했는데 도시락에 담긴 음식을 보니 진수성찬이었다. 메인 요리인 전복초와 찹스테이크 외에도 평소 접하기 힘든 녹색의 쌀로 지은 녹미밥에 고운 자줏빛의 비트죽. 그리고 삶은 문어, 새우튀김, 호박전, 시금치, 감자샐러드 등등 고급스런 한정식 한 상이 여기 도시락에 가득 담겼다.

드디어 손영숙 사모에게 진상할 차례만 남았다. 아내가 있는 공부방으로 몰래 가려했으나, 아이들의 학업에 방해될까봐 안 목사는 미리 초등학교 교사인 아들을 불러 잠시 공부방을 보도록 작전을 짰다. 안 목사는 교회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영해 대표의 스튜디오로 아내를 불렀다. “여보, 차 한 잔 합시다. 여기는 만촌네거리 안쪽 골목…”

10여 분 후, 갑작스런 남편의 호출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선 손영숙 사모는 아직까지 이곳으로 부름을 받은 이유를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테이블에 안 목사와 나란히 앉은 사모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니 어리둥절함은 극에 달한다. 드디어 안 목사는 아내에게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사연을 들은 아내는 휘둥그레 눈을 뜨고 감출 수 없는 놀라움과 기쁨에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연신 함박웃음만 자아낼 뿐이었다. 방송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이 이제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에게 벌어진 현실이 믿기지 않았기에 충분히 예상한 반응이었다.

예쁘게 포장된 도시락을 앞에 두고 안윤칠 목사는 몰래 주머니에서 편지지를 꺼내들었다. 사전에 기자와 협의한 또 하나의 이벤트였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 손영숙. 25년 동안 우린 참 많은 일들을 겪었지요…만성신부전이란 청천벽력 같은 병을 진단받고 3년간 투석할 때 내게 많은 힘이 돼 주었던 당신…내가 투석하면서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당신은 흔쾌히 신장을 내어 주겠다고 했지요. 당신 덕분에 신장이식을 받고 건강을 찾게 되었지요. 당신의 큰 사랑, 하루에 다 갚을 수 없음을 잘 압니다. 살아가면서 갚기로 하고 오늘 당신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남편 안윤칠”

편지를 읽는 동안 손영숙 사모는 이 현실이 아직까지 가상으로만 느껴졌는지 웃음으로만 화답했다. 그러나 아내는 가슴으로 남편이 만든 음식과 편지를 받았다. 하루가 지나 손영숙 사모에게 어제의 이벤트에 대한 소감을 재차 물었다. 그녀는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어제의 이벤트를 생각지도 못해서 어리둥절했었고, 평소에도 리액션이 부족한 사람이여서 표현을 제대로 못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이벤트의 주인공이 저여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잠시 잊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왠지 지난 날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늘 자상하신 목사님이시지만 이런 이벤트는 생각을 못했기에 너무 놀랐습니다. 결혼 25주년을 앞둔 날이기도 해서 더더욱 기뻤고, 카스에 올려서 자랑도 했습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저희 가정은 늘 주님으로 인해 만족하며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매일매일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장영해 대표는 “너무 보기 좋아요. 두 분을 위해 함께 요리로 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맛있게 드셔줬으면 좋겠습니다. 금슬 좋은 모습을 보니 부럽고 또한 배우게 됩니다.”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담은 도시락 바구니를 든 안윤칠 목사는 연신 장 대표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아내와 함께 스튜디오를 나섰다.

어둠이 내려앉은 비오는 저녁, 안윤칠 목사는 자신의 우산을 접고 굳이 아내의 우산으로 파고든다. 너무나 당연한 듯 손영숙 사모는 남편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걷는다. 두 사람의 어깨에 빗방울이 떨어져도 그것마저도 25년간 쌓아온 부부의 정 앞에서는 또 다른 이벤트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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