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은퇴 앞둔 신촌성결교회 이정익 목사

성도 의견 적극 반영, 제2의 도약기로 삼아야

각 교단의 내로라하는 교회들이 목회이양을 준비하고 있다. 90년대 1차 목회이양 이후 2차로 진행되는 목회이양이 어떻게 진행될 지 초미의 관심사다.<본지 11월 4일자 참조> 그 중에서도 신촌성결교회는 1991년 순조로운 리더십 교체를 한 뒤 또 다시 새로운 목회이양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방식과 다르게 청빙위원회에 대부분의 절차를 맡겨 진행하는 중이다.
내년 6월 은퇴를 앞둔 신촌성결교회 이정익 목사는 “지금 시대에는 리더십 교체에 성도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은 목사의 생리를 잘 아는 목회자가 하는 것이 가장 바른 목회이양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목회이양을 잘못해서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면, 그 교회는 20년 후퇴한다. 원로 목회자와 후임 목회자는 물론 당회와 성도들 모두 자신을 생각하지 말고, 교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익 목사를 11월 18일 신촌성결교회에서 만나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목회이양의 방향과 교회에 자세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1990~2000년대 한국 대형교회들은 일제히 후임자를 청빙했다. 당시에는 성도들의 의견반영보다 강력한 지도력을 갖고 있는 담임목사 중심으로 후임자를 선정했고, 또 일부 대형교회는 아들 혹은 사위가 후임을 맡으며 ‘교회세습’이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해외 한인교회에 시무하던 젊은 목회자들이 대형교회 후임으로 부임하는 모습도 이때 생겨났다. 과거 대형교회의 목회이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당시에는 목회이양의 좋은 본보기가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권위적으로 목회를 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세습도 나왔다. 그 후유증이 길어 지금까지 영향을 끼친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그 때 시행착오를 보고 오늘 목회이양의 새로운 모델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1990년대 목회이양 이후 원로목회자와 담임목회자의 갈등으로 여러 교회가 분쟁을 겪었고, 지금도 많은 교회에서 원로 목회자와 후임 목회자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 시기 신촌성결교회도 목회이양을 진행해 1991년 5월 정진경 목사의 후임으로 부임했는데, 신촌성결교회는 ‘아름다운 목회이양’으로 인정받고 있다. 신촌성결교회가 원로와 후임 목회자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 실제적인 방안이 있나?

=내가 부임할 때는 당회가 당시 담임목사님에게 후임자 추천권을 일임했다. 거기에서 갈등은 없었다. 정진경 목사님이 나를 선택하신 것을 나를 오랫동안 보아오셨고 검증을 하셨기 때문이다. 나의 입장에서도 전에 섬기던 교회나 신촌성결교회나 비슷했지만, 여기서 해야 할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고 존경하는 목사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왔다. 그래서 성숙한 리더십 교체가 되지 않았나 싶다.
원로목사님은 후임자의 목회에 간섭을 하거나 기득권을 강조하는 분이 아니셨다. 내가 상담을 요청했을 경우에는 언제든지 해주셨지만 그 외 모든 일을 일체 나에게 맡겨주시고 애정을 쏟아 주셨다. 마치 원로목사님이 계시지 않은 것처럼 목회를 했다. 원로목사님이 울타리가 되어주셔서 훨씬 안정이 됐다.
나 역시 원로목사님을 스승처럼 부모처럼 모셨다. 나의 은사였고 전임자이시며 대선배이시고 목회의 기회를 주신 분께 잘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전적으로 신뢰했다. 두 달에 한 번씩 원로목사님 내외분을 모시면서 교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소상하게 설명을 드렸다. 그 덕에 소문이나 오해로 인한 그 어떤 갈등도 없었다.

 
▲교회의 목회이양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목회자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역시 목회자이기에 담임목사 주도로 후임을 선정하는 교회와, 당회를 중심으로 철저하게 성도들이 후임을 선택하는 교회로 구분할 수 있다. 부임할 당시 신촌성결교회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했고, 현재 후임목회자 선정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나?

=내가 부임할 때 목회자와 성도들이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축제처럼 목회이양을 했다. 원로 목사님이 오랫동안 나를 보시면서 후임으로 오라고 했고, 성도들은 원로목사님을 전적으로 신뢰해서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나는 이번 목회이양을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교회 장로들을 기수 별로 대표 1인씩을 선출해서 청빙위원회를 구성했다. 청빙위원회에 ‘광고를 내고 이력서를 받아서 면접을 보는 식으로 사원 뽑듯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목회자로서 권위가 서지 않기 때문이다.
청빙위원들에게 존경받는 원로 목회자들을 소개해주고, 그분들을 찾아뵙고 후임 목회자 후보들을 추천받으라고 했다. 원로 목회자들은 사견을 버리고 공적으로 정말 좋은 목회자를 추천할 분들이다. 이분들이 목회자를 추천하면, 그 목회자들을 청빙위원들이 표 나지 않게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3명을 선택해서 나에게 올리라고 했다. 그럼 담임 목회자로서 1명을 선택해서 당회에 추천을 하겠다고 했다. 이런 방법이 성도의 대표인 청빙위원을 존중하고 담임목사도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후임자가 목회자로서 권위를 가질 수 있다.
현재 청빙위원회는 추천받은 후임자들을 검토하는 단계이다. 내년 2월이면 3명을 추천받아서 1명을 당회에 보고하고, 3월 사무총회(공동의회)를 열어서 후임 목회자 청빙에 대한 투표를 할 것이다. 한 달간 후임 목회자에게 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알려주면서, 이양을 준비하려고 한다.

▲본인이 청빙 받아 올 때와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청빙을 받을 과거에는 당시의 청빙방식이 있었다. 그 시대는 그 방법이 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정신이 달라졌다. 지금 시대는 성도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성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바른 절차이다. 그래서 청빙위원회도 장로들의 기수별로 한 명을 선정해서 한 것이다. 이번 목회이양 방법은 25년 전의 방식과 오늘의 방식, 두 가지를 절충한 것이다. 교회들이 이런 청빙 방법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후임자를 선정하고, 일정기간 동안 담임목회자와 후임목회자가 함께 사역하는 ‘동사목회’를 하고 있다. 동사목회는 목회철학을 공유하고, 목회이양으로 인한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동사목회 기간에 오히려 담임과 후임 목회자의 갈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동사목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정 목사님이 은퇴하신 다음 주부터 부임해서 함께 목회를 한 시간이 없다. 많은 교회에서 동사목회를 하고 있는데, 나는 동사목회를 오래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동사를 오래하면 담임이 될 후임 목사가 성도들에게 부목사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럼 새로 온 목회자에 대한 신선도가 떨어지고, 부목사처럼 인식되니 교회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로서 힘도 떨어진다.
반면 나처럼 동사목회 기간이 전혀 없으면 시행착오가 발생한다. 담임목사로서 실수를 하게 되고, 이것 역시 지도력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나는 1개월 정도만 동사목회를 하려 한다. 담임목회자로서 알아야 할 내용을 알려줄 것이다. 담임목사가 아니면 성도들이나 장로들도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신촌성결교회처럼 규모가 있는 교회는 담임목사가 교회 내부 조직과 기구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이런 부분을 알려주려 한다. 그러면 시행착오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교회 내부의 조직과 기구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교회가 추구해 나가야 할 목표를 공유하고, 그 목회철학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물론 중요하다. 신촌성결교회 목회자로서 갖춰야 할 목회철학과 비전은 후임자를 고를 때 검증하는 것이다. 후임자를 선택할 때 인격과 능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교회의 상황을 이해하고 우리 교회의 상황에 그 목회자가 맞는 인물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목회경력이 좋고 인격과 영성이 좋아도, 신촌성결교회의 특수성과 비전에 맞지 않으면 후임자로 선정하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 신촌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해서 지역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교회가 위치한 이 지역은 대학가이고 주택이 많지만 상업지구이다. 이곳에서 사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사역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아이돌봄사역, 대학가 청년들을 위한 사역, 상업지구에서 발생하는 부작용 예를 들어 알콜중독 등 같은 문제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사역 등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사역들을 하고 있다. 이런 사역들 덕분에 지금 신촌교회에 출석하는 성도 1만 2000명 중에서 20~30대 젊은이가 50%가 넘는다.
신촌성결교회 후임 목회자도 이 사역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후임 목회자의 성향은 청년성이 있어야 하고, 이들과 함께 하는 미래목회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신촌교회의 비전과 맞는 후임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은 청빙위원회나 성도들이 잘 모를 수 있다. 그래서 목회자인 내가 그 부분을 검증하려고 한다.

▲목회이양에 있어 성도, 후임목회자, 전임목회자들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알려 달라.

=성도들은 기도와 기대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목회자를 맞이해야 한다. 자신보다 교회를 우선시하면서 좋은 목사님을 반길 준비를 해야 한다. 후임 목회자는 부임하자마자 과거를 지우려고 하면 갈등이 생긴다. 성도들이 새로운 목회자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해도 그 마음 한편에는 원로목회자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원로목사는 후임을 잘 도와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원로목회자로서 내가 모셨던 정진경 목사님처럼 후임을 도와줄 것이다. 정진경 목사님은 나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하지 않으셨다. 또 밖에서 나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나 역시 그렇게 할 것이다. 우리 교회의 전통을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꼭 이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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