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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교도소 담장에 스며든 성탄의 기쁨[성탄특집] 일찍 찾아온 춘천교도소의 성탄절

총회 교정선교위 방문, 성탄축하예배 드리며 따뜻한 위로
“사회적 편견 딛고 예배당 문턱 넘을 수 있도록 깊은 관심을”

 

프롤로그

“주님의 사랑 안에서 목사님께 문안인사 드립니다.

먼저 바쁜 시간 중에도 우리 죄인들에게 하나님의 귀한 말씀으로 늘 은혜 받게 하여주시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목사님께서 저희 죄인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뵈면서 진정으로 거듭난 삶을 살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보기로 했습니다.

저희 죄인들을 이해하고 거듭난 삶을 살도록 도와주시는 목사님이 계시기에 저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주님의 축복이 임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샬롬!”

박상범씨(가명)의 편지가 날아왔다. 박씨는 춘천교도소에서 복역하던 무의탁재소자였다. 춘천교도소 교정목사인 이순동 목사는 박씨가 재소하던 당시 자매결연을 하고 지내던 각별한 사이였다.

매번 만날 때마다 개인적인 고민들을 정성껏 상담하며, 복음과 사랑으로 꼭 안아주던 이 목사와의 만남으로 박상범 씨는 신앙 안에서 조금씩 변화되었다. 형기를 치르고 교도소를 출소한 이후에도 “땀 흘려 일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안부 전화와 신앙 상담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별한 방문자들

12월은 1년 중 가장 설레는 달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성탄(聖誕)이 주는 기쁨이 충만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누구나 누려야 할 축복 중에 축복, 춘천교도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12월 8일 춘천교도소를 방문한 특별한 손님들이 있었다. 성탄을 앞두고 재소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총회 교정선교위원들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평화와 화평으로 가득한 세상이 아니라 죄로 가득한 세상에 사랑으로 찾아오셨듯이, 교정선교위원들도 이 땅에서 가장 춥고 외로우며 죄 많은 사람들과 성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춘천을 찾은 것이다.

이날 춘천의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유난히 따스하고 화창했다. 하지만 이순동 목사의 안내를 받으며, 방문자들이 교도소 안으로 발을 들이자 바깥세상과 확연이 다른 추위가 느껴졌다.

그 추위는 선입견이나 분위기가 자아내는 ‘은유적’인 것이기도 했지만, 예산 문제로 구내 난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훨씬 더 쌀쌀하게 스며드는 ‘실제적’인 것이기도 했다. 재소자들은 여름더위에도, 겨울추위에도 더 강도 깊게 맞닥뜨린다.

두터운 외투를 입고도 옷깃을 더욱 여미던 방문자들의 눈에 드디어 푸른 죄수복 차림의 사람들 모습이 비쳐지기 시작했다. 성탄축하예배에 함께하기 위해 교도소 대강당으로 입장하는 300여명의 재소자 한 명 한 명에 눈길이 쏠렸다. 가족이나 후견인들이 영치품으로 보내준 따뜻한 내복을 차려입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가끔씩 그런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추위를 수의 하나로 견뎌야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 총회 제90회기에 교정선교위원회가 조직된 이후 10여년간 교도소를 방문해 복음을 전하고 있지만, 범죄자에 대한 편견은 사회는 물론 교회에서도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
 

일찍 찾아온 성탄절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합니다.”

10여명의 재소자로 구성된 찬양대가 시편 18편의 내용을 담은 찬송을 부르며 성탄축하예배가 시작됐다. 그 위로 대표기도를 맡은 김경환 장로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하나님, 기록된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는 말씀처럼,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 죄인임을 깨닫고 경건을 회복케 해주시옵소서. 보혈의 힘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하소서. 성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낮고 낮은 자리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하도록 하소서. 마라타나!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설교를 맡은 교정선교위원장 유태영 목사는 이날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성탄의 참뜻을 전하며, 재소자들을 위로하는 말씀을 준비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미래를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가 인생을 좌우합니다. 이 시간 우리 모두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찾아오시는 ‘성탄’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우리의 힘은 지식도, 권력도, 돈에서 오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을 우리 힘으로 삼고, 하나님 안에 있어야 우리의 미래가 보장됩니다. 하나님을 여러분의 힘으로 삼으십시오.”

강단 위에서 선포되던 힘찬 메시지는 “여러분의 미래가 ‘성탄’으로 오신 하나님과 함께하기를, 전능하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라는 축복으로 마무리됐다.

이어진 축하 순서는 ‘고향의 강’ 등으로 이름을 알린 대중가수 출신 남상규 권사, 교정찬양선교단을 이끄는 김영진 목사, 박지희 성도 등이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고,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노래하는 시간들로 꾸며졌다. 일찍 찾아온 춘천교도소의 성탄절은 이렇게 갇힌 자들의 영혼과 가슴 가득히 참 자유와 소망을 채워주었다.

 
에필로그

▲ 춘천교도소에서 복무 중 이순동 교정목사를 통해 복음을 믿고 회심한 박상범씨(가명)가 이 목사에게 보낸 편지.

2시간가량 진행된 예배 중 자리를 떠난 재소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쩌면 이날 생전 처음으로 예배에 참석한 이도, 그저 따분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예배를 구경 온 이도, 진정으로 간절히 구원을 염원하며 그 자리를 찾은 이도 그들 중에 있으리라.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 자리에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고 기꺼이 고난을 당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그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다. 이순동 목사와 같은 사역자들이, 교정선교위원들과 같은 후원자들이 도무지 가능성이나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교도소를 거듭 찾아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겨울 두터운 교도소의 담장 속에서도 성탄의 기쁜 소식이 전파되며 복음의 싹은 계속 자라나 제2, 제3의 박상범씨 같은 열매들을 맺을 것이다. 이순동 목사는 “재소자들은 물론 출소자들까지도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예배당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교회들이 교정선교에 더 폭넓은 이해와 협력의 마음을 보여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봄이 빨리 오는 시내’라는 뜻을 가진 춘천(春川), 그 이름처럼 춘천교도소의 재소자들 마음 마음에 성탄의 기쁜 소식이 따뜻한 봄의 전령처럼 다가오기를. 맑고 시원한 물소리처럼 전파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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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지 말고 적극 품어라”
‘죄인’ 비난 앞서 ‘귀한 생명’, 인식 바꿔야
 

20여 년 교정선교 헌신한이순동 목사

“제가 예수를 믿어도 될까요?”

20여 년 동안 재소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교정선교에 헌신하고 있는 이순동 목사(푸른풀선교회 대표·교정위원)가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을 얻기 위해 조건이 필요한가? 그 조건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전적인 은혜. 그것이 전부임을 대다수의 재소자는 알지 못한다. 세상에서 지은 죄로 차디찬 감옥에 들어가 속죄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재소자들에게 ‘값이 없는 사랑, 대가 없는 용서와 구원’이란 낯설기만 한 것인지도 모른다. 복음으로 성탄의 의미를 재소자들에게 알리고 회심하도록 돕기 위해 이순동 목사는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순동 목사가 교정선교에 뛰어든 것은 뜻밖에도 간경화 때문이었다. 교육목사 시절이었던 1988년 즈음 이 목사는 간경화로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몸무게도 눈에 띄게 줄고, 복수가 차서 잠도 자지 못하고, 겨우 입에 밀어 넣은 미음도 삼키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 때 하나님께 매달리며 기도했습니다. 살려만 주시면 음지에서 빛도 없이 일하겠다고 말입니다.”

그 무렵 교육목사로 섬기고 있던 교회의 여전도사 한 분이 자신이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교도소에 설교를 부탁해왔다. 교도소에 대한 편견 때문에 마땅히 설교를 해줄 목회자를 찾지 못한 탓이었다. 부탁을 받고 찾은 교도소에서 설교를 하면서 이 목사는 그곳에서 하나님께 교정목사로 헌신할 것을 서원했다. 이후 그는 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며 전국 교도소를 돌며, 재소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돌봐줄 이 없는 무의탁재소자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돌보고 상담해오고 있다.

“한 사람이 변화되어 하나님께로 돌아온다면 하나님께서는 그 무엇보다 기뻐하실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르게 신앙으로 가르치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키워내는 것, 그것이 제 사명입니다.”

교정선교를 하면서 이 목사는 ‘편견’이라는 높고 견고한 장애물에 자주 부딪히곤 한다. 대다수 목회자는 재소자들이 ‘죄인’이라는 이유로 선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많은 목회자들이 “범법자를 왜 도와야 하냐”며 비난하기도 한다.

“하나님과 예수님 앞에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때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사회에서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와 있는 재소자들 또한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아야 할 귀한 생명입니다. 예수님께서 죄악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 인류를 용서하고 구원하기 위해 오신 성탄의 의미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랑이야말로 기독교의 본질입니다.”
 

이미영 기자  chopi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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