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신대원 최홍석 교수 18일 담백한 은퇴예배
절제와 겸손의 성품 반영, ‘아름다운 퇴장’ 실천


총신대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로 31년간 후학들을 가르쳤던 최홍석 교수(65세)가 11월 18일 은퇴했다.

최 교수는 양지캠퍼스 100주년기념예배당에서 열린 은퇴감사예배에서 본인이 사회를 보고 본인이 말씀을 전했다. 별도의 사회자가 나서서 최 교수의 약력과 업적을 거창하게 소개하는 순서를 갖지 않았고 퇴임 기념 논문을 증정하는 차례도 없었다. 언 듯 봐서는 날마다 총신신대원에서 드리는 학생들의 경건예배와 다를 바 없었다.

은퇴 교수를 기념하는 논문은 분기마다 학교에서 발간하는 <신학지남>에 후배교수들이 글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평소의 경건예배와 달랐던 것은 단 한 가지, 즉 학교에서 은퇴교수들에게 소정의 선물을 증정하는 순서를 가졌다는 것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이 불필요하고 야단스러운 것을 저어하는 최 교수의 강력한 주장 때문에 생략된 것이었다.

은퇴예배에서 최홍석 교수는 히브리서 4장을 본문으로 ‘약속이 남아있을지라도’라는 제목의 설교를 했다. 최 교수는 “하나님에 대한 거룩한 두려움을 가지고 복음을 현재적으로 살아야 한다”면서 “은혜의 보좌 앞에 늘 가까이 나가 예수님을 깊이 생각하는 사역자들이 되라”고 당부했다.

최홍석 교수는 경남 거창출신으로 거창읍교회에 출석했으며 거창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양공대를 졸업하고 1975년 총신대신학연구원에 입학했으며 네덜란드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총신대신대원 조직신학 교수로 부임하여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외부학회에 나가서 발표하는 일이 거의 없었고 수련회나 컨퍼런스에 가서 강의나 설교를 하는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러한 성실함으로 그는 지금까지 8권의 저술과 60편이 넘는 논문들을 발표했다. 신론, 인간론, 교회론 등 조직신학 제분야를 망라해서 개혁주의 신학을 세워갔다.

최홍석 교수는 총신대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교수’, ‘총신의 성자’라고 불린다. 이 때문에 각박한 사제 관계 속에서도 그의 퇴임에 눈물 흘리는 제자들이 유독 많았고 퇴임 식 때는 서울에 있는 총신대 직원들까지 자발적으로 찾아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최 교수에 대한 일화는 매우 많다. 분명한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겸손하고 온유한 인격자라는 것이다. <신학지남>에 실은 글에서 총신신대원 조직신학과 이상웅 교수는 “1990년대 초반 수업수간에 최 교수가 눈이 충혈된 채로 들어와서 어느 과정에서 있었던 부정행위에 대해 의분을 표하였다. ‘차라리 땅을 파는 농부가 될 것이지 왜 그런 식으로 목회자가 되려고 하는가’ 대략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최 교수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고 이어 엔진을 단 자전거, 그 후엔 작은 오토바이를 탔으며 프라이드를 오래 타다가 아토즈로 바꾸어 15년 이상 운행했다. 최근에는 학교 버스를 타고 사당과 양지를 오가면서 강의를 해왔다. 자전거를 타고 다녔을 때는 학생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하면 반드시 자전거에 내려서 깍듯이 인사를 받았다거나, 매우 드물게 외부 강연을 나가면 ‘저는 학교에서 받는 녹으로 부족함 없이 살고 있다’는 말로 강사료를 극구 사양했다는 이야기 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일화 가운데 하나다.

최홍석 교수는 “퇴직 후에 무엇을 할지 묻는 이가 많다”면서 “저는 스스로 계획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님이 기회를 주시고 인도하시는 대로 이 일도 저 일도 할 수 있을 것이며 저의 삶이 열려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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