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서공회 24일 창립 120주년 기념예배 학술심포지엄 성경전시회 개최
120년 동안 줄곧 말씀 전파를 위해 외길을 걸었다. 1895년 영국성서공회 한국지부가 설립되면서 시작된 한국의 성서사업은 오늘날까지 한 시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언더우드 등 국내 선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성서번역위원회는 1900년 <신약젼셔>을 펴내며 이 땅에 복음의 빛을 비췄다.
민족의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성서사업은 계속됐다. 국권을 잃은 다음해인 1911년에 <셩경젼셔>가 번역·보급됐으며,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피난지에서 <개역한글판>을 출판했다. 이렇듯 꾸준히 진행된 성경 보급은 민족 부흥의 초석이 되었다. 이제 새로운 120년을 바라보며 대한성서공회가 전 세계 복음화라는 보다 커다란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창립 120주년을 맞은 대한성서공회(이사장:이정익 목사)가 11월 24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기념예배를 드리고, 학술 심포지엄과 성서전시회를 개최했다.
기념예배는 김동권 목사(진주교회 원로)와 이사장 이정익 목사 등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스코틀랜드성서공회 일레인 던컨 총무, 일본성서공회 마코토 와타베 총무 등 세계 성서공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아름답도다, 복음 반포 120년!’이라는 제하의 설교를 전한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원로)는 “성경은 우리에게 자유와 평화 그리고 평온의 하나님을 가장 잘 전해주는 말씀이다. 또한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우리들이 다시 말씀을 전파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하나님께서 주신 이 복된 소식을 전하는 삶, 성경을 연구하고 번역하고 전 세계에 반포하는 모든 사람의 아름다운 발걸음, 이것이 가장 복된 하나님의 은총이다”고 권면했다.
세계 성서공회 관계자들은 그들의 동역자를 격려했다. 대한성서공회 창립 초기부터 도움을 준 스코틀랜드성서공회의 일레인 던컨 총무와 대한성서공회의 도움으로 성장한 탄자니아성서공회의 므쿵가 므팅겔레 총무가 축사를 전했다. 또한 던컨 총무는 창립 12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컵을, 므팅겔레 총무는 축하패와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어진 학술 심포지엄은 ‘한글 성경 번역과 보급의 역사’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가 사회를 맡고, 박동현 목사(전 장신대 교수)와 옥성득 교수(UCLA)가 각각 ‘한국교회에서 개역성경이 갖는 의의’ ‘대한성서공회 120주년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발제자들은 대한성서공회의 △성경 번역·보급의 배경과 동기 △역사적 과정과 현재 상황 △세계 성서운동에 기여한 점 등을 살펴보면서, 앞으로 대한성서공회가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
옥성득 교수는 “국내 사업에서 과거 성서 보급에 힘을 기울었다면, 이제는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성경을 공부하고 활용하는 교회 생태계를 창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해외 사업에 있어서도 단순히 성경을 제작·보급하거나 번역 출판 반포의 기술을 전수하는 수준을 넘어, 협력 관계를 확대해나가 다양한 성경 콘텐츠 개발과 같은 창조적인 방법으로 현지의 필요를 채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옥 교수는 다음세대를 위해 다양한 성서 게임과 웹툰 등의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입체성서 등의 새로운 미디어 개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하루만 열린 ‘한글 성서 전시회’도 성황을 이뤘다. 무엇보다 전시된 73종의 한글 성경이 최초로 공개되는 자리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었다. 특히 최초의 우리말 단편인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1882년)와 최초의 우리말 신약성서인 <예수셩교젼셔>(1887년)를 비롯해 <신약젼셔>(1900년) 최초의 우리말 완역 <셩경젼셔>(1911년) 등에 참석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권의현 사장은 “이번 한글 성서 전시회는 선대로부터 믿음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성경을 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아울러 성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