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을 앞둔 진안 두남교회 예배당이 군산 충진교회 성도들이 전해준 사랑의 수고로 환하게 밝혀졌다.

군산 충진교회 도움으로 성탄장식 불 밝혀
“농촌 향한 속 깊은 마음, 복음으로 보답할 터”


성탄절을 앞두고 예배당을 장식하는 것. 뭐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심지어 도시교회 중에서는 에너지 소비며 빛 공해 유발 등의 이유를 들어 아예 관심을 안 두는 경우까지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성탄을 축하하는 마음 담아 장식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존재한다.

진안 두남교회(강갑주 목사)의 형편이 그렇다. 산골짜기 깊은 동네교회에 젊은 사람은 없고, 담임목사는 건강이 좋지 못하다. 성탄절이 다가올 때면 마을에서 분위기를 좀 내고 싶지만 해줄 사람도, 그렇게 할 만 한 돈도 구하기 힘들다.

어려운 목회환경에 지병과도 싸워가며 그동안 두남교회 사역을 통해 여러 가지 기적 같은 일들을 해낸 강 목사이지만 성탄장식 만큼은 도저히 혼자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작업이었다. 연말이 다가오면 이 문제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기대와 포기를 반복해야 했다.

응원군은 모름지기 이런 상황에서 홀연히 나타나주어야 한다. 그것도 전혀 뜻밖의 곳에서 영웅처럼 말이다. 물론 그런 일이 현실에서 자주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두남교회에는 준비된 축복이 있었다. 멀리 군산에서 충진교회(이재균 목사)가 히어로 역할을 떡하니 맡아준 것이다.

두 교회 사이에 무슨 깊은 사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담임목사들 사이에는 여태까지 일면식도 없었다. 단지 몇 년 전 충진교회 교우들 몇이서 신앙수련 차 진안에 찾아갔다가 두남교회 신세를 진 일이 전부이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이 서로의 뇌리에 남았고, 그 기억을 간직한 충진교회 교우들 몇 명이서 오랜만에 다시 진안을 찾아왔다. 온갖 색깔의 전구가 가득 달린 전깃줄과 장비들을 짊어지고 말이다.

▲ 진안 두남교회 예배당에서 성탄장식을 하는 군산 충진교회 봉사단의 모습.

충진교회는 매년 연말이 되면 작은 농촌교회들을 위해 성탄장식을 대신 해주는 사역을 펼친다. 남전도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성탄절을 앞둔 농촌교회 예배당을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꾸며주는 것이다. 비용도 인력도 손수 도맡아줄 뿐 아니라, 나중에 철거하는 일까지 처리해준다.

“우리 교회가 성탄장식을 제법 잘 한다고 군산지역에서는 칭찬을 받아왔거든요. 교우들의 그 좋은 달란트를 농촌교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어 시작한 사역입니다. 봉사하는 교우들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재균 목사의 설명이다.

그렇게 성탄을 한 달 앞 둔 11월 24일 두남교회 주변에는 대공사가 벌어졌다. 종탑부터 담장까지 여러 개의 전등줄이 만국기처럼 펼쳐졌고, 예배당 앞 벚나무 일곱 그루에는 예쁜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4년째 고장나있던 교회당 꼭대기 네온 십자가 불빛도 다시 밝혀졌다.

마을이 온통 화사해졌다. 아기예수 나신 기쁜 계절이 돌아오고 있음을 이제 교우들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가 제대로 느끼게 됐다. 전주와 용담댐 사이를 잇는 주변 도로를 지나가던 차량들도 잠시 멈추고 구경할 만큼 멋진 광경이 내년 설까지 계속 펼쳐질 것이다.

강갑주 목사는 “멀리 도시교회에서 전해진 사랑은 작은 농촌교회를 빛내줄 뿐 아니라 전도 효과까지 일어나게 했다”면서 “충진교회를 향한 감사의 마음 언제까지나 잊지 않고 더욱 열심히 목회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전 베들레헴 마구간처럼 두남교회의 이번 크리스마스는 평화롭고 아름다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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