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현 교수(총신대학교 설교학)

“삶에서 쉼 없이 타올라야 한다”
 

이제 설교자는 설교문을 전달하는 생생한 영적 전쟁의 현장에 서게 된다. 서재에서 씨름했던 것처럼 설교자는 강단에서도 언제나 기도의 자세를 잃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거룩한 설교 사역은 언제나 성령의 임재하심과 일하심을 절대적으로 요청하기 때문이다.

로이드 존스 목사는 ‘설교 원고’(sermon)와 ‘설교 행위’(preaching)를 올바르게 구별하였다. 토마스 롱 역시 이를 견지한다. 즉 설교자가 메모나 설교문을 준비하지만, 설교란 단지 종이 위에 써 놓은 기록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행위(action)이며, 말해진 사건(event)이며, 설교자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수행할 때 그리스도께서 그 자리에 현존하신다. 18세기에 부흥운동의 선두주자였던 조지 휫필드의 일화다. 한 출판업자가 휫필드의 설교를 출판하고자 요청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번개와 천둥소리를 종이에 인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로이드 존스 목사는 설교를 “불붙는 논리”, “불타는 열정을 지닌 신학”이라고 바르게 정의하였다. 설교에서 냉철한 논리가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열정도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다. 17세기 영국 청교도 목사인 리차드 박스터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설교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내가 다시는 결코 설교하지 못할 것처럼,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하듯이 설교했다.” 이에 대해 박스터는 “설교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며, 사람들의 영원한 생명 혹은 죽음이 그 메시지들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냉랭하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그린은 그리스도인들이 마땅히 지녀야 할 특징으로 열정적 헌신을 강조하기 위해 남미의 공산주의자가 쓴 편지 한 장을 소개한다. “우리 공산주의자들의 희생자 비율은 높다. 우리는 총을 맞고, 목매 달리고, 린치를 당하고, 투옥되고, 중상을 당하고, 조롱당하고, 해고되고, ...우리는 광신자들로 묘사되어 왔다. 우리는 광신자들이다.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엄청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삶의 철학을 갖고 있다. 우리는 투쟁할 이상, 삶의 명확한 목적을 갖고 있다. ...내가 죽도록 열중하는 한 가지가 있으니 그것은 공산주의의 이상이다. 그것은 나의 생활, 나의 아내, 나의 정부, 나의 빵과 고기이다. 나는 낮에는 그 일을 하고 밤에는 그 꿈을 꾼다. 공산주의 이상의 나에 대한 영향력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줄어들지 않고 증대한다.…나는 나의 이념들로 인해 감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나는 총살대로 나아갈 각오도 되어있다.”

한 평범한 공산주의자가 세상의 철학과 이념인 공산주의에 이토록 흠뻑 젖어 자신의 목숨을 잃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하물며 영원한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옮겨진 복음 설교자가 목숨 다하여 구원의 복음을 열정적으로 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처럼 거룩한 복음 전파의 사명을 받은 설교자에게 설교 강단에서 유머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설교 강단이 마치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유희의 장으로 전락한다면 이보다 극심한 강단의 타락은 없을 것이다. 굉장한 유머 감각을 지녔던 스펄전 목사는 일찍이 유머의 위험을 깨달았다. “유머의 재능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런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때로는 입에서 나가는 말을 중지하고 조심해서 그 말이 과연 덕을 세우는 것인지를 잘 가려서 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결코 유희의 대상이 아니고, 설교단은 값싼 웃음을 파는 자리도 아니다. 설교 강단은 설교자의 재능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증거함으로써 복음을 섬기는 자리다. 스펄전 목사는 강단을 장악하여 회중들을 교묘하게 조작하는 강단꾼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설교 강단에서의 유머는 단순히 유머로서 그치지 않는다. 설교자가 전하는 십자가의 복음마저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열정적 설교는 그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설교자가 고안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열정적 설교는 서재에서 설교자의 영혼 속에 심겨진 그리스도의 복음이 강단에서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이런 얀은 열정이 가진 특징을 잘 설명해 준다. “열정은 힘이 있다. 특히 성경적 설교에서 그렇다. 열정은 말이 하지 못하는 말을 하며, 우리가 전하는 말에 힘을 싣는다. 열정은 듣는 사람에게 진리의 영향력을 느낄 기회를 준다.” 사실 이러한 열정은 강단에서만 잠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열정의 본래적 특성이 갖는 것처럼 일상적인 삶에서 이미 열정을 갖고 있다. 스펄전 목사가 이미 이 진리를 잘 지적하였다. “우리가 설교할 때 타오르길 원한다면, 우리의 삶에서 쉼 없이 타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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