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현교회 장로로 재직,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무 성실히 이행

▲ 김영삼 대통령 내외가 1994년 성탄절에 취임 전 출석하던 충현교회를 찾아 성탄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11월 22일 88세를 일기로 소천했다.

1927년 경남 거제 출신인 김 전 대통령은 예장합동 교단 소속인 충현교회 장로로 재직 중, 1992년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충현교회 성도들 앞에서 “앞으로 민족복음화와 세계선교, 그리고 남북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미력이나마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겸손히 소감을 밝혔다.

생전에 5개 교회를 개척해서 설립했던 부친 김홍조 옹(2008년 작고)의 신앙을 물려받은 김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정치활동을 하던 중 1965년 충현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해서 바쁜 일정 중에도 신앙생활에 모범을 보여 1972년 집사 임직에 이어 1977년 장로로 피택됐다. 장학위원회와 세계선교위원회 등에 속해 활동했으며 충현교회 소식지인 <주간충현>을 통해 자신의 신앙관을 자주 역설했다. 특히 선교에 대한 비전과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인 1992년 9월에 쓴 ‘기독교인의 사회 참여’라는 특별기고에서 그는 “기독교인이라면 나라를 사랑하는 강력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나라사랑하는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다”면서 “봉사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서나 언제나 찾아 나서는 것이 기독교인의 기쁨이고 보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충현교회 출석 때 주일예배에 빠진 적이 없었으며 대통령에 당선된 후 김창인 목사 등을 초청해서 자택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렸다. 또 대통령 관저로 들어간 이후에도 일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예배를 계속하는 열심을 보였다. 교회가 드문 선교지에 갔을 때는 집으로 선교사를 초청하여 말씀을 듣고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 한국 경제계를 새롭게 재편한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를 실시한 것은 그의 신앙적 바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2년제에 머물렀던 신학대학을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시키는 정책도 이때 나왔다. 한편 기독교 군목들이 주류를 이뤘던 군종병과에 원불교 군종장교가 활동하도록 문호를 열기도 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김 전 대통령은 신앙의 바탕 아래서 민주화운동의 구심적 역할을 감당해서 주목받았다. 1954년 만 25세의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9선 의원을 지냈으며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 반대와 전두환 정부에 대항하다가 초산테러와 3년간의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다. 1998년 대통령 직에서 퇴임했으며 퇴임 후에는 상도동 자택 근처의 교회에 출석했다. 최근 폐렴 증세로 장기간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자택에서 가료했다.

김 대통령의 장례는 11월 26일까지 5일간 국가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시신은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다.

전 충현교회 담임이었던 신성종 목사는 “고통이 없는 하늘나라에서 안식하시기를 바란다”면서 “김 대통령은 세간에 알려졌던 것보다 순수하고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을 가졌고 실천했던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한국 사회와 기독교계는 일제히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총회장 박무용 목사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게 되어 한국교회와 함께 깊이 애도하며 역사적 전환기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고인의 뜻을 기리며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박 총회장은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을 이끈 민주주의의 산 증인이며 거목이었다”면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어려운 국정을 살피며 아침 저녁으로 하나님께 시간을 정하며 기도했던 믿음의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양병희 목사)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에 변화와 개혁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김영주 목사)도 “군부독재의 정치적 핍박 속에서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한 일에 전 인생을 헌신한 분”이라고 전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이영훈 목사)는 “고인의 뜻과 정신이 후대에 길이 계승되고 성취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노충헌 기자 mission@kidok.com
정형권 기자 hkjung@kidok.com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