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 가나안성도 심층보고서 <교회를 안나가는 그리스도인> 펴내

평균 교회출석 기간 14.2년…정체성 없는 명목적 기독교인 예단은 위험
응답자 67% 재출석 원해… “고전 겪는 목회현장 대안” 치열한 논의 필요


A씨는 교회에서 설교 빼고 안 해본 일이 없는 성도였다. 누구보다도 예배에 성실히 출석했고 교회 일이라면 앞장서 봉사했다. 봉헌 또한 열심히 했다. 그런 그가 어떤 계기로 교회 출석을 멈췄다. 그날 이후 A씨는 주일 오전 11시가 되면 집 근처 스타벅스를 찾는다. 그곳에서 성경을 읽으며 엠피쓰리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찬양을 듣는다. 이것이 A씨의 주일예배라고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A씨처럼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개인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을 가리키는 말이 있다. 바로 ‘가나안성도’이다.

가나안성도의 본격적인 등장 시점은 한국교회의 성장곡선과 궤를 같이 한다. 고속성장을 거듭한 한국교회는 2000년대 들어 위기의 문턱에 섰다. 위기의 원인은 교회의 물신화 대형화, 목회자 윤리문제, 교회재정문제, 교회분쟁, 목회자와 성도 간의 불통 등 교회와 목회자의 문제점이 주류를 이뤘다. 같은 이유로 기성교회에 실망한 성도들이 가나안성도의 길을 걷게 됐다. 더구나 최근 들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이렇듯 가나안성도 현상이 한국교회 내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기독학계를 중심으로 관련 세미나와 포럼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또한 기독출판계도 가나안성도를 주제 삼고 나섰다. 지난해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가 펴낸 <가나안성도, 교회 밖 신앙>과 올해 초 최윤식 박사(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소)의 <2020 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 2> 등에서 가나안성도를 깊이 있게 다뤘다

그리고 최근에 가나안성도를 심층 연구·분석한 신간이 출간됐다. 종교사회학자 정재영 교수(실천신대)의 <교회를 안나가는 그리스도인>이다. 이 책은 가나안성도를 직접 면접하여 종교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보고서라는 점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가나안성도, 명목적 기독교인 아니다
먼저 한국교회 내 가나안성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자.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 수는 862만 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개신교인 중 10.5%가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한목협의 2013년 ‘한국인의 종교생활 의식조사’ 결과를 대입해보자. 그러면 개신교인 중 약 86만 명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나타난다. 이 결과에 정재영 교수는 하나의 가정을 더했다.

정재영 교수는 “한 달에 한 번 이하로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 중에도 가나안성도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가정한다면, 가나안성도의 수는 약 100만 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가나안성도들은 원래부터 교회에 성실히 출석하지 않았던, 흔히 일컫는 선데이 교인이었을까. 가나안성도 3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는 ‘아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의 교회출석 기간은 10~14년이 21.9%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 5~9년(21.3%) 25년 이상(20.3%) 20~24년(15%) 15~19년(12.5%) 순이었다. 5년 미만은 9%에 불과했다. 종합하면 이들의 과거 평균 교회출석 기간은 14.2년이다.

또한 이들은 교회를 다니는 동안 교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6.9%가 교회활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53.4%가 어느 정도 참여했다고 응답했다. 단 6.4%만이 별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토대로 정재영 교수는 “가나안성도를 기독교인의 정체성도 없이 형식적으로 교회생활을 한 이른바 명목적 기독교인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는
정재영 교수의 조사에서 한국교회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가나안성도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이다. 이들이 무교회주의자가 아니라, 기성교회에 염증을 느껴서 떠났다면 다시 교회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회 갱신이 전제다. 한국교회의 갱신여부에 따라 가나안성도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목회현장에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들의 교회 이탈 이유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교회를 떠난 이유에 대해 응답자 중 24.3%가 ‘목회자에 대한 불만’ 19.1%가 ‘교인에 대한 불만’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교회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 ‘신앙에 대한 회의’ 항목에 13.7%가 답했다. 즉 가나안성도의 50% 이상이 교회 관련 문제로 교회를 떠났다고 추정할 수 있다. 반면 개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해서’(30.3%) ‘시간이 없어서’(6.8%) ‘개인적인 이유’(5.7%) 항목의 합은 42.8%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 가나안성도 심층보고서 <교회 안나가는 그리스도인>과 이 책을 펴낸 종교사회학자 정재영 교수.

교회 출석에 대한 생각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3.3%가 ‘언젠가 다시 교회에 나가고 싶다’고 답변했고, ‘가능한 대로 빨리 나가고 싶다’도 13.8%에 달했다. 또 ‘안 나가고 싶지만 불편하다’는 12%로 나타났고, ‘나가고 싶지 않다’는 21%에 불과했다.

정재영 교수는 “이 결과를 볼 때 가나안성도 중 상당수가 교회에 나가길 원하고 있고, 나가고 싶지 않더라도 교회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자신의 신간에 가나안성도들의 교회를 탐방 조사한 내용과 가나안성도 현상을 탈현대성 세속화 탈제도화 현상과 연결시킨 종교사회학적 분석도 담아냈다. 하지만 대안은 교회와 독자들 몫으로 빼놓았다.

정재영 교수는 “종교사회학은 당위가 아니라 실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적은 가나안성도 현상 자체를 최대한 그대로 드러내고 그 배경과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밝히는 것”이라며, “이 책을 통해 가나안성도에 대한 보다 깊고 치열한 논의가 전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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