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상 목사(해남 어란교회)

사랑하고 존경하는 목사님들. 요즘도 식당에서 버젓이 기도하고 음식을 드시고 있나요? 참 간도 크시군요. 교회 이름 붙여진 차량을 아무렇지 않게 몰고 다니시나요? 어쩜 그리 용감하십니까. 교회 밖 모임 장소에서나 길거리에서 동역자들 혹은 장로님들을 만날 때, 서로서로 “목사님!” “장로님!”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들릴 만큼 큰 소리로 부르며 서로 인사 나누시나요? 강심장들이네요.

저는 요즘 밖에 나가는 게 두렵습니다. 심히 떨립니다. 대중들이 목사인 나를 쳐다보며 비웃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마치 누군가 내 뒤통수에 대고 손가락질 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어디 가서 내가 목사란 말 꺼내기가 주저됩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앞에 놓고 기도할 참이면 옆의 사람이 “저기 똑같은 인간 와 있다”라고 수군거릴 것 같아 사람이 무섭고 두렵습니다. 불신자들은 물론이고, 때론 교회 안의 성도들까지 무섭고 두렵습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자는 이 글의 제목이 의아하셨겠지요. 어쩌면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목사인 우리들이 먼저 사람의 눈을 두려워하며 실수하지 말고, 내 안에 있는 육의 생각들을 다스려가자는 것입니다.

이는 정말로 사람 자체가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처럼 교회를 담임하며 ‘목사’라고 불리는 이들이 오늘날 이 땅에서 저지르고 있는 일들 때문입니다. 목사가 공회 앞에서 가스총을 꺼내 겁을 주고, 목사끼리 조폭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칼부림 사건을 일으키고, 목사가 여성 신체를 상대방 모르게 촬영하다 발각되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일련의 사건은 세인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일들입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작금에 이르러 목사 세계에서 이런 작태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습니니다. 이런 일들은 결국 나의 문제이며, 내 교회의 문제입니다. 우리 교단의 문제이며,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분명히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선 사람을 두려워합시다. 우리를 주목하는 사람들의 눈을 의식합시다. 우리를 판단하려 들고 비판하려 하는 사람을 무서워합시다. 한국교회를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있는 바로 그 사람들을 두려워합시다. 우리는 하나님 못지않게 사람을 의식해야 하고, 사람을 무서워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목사라면 아마도 그는 하나님도 의식하지 않으며 살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사람의 비위나 맞추고, 사람에게 인기를 끌어야하는 연예인은 아닙니다. 당연히 사람만 의식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고, 손가락질이나 받는 존재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사도 베드로는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다시 풀어보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옳으냐?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이며, “내가 하나님을 두려워하랴? 사람을 두려워하랴?”는 물음과 같은 뜻이겠지요.

이는 당연한 고백이며, 당연한 신앙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았지, 사람에게 부름 받은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코람데오의 삶을 사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하나님 못지않게 사람을 의식하며 살려 합니다. 사람을 두려워하며 살려 합니다.

만약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내 안에 가득한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으로 인해 나 또한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르기에 그렇습니다. 당장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의식하지 못하고 행동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너져버릴 것만 같기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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