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치중앙교회 성도들이 도토리묵을 만들기 위해 함께 작업하는 모습. 판매수익금은 전액 선교지 예배당 건축비로 사용된다.

도토리묵 만들고 폐품 모아 선교지 건축지원
성도들 자발적 헌신, ‘오로지 선교’ 목표 빛난다


도토리묵을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다. 산에서 도토리를 주워오는 일부터가 만만치 않고, 푹 끓였다가 말려서 가루를 내고, 쓴맛을 빼서 먹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또 끓였다 식히기를 반복하고. 이렇게 제대로 묵을 만들어내기까지 여러 차례 많은 수고를 들여야 한다.

담양 대치중앙교회(김정진 목사) 교우들은 그 힘든 수고마저도 마냥 기쁨으로 감당한다. 무엇이라도 만들어 팔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교인들의 가계 소득을 위해서도, 교회의 자립을 위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선교라는 목표 하나를 위해서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농촌교회이지만 대치중앙교회는 해마다 선교지에 교회당 하나씩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김종실 선교사가 사역하는 필리핀 민도르에 산타크루즈중앙교회당을 세웠고, 올 여름에도 시강이중앙교회를 건축했다.

부동산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선교지에 예배당 하나 세우는 일이 과거처럼 쉽지 않음에도, 교인 수 100명 안팎의 작은 시골교회 재정으로 큰 부담이 되는 이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담임목사와 성도들의 지극한 헌신이 있기 때문이다.

대치중앙교회 교우들은 선교지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에든지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 봄이면 딸기를 따서 잼을 만들어 팔고, 여름이면 대나무밭에서 죽순을 캐내 삶아서 팔고, 가을이면 담임목사의 고향인 고흥으로 원정을 나서 유자와 밤을 따서는 또 가공해 판매한다.

수익금은 모두 선교지 교회당 건축비로 충당된다. 자신의 밭이나 비닐하우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성도들도 있고, 직접 수확한 깨나 콩을 들고 와 선교비에 쓰라고 내놓는 경우도 있다.
 

▲ 필리핀 민도르에서 예배당 건축현장에 뛰어들어 섬기는 대치중앙교회 단기선교팀.

“우리 교회는 9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미국남장로교 광주선교부 소속 탈미지(Talmegy 한국명 타마자) 선교사가 교회를 설립해 지금까지 온 것입니다. 3년 전 부임한 이후 그 사랑의 빚을 갚자고 설득했고, 교우들이 동의하면서 선교의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진 목사는 일단 성도들의 마음에 선교비전이 채워지자 기대 이상의 수고와 헌신이 이어졌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모습이 폐품 수집이다. 성도들은 마을 주변에 빈병이나 종이박스 같은 것들이 눈에 띌라치면 지체 없이 예배당 앞마당으로 가져온다.

그렇게 일 년 내내 모은 재활용품들을 판매하면 새로 짓는 선교지 예배당에 사용할 의자구입비가 마련된다. 그 또한 교우들에게는 큰 보람이 된다.

예배당을 짓는 데는 성도들의 헌금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매년 여름 담임목사와 장로들을 비롯한 교우들이 광주새한교회(이상덕 목사)와 공동으로 단기선교팀을 구성해 필리핀으로 직접 건너가서는 현지 신학생들과 함께 직접 삽을 들고 공사판에 뛰어든다.

일주일 동안 팥죽 같은 땀을 흘리고 나면 어엿한 교회당 외관이 완성된다. 그 순간의 감격은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수확하는 기쁨과 다르지 않다.

단기선교에 동참하고자 여전도회원들은 2년짜리 적금을 붓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까지 아이스크림이나 옥수수 같은 것들을 판매하며 선교지를 오가는 항공료를 스스로 마련한다. 담임목사가 홀로 시작한 단기선교를 위한 헌금에도 이제는 많은 교우들이 동참한다.

“재정 한 푼 없이도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교우들이 보여주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금요기도회마다 선교지를 위해서 뜨겁게 부르짖는 모습, 축호전도를 위해 더듬더듬 필리핀어를 배우는 모습, 새로 지은 예배당이 현지 성도들로 가득찼다는 선교편지를 받고 환호하는 모습. 그들의 눈물과 웃음을 날마다 지켜보는 저는 참 행복한 목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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