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과 나눔으로 호흡하는 교회여야 건강”

교회 내 다양한 공간 마련 “종합선물세트 받았다” 지역민 평가에 보람
지역의 필요와 요구 정확히 평가·반영해온 봉사사역 전통 계승·발전
하나님 역사 믿으며 낮은 자세로 섬기면 놀라운 변화의 은혜 있을 것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수많은 섬김과 봉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섬김의 결실을 맺는 교회는 드물다. 인천제2교회는 봉사를 통해 선한 열매를 맺으려면 눈물로 씨를 뿌리고 오래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이건영 담임목사로부터 제2교회의 섬김 사역과 한국교회의 섬김의 자세에 대해 들어본다.<편집자 주>

 진행=강석근 편집국장 / 정리=노충헌 기자
 
 


강석근 편집국장(이하 강 국장) : 인천제2교회 하면 1948년 설립 이래 단 세분의 목회자가 위임받아 섬기는 은혜로운 교회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리더십 이양도 늘 주목을 받았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건영 목사(이하 이 목사) : 리더십 이양을 위해 교회가 미리 준비했고 그대로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원로 목사이신 이삼성 목사님은 교단적으로 목회자 정년제가 시행되기 전에 스스로 70세에 은퇴하시겠다고 발표하시고 정년을 4년 앞둔 시점에서 후임자를 결정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3년간 유학 보내주셨습니다. 저는 한인교회를 섬기지 않고 반드시 돌아온다는 서약을 하고 미국 리폼드신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돌아와서 이 목사님은 저를 1년간 더 담임 목회자 훈련을 시켜주셨습니다. 교인들은 제가 담임목회자가 되기 전까지 저를 위해 충분히 기도해 주셨습니다. 원로목사님과 당회가 미리 준비하고 공표한대로 신실하게 약속을 지켜주셔서 은혜롭게 목회이양을 받았습니다.

강 국장 : 인천제2교회는 수많은 섬김의 사역을 오랫동안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역도 많이 할 수 있는데 지역 섬김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이 목사 : 교회의 섬김 사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역사회에 개방되어 있는 헬스장이 있습니다. 또 1만1000권의 신간을 갖추고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 있습니다. 이 꿈나래도서관이 개관할 당시 중구의 원도심 지역에는 어린이도서관이 전혀 없었습니다. 어린이도서관에 원장과 사서를 세우고, 검수위원과 함께 좋은 책을 비치하도록 했습니다. 일반의 예상과 달리 비기독교서적을 90% 갖추게 했습니다. 수십 개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들이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삼일특수교육센터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린이부터 중학 2학년 연령까지의 장애아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매우 저렴하지만 수준 높은 교사들이 학생들을 1대 1로 정성껏 돌보고 있어서 현재 대기자가 70여 명에 이를 만큼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목욕탕도 있습니다. 일반 목욕탕에 갈 수도 없을 정도로 어려운 분들을 위해 화요일(남자)과 목요일(여자)에 개방하고 있습니다. 목욕하시는 동안 나눔과섬김을위한 세탁소에서 이분들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목욕을 마치시면 입고 가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교회에서 식사도 하시고 가시도록 합니다. 목욕하러 오신 어르신들이 “우리는 종합선물세트를 받고 간다”면서 기뻐하십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의료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라도 소정의 교육을 받으면 집사로 인정해 드립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신 이후도 매년 한번씩 심방을 가서 힘드신 것은 없는지,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보살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1년에 한번씩 현지를 3권역으로 나눠서 빠짐없이 심방을 다녀왔습니다.

미용실도 있습니다. 짜장면 봉사대도 있습니다. 트럭 두 대에 최대 2시간 만에 1500그릇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습니다. 인력 시장 3곳에 가서 떡과 복음을 전하는 사역도 합니다. 결식학생을 위해 식당을 정해 놓고 방학 불문하고 식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엄청난 금액이 나와서 고민했지만 이제 정착됐습니다.

반찬 택배팀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글학교도 계절별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장학사업도 합니다. 이렇게 교회가 하는 사역을 따져보면 총 22종류가 됩니다. 재정이 꽤 들어가지만 저희는 시청이나 구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저와 당회원들은 재정을 아껴써서 남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사용하면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교인들이 감동하여 더 풍족하게 채워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해왔습니다. 그리고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강 국장 : 예배당을 신축할 때 4000석으로 계획했다가 1700여석 규모로 줄였습니다. 또 사택 공간에 농구장과 헬스장을 설치하여 당시에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목사 :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배당 좌석 규모를 줄인 것은 지역적인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4000석은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희 교회 인근에는 공구상가가 500여개나 밀집해 있습니다. 성도의 5%만이 걸어서 교회에 나옵니다. 주위에 아파트촌 하나 없습니다. 신도시도 아닙니다. 그래서 1750석 규모로 축소했습니다. 필요하면 예배드리는 횟수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단 부속건물은 본당보다 더 좋게 짓자고 말씀했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선용하는 용도로 잘 쓰인다면 그것이 좋은 건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육관 꼭대기인 8층은 원래 사택과 정원을 넣기로 설계했습니다. 배려는 감사하나 저희 가족이 지내기에는 과분하다고 생각해 극구 사양을 했습니다. 그래서 농구장과 헬스장을 배치했습니다. 예배당을 지을 계획을 세웠을 때 구 성전에 있었던 삼일특수학교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공사 기간이 2년 예상됐는데 저희는 센터 공사가 끝난 다음 예배당 건축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수센터를 지어 입당한 다음에야 교회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강 국장 : 교회가 섬김의 사역을 하는데 전통과 분위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회의 섬김의 전통을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이 목사 : 아마 다른 교회라면 교회 안에 목욕탕을 만들자고 하면 성사가 됐을까요? 그런데 저희 교회는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또 하나의 봉사사역을 시작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 선대 목사님들이 섬김과 나눔의 전통을 잘 만들어놓으셨기 때문입니다. 이승길 목사님은 전쟁으로 미망인이 된 이들을 위해 1953년 마르다 모자원을 설립하셨습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시면서 미망인 가족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싶은 물건을 주워오셨습니다. 2대 이삼성 목사님은 삼일유치원을 시작하셨는데 당시 교회가 유치원 사역을 하는 예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반인이 보기에 깜짝 놀랄 정도로 수준 높게 운영하셨습니다. 우리의 섬김의 사역은 초창기 때부터 해온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봉사의 사역을 시작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강 국장 : 지역을 섬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목사 : 예수님을 본받고자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하신 사역을 저희는 흉내라도 낸다는 심정으로 온 성도들이 헌신 봉사하고 있습니다. 봉사가 최종 목적은 아닙니다. 전도와 선교를 통해 영혼 구원을 하는 것이 우리의 주된 목적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교회 건축 때 반석이 나와서 포클레인을 사용하고 심지어 폭약을 터뜨리면서 상당히 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나 주위에서 한 번도 민원이나 시위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주민들에게 “지금까지 교회가 좋은 일을 많이 했고 앞으로도 많이 할 것이니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듣고 감사했습니다.
 
강 국장 : 잘 섬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섬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교회들도 적지 않을 것 같고, 섬긴다고 하지만 결실이 미흡한 교회도 있을 줄로 압니다.

이 목사 : 지역의 관공서가 돌보지 못하는 틈새를 공략해야 합니다. 저희 교회가 속해있는 중구의 경우도 낙후됐다고 하지만 사실 시와 구에서 많은 구제 활동을 합니다. 저희는 틈새시장을 보았습니다.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어야겠다고 착안했을 때 다른 어린이도서관이 없었습니다. 짜장면 봉사대, 목욕탕, 연탄보일러 교체 등도 틈새사역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교회의 섬김 사역 때문에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지역민들의 항의를 받지 않았습니다. 섬김이 오히려 시빗거리가 되어 주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도록 사역하기 전에 연구했습니다. 연구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현장 답사를 한 뒤 시작했습니다.
 
강 국장 : 예수님은 낮은 자로 오셨는데 요즘 목회자들은 높은 자로 대접받기를 원합니다. 추락하는 한국교회의 원인 중에 이 부분도 포함된다고 생각하는데 목사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 목사 : 이제 목사님들이 조금 성육신해야 할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낮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권력이라든지 명예라든지 부라든지 성품이라든지 모든 부분에서 낮아져야 합니다. 낮아진 것의 결실은 일치로 드러나야 합니다. 교계적으로도 하나의 우산 속에 기관들이 들어가야 합니다. 대정부 대응을 하기 위해 하나의 창구를 만들고 대표를 선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신학적인 일치를 뜻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강 국장 : 목회자들은 노회나 총회 그리고 한국교회를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요.

이 목사 : 지금 한국교회에는 회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를 위해 목회자들은 상식이 통하는 목회자로 변해야 합니다. 상식이 통하는 언행을 하여야 합니다. 믿지 않는 분들이 봤을 때 목회자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목회자들이 때로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면서 스스로는 모르거나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교단은 비대해졌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최근 발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하나님이 지금 역사하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교단과 한국교회를 다이어트 시키셔서 건강케 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강 국장 : 목사님은 교회갱신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한국교회가 국가와 민족을 바로 섬기는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건영 목사는 섬김은 예수님의 본을 따르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천제2교회의 자랑하지 않는 헌신적 봉사는 지역사회를 감동시키고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 목사 : 교회갱신협의회는 오랫동안 제도권 밖에서 개혁을 외치다가 최근에는 제도권 안에 들어가서 교단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치 초년병이므로 능숙하지 못하여 기대감을 채우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금전이나 명예 문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분은 없는 줄로 압니다. 일부의 미숙함을 가지고 교갱협 전체를 비판하지 말고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십시오. 변질되지 않고 선명하게 일해 나갈 것입니다.

다시 섬김과 나눔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교회의 규모에 맞게끔 흉내라도 내야 합니다. 교회 규모와 지역 특성에 맞게 섬김과 나눔이 진행되어야 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바뀔 수 있습니다. 교회는 지역사회와 같이 가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갱신하려면 성도들에 앞서 목회자가 갱신되어야 합니다. 좀 불편해도 하나님의 역사를 믿으면서 낮아지고 섬긴다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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