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설립 영향 선교사 손녀 초청 의미 더해
대대적 리모델링 통해 복음화 토양 튼튼히
“…은둔의 국가도 고립에서 벗어나 세상의 많은 나라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지 거의 한 세대가 되었음에도 이곳 주민들은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 여행로와 통신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의 상류층은 보수적인 사람들 중에서도 보수적인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사람들을 계몽하거나 향상시키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무지와 노예제도 속에서 계속 붙잡아 두고 싶어 했습니다.”
100년 전, 경북 북부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펼쳤던 미북장로교 소속 아서 웰본(한국명 오웰본)이 당시 이 지역 주민들의 성향에 관한 기고를 통해 비춰진 시대상이다.
1909년 10월 C. C. 쏘텔 선교사와 함께 경북 북부지역 선교활동을 한 오웰본 선교사의 행적과 역할에 대해 제대로 정리된 것이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베일에 감춰졌던 오웰본 선교사의 주옥같은 선교행적이 영주시 순흥면 읍내리에 소재한 순흥교회(곽현복 목사)에 의해 소개되어 주목을 받았다. 순흥교회는 오웰본 선교사의 복음전파에 의해 세워진 교회이다.
교회설립 100주년을 맞이한 순흥교회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얼마 전에 가진 학술세미나에 오웰본 선교사의 손녀인 프리실라 에비 여사가 미국에서 참석했다. 에비 여사는 할아버지의 편지와 기고문, 한국 양화진문화원 등의 도움으로 오웰본 선교사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중이다. 때마침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00년 전에 세워진 순흥교회의 초청을 받아 방한한 에비 여사는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정리한 오웰본 선교사의 숨은 이야기보따리를 이렇게 풀어준 것이다.
에비 여사는 할아버지의 안동선교부 부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소소한 에피소드부터 예기치 않게 장티푸스로 별세한 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선교비를 아끼기 위해 편한 가마를 마다하고 나귀를 타고 전도활동을 다니던 중 여러 차례 낙마한 사건들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짠한 감동과 함께 감사의 눈물을 훔쳤다.
에비 여사는 “할아버지가 선교하던 그 선교지에 마치 나 자신이 그 시절로 돌아가 선교하는 것과 같은 감동을 받았다. 이번 방문을 통해 할아버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는 고백을 했다.
순흥교회는 교회설립 100주년의 해에 최초 복음을 전한 선교사 후손의 방문으로 더할 나위없게 의미 있는 기념행사를 치렀다. 농촌의 작은 교회가 이처럼 신앙의 뿌리를 찾으려 노력한 이유는 단 하나. 생명을 바쳐 헌신한 선교사의 복음열정을 기억하고, 믿음의 역사를 이어가며 피폐해가는 농촌교회의 어려움을 너끈히 이겨내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순흥교회의 이같은 의지는 100주년의 해를 전후해 잘 드러나고 있다. 최근 순흥교회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당초 낡은 예배당만 고치려 시작한 것이, 내친 김에 교육관과 식당까지 교회의 모든 공간을 고쳤다. 이 공사로 단층이었던 예배당도 2층 건물로 탈바꿈됐다. 농촌교회로서는 결코 작지 않은 일을 해낸 것이다.
교회 구성원 평균 연령이 73세이고, 인구가 줄어드는 그야말로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충분히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어떠한 잡음도 없이 은혜롭게 진행된 것에 대해 교회 구성원 서로가 감사해하고 있다.
“환경을 둘러보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현실만 탓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교회의 자립과 지역복음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입지가 좋은 교회의 장점을 살려 전국 교회의 수련회 장소로 활용해 한국교회의 다음세대를 살리는 동시에 교회의 자립에도 일면 도움이 되기 위해 리모델링을 실시했습니다.”
곽현복 목사 말에서 순흥교회 성도들의 변화의 의지가 얼마나 절박하고, 큰 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10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가진 신앙의 뿌리 찾기는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지난 7월 인도 방갈로의 안트라 브라테스주 아트마구루지역에 교회를 세운 바 있다.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복음에 대해 진 빚을 갚는 심정으로 농촌교회가 선교지에 교회를 세우는 일에 기꺼이 동참한 열매였다. 이외에도 새로운 100년을 이끌어 갈 일꾼도 세웠고, 지역복음화를 위한 노인대학도 더욱 알차게 운영하고 있다.
순흥교회 마당에는 수령이 무려 500년 이상 된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영주시에서 나무를 관리할 정도로 지역의 볼거리이며, 행인들에게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참 고마운 나무다. 순흥교회 역시 삭막한 시대에 영적인 위로를 주는 교회가 되기 위해 100주년의 의미 있는 해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