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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닮아가는 목수, 낮은 곳을 향하다[성탄특집] 성구제작자 박승기 집사의 성탄 맞이

장애인 신앙공동체 예온교회서 목공기술 가르치며 재활 돕는 재능 기부
“정성다해 가장 좋은 성구 제작, 필요한 목회현장에 주님의 선물 되고파”


성구제작자들에게 성탄절 무렵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이다. 새해를 산뜻한 모습으로 출발하고자 리모델링이나 새로운 인테리어를 준비하는 교회들로부터 많은 주문이 들어오고, 그 주문에 맞춰 각종 물품들을 제작하려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

‘나무와 꿈’ 공방을 운영하는 박승기 집사(48세·신나는교회)도 마찬가지다. 연말까지 여기저기서 의뢰해온 성구들을 다 만들어내자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공방 운영에 있어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주문만 받고, 집중을 위해 겹치기로 일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주일은 반드시 성수하고, 토요일도 가급적 돈벌이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는 것.

올 성탄절 당일도 일보다 더 소중한데 쓰기로 했다. 모든 바쁜 업무를 제쳐두고, 크리스마스는 아내와 중학생인 두 아들 등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로 정해놓은 것이다. 다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득바득하는 세상에서, 박 집사만큼은 남달리 여유부리며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 예수님 닮은 목수로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는 박승기 집사. 낮은 곳에 내려오셔서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그의 삶도 마음도 더 낮은 곳을 향한 섬김으로 채워진다.

낮은 곳을 향한 재능기부

박 집사가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매일처럼 들르는 곳이 있다. 공방으로부터 차로 15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주 예온교회가 바로 거기다.

예배당 입구부터 강대상까지 박 집사의 흔적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예온교회에서 나무와 관련된 것이라면 대개가 그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작품들이다. 근처를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들이 눈길을 한 번쯤 돌릴법한 교회 마당의 예쁘고 아담한 나무 종탑도 당연히 그의 솜씨이다. 그 종탑에는 지금 반짝반짝 성탄장식들이 빛나고 있다.

예온교회는 과거 ‘밥풀떼기’라는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던 KBS 개그맨 출신의 김정식 목사가 담임하는 장애인 신앙공동체이다. 박 집사와 김 목사는 성구제작 의뢰 관계로 처음 만났다가 지금은 둘도 없는 동역자 관계가 됐다.

특히 작업할 공간을 구하지 못해 곤란한 처지에 있던 박 집사를 위해 김 목사가 지인을 통해 파주 야당역 근처의 건물을 공방으로 쓰도록 주선해주었고, 대신 박 집사에게는 공방 작업 외에 또 다른 일거리가 생겼다. 바로 장애인들에게 목공기술을 가르치는 일이다.

중증장애인들에게 전문적인 목공기술을 가르치기란 과정도 복잡하고, 적잖이 사고의 위험도 따르는지라 꽤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가족목공체험교실을 여는 것이었다. 체험교실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가족들이 협력해 작품 하나씩을 만들어내면서 성취감도 맛보고, 가족 간의 정도 돈독하게 쌓이게 한다. 그 과정에서 가정사로 인한 스트레스나 서로를 향한 어두운 그림자까지 털어내게 된다. 일종의 가족치유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나무와 꿈’과 예온교회가 협력해 장애인 직업재활의 길도 열어가고 있다. 박 집사가 제작한 목공 소품들에 장애인들이 간단한 수작업을 더해 열쇠고리나 탁상용 십자가 같은 상품들을 만들어가는 식이다. 이미 시범적으로 몇 가지 제품들을 만들어 공방에 전시해두기도 했다.

고양파주밀알선교단을 섬기면서 예온교회 협동목사로 사역하는 박성균 목사는 “박승기 집사님의 재능기부 덕택에 장애우들의 일상에 활력이 더해졌고, 공동체 사역도 훨씬 풍성해졌다”면서 “힘겨운 사역 중에 크게 의지가 되는 존재”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예수님 닮은 목수되고파

박승기 집사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기계공학이 전공인 박 집사는 여러 회사를 전전하다 기독출판사인 홍성사에 정착해 10년 넘게 근무해왔다. 본래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직장생활 중 우연히 목공에 관심을 갖게 되어, 홍대 주변의 공방들을 통해서 조금씩 기술을 익히게 됐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가구들을 하나씩 만들어봤는데, 제법 실력이 된다 싶었던지 나중에는 사무실의 책장들을 죄다 만들다시피 했습니다. 이재철 목사님이 100주년기념교회에 부임하실 때는 강대상을 직접 제작해 들여놓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문득 하나님께서 저를 이 일에 부르신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훈련을 통해 제대로 실력을 키운 후 독립된 작업실을 열었지요.”

공방을 차린 후 처음 받은 주문은 경북 구미의 어느 교회에서 헌금함 하나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몇 날 며칠을 힘들게 만들어 직접 차를 몰고 주문지에 헌금함을 배달하고 나니, 모든 비용을 제하고 남는 돈이 1만원이었다.

그 1만원조차 당초 하나님 앞에 약속한대로 십일조로 바쳤다. 박 목사에게 십일조란 수익의 1/10이 아니라, 매출의 1/10이다. 어쩌자고 그런 혹독한 선택을 했을지 궁금해 하자, 스스로 만족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 주님께 대한 감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려서 개척교회를 담임하시던 아버지(박우진 목사)께서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힘들게 목회하시는 분들이 남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정성을 다해 가장 좋은 성구를 제작해 드리고, 이문은 최소화하는 것이 목사님들을 도울 수 있는 저의 최선이라 여기며 열심히 섬기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닮은 목수’가 되고 싶어 닉네임을 ‘예목’으로 정했다는 박 집사, 주님의 성탄이 그의 인생에 선물이었던 것처럼 자신도 누군가를 위한 주님의 선물이 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요즘 TV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산타클로스의 보따리보다 더욱 두툼해보였다.

공방 ‘나무와 꿈’ 이야기

톱과 망치 잡는 손의 신앙고백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가구’ 제작은 평생의 숙제

마치 기적의 현장 같다.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등 갖가지 목재들이 깎이고 다듬어지며 20여 평 작은 공간에서 새롭게 거듭난다.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던 나무 조각들이 하나님을 예배하고 섬기는 도구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파주 운정가구타운 부근에 자리 잡은 ‘나무와 꿈’(Wood & Dream)이라는 이름의 공방에서는 성구들이 아기처럼 탄생한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듯 생산되지 않고, 일일이 정성스러운 수공작업을 통해 오랜 시간을 두고 제작된다는 의미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가구를 만들자는 꿈으로 시작한 공방입니다. 돈을 쫒아가지 않고, 꿈을 쫒아가는 목수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죠. 그래서 저희 집에서 쓰는 가구보다 더 좋은 재료와 품질을 가진 성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품고 있습니다.”

공방의 주인인 박승기 집사에게 ‘나무와 꿈’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터가 아니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교회를 섬기고, 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해 동역하는 하나의 사역지이다. 그래서 톱과 망치를 잡는 그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작업들은 하나의 신앙고백에 다름없다.

처음부터 성구제작 분야에서 시작한 목수의 삶이 아니기에 그의 작업은 조금 더 창의적이고, 틀에 매이지 않는다. 별개의 용도로 쓰이던 물건들을 융합해 ‘필경대헌금함’을 개발하거나, 주일학교 예배를 위한 용도로 ‘좌식강대상’을 만들어낸 것이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실제로 이들 제품은 ‘나무와 꿈’에서 가장 주문이 잦은 상품들이기도 하다.

예술적 수준의 능력을 갖춘 그의 손끝에서는 성구들뿐만 아니라 ‘우드버닝’ 작업을 통해 제작된 성화들, 앙증맞은 크기에 품격까지 갖춘 장식용 소품들, 열쇠고리처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탄생한다. ‘나무와 꿈’ 공방을 직접 방문해보면 이런 물건들을 둘러보며 깨알 같은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온라인 판매나 매장 개설 등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련만 ‘나무와 꿈’은 인터넷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emflaxla2007)를 통해 이미 완성한 성구모델들을 사진으로 소개하며, 전화로 주문을 받는 한정된 방식을 고집한다. 주변에서는 이런 모습에 ‘애초에 돈 벌기 글렀다’며 혀를 차지만, 정작 박 집사 본인은 다른 게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가구’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물음은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한 숙제입니다. 아마도 평생을 걸고 답을 찾아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가능성은 적어보이지만 언젠가 주님이 허락하셔서 형편이 어려운 개척교회들에 헌물을 할 수 있는 날도 오기를 기대합니다.”

정재영 기자  jyjung@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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