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인터뷰/ 공학섭 목사(순천만대대교회)

환경사역 적극 나선 건 지역사회 필요에 교회가 응답한 것
창조관점서 진행한 생태 프로그램 통해 신뢰 얻어 큰 보람
자기만족 늘 경계하며 올바른 신학적 토양 구축 위해 진력
 
▲ 공학섭 목사(순천만대대교회)

▲전통 교회를 역동성 있는 교회로 탈바꿈시켰다. 부임 당시 상황과 변화의 과정은.

=28년 전에 부임했다. 부임 당시 교회분립으로 어려움 겪었던 터라 장년들이 50여명에 불과했고, 거의 노인들 중심이었다. 사실 대대교회에 와서 보지도 않고, 선도 보지 않고 그냥 와달라는 부탁에 의해 온 것이었다. 이사 온 날이 처음이었다. 교회가 어렵다는 말도 못 들었다. 막상 와보니 심각했다.

환경적으로도 당시에 초가가 많았다. 부임할 당시 댐이 완공됐는데, 그 이전에는 가뭄이나 바닷물이 넘쳐 들어와 침수돼 주민들이 힘들어했다. 그러나 부임 이후 한 번도 흉작이 없었고, 주민들의 생활도 나아졌다. 다른 농촌 교회에 비해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여건이 일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 갔고, 여러 일들을 하다 보니 활동적인 교회가 됐다.

어떤 철학이나 의식을 갖고 부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10년 정도 지나니 지역에 기여하는 교회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마을의 필요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마을과 교회가 이분화 되어 있었고, 문턱이 높았고, 괴리감이 컸다. 지역과 밀접한 관계 갖다보니 점차 유대감이 생겨 지금은 많이 가깝게 됐다.

▲전통이나 분쟁의 후유증으로 목회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정적인 일이 발생해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상 이런 때 목회자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하나.

=목회를 정말 의식을 갖고 한 것이 아니다. 너무 젊어서 목회계획 없이 멍청하게 왔다. 처음에는 양측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긴장이 있었다. 그렇다고 치유를 위해 특별하게 애쓰지 않았다. 그냥 내 할 일에만 집중했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양 편의 이야기 들으려고 했다. 그러던 사이에 잘 치유가 되어 지금까지 어떤 분쟁이나 갈등이 없었다.

당시 너무 어린 나이여서 미련스럽게 했는데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신 것이다. 나의 수완을 발휘해 인위적으로 화해를 시키려하지 않고 묵묵하게 내 일에 집중하다보니 하나님의 은혜로 잘 극복하고 좋은 열매를 가진 것 같다.

성경대로 말씀을 선포하는데 힘 쏟았다. 그게 전부였다. 열심히 전도하고 심방하다보니 계속 성장했다. 2년 정도 되니까 100명 정도가 되었다. 계속 상승 곡선이 되고, 부흥이 되니 나쁜 점들이 묻혀갔다. 그러는 사이 목회자와 성도 사이에 신뢰가 생겨 잘 된 것 같다. 전적으로 신뢰를 해주니 목회가 쉬웠다. 당시 농촌 형편으로 봐서 고속성장이었다. 더 이상 성도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었다.

그렇다고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동네 분들에게 유고가 생기거나 아파할 때 스스로 알아서 사비를 들여 챙겼다. 그렇게 한 것이 교회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성장에 주효했던 것 같다. 교인들과 전폭적인 신뢰가 생겨 목양에 전념할 수 있었다. 절대로 방법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이다”라고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던 것이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였다.

▲그간 교회는 물론 노회, 사회변화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열매도 컸다고 들었다.

=두루두루 사역을 많이 했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그때마다 골라서 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지역은 시내와 떨어져 있어 학원이 없고, 가려해도 멀다. 하교 이후 아이들은 거의 방치상태였다. 주변에 조손가정도 많고, 부모가 있어도 아이들을 제대로 훈육할 환경이 아니었다. 아동센터라는 제도가 없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불러 공부시켰다. 그러던 중 2004년부터 지역아동센터라는 제도가 생겼고, 평소 해오던 일을 제도권 속에서 확대해 운영하게 됐다. 아동센터 운영에 앞서 아이들을 위해 사설도서관을 먼저 시작했다. 지금은 제법 규모를 갖췄지만 당시에 아주 작은 공간에 책장을 일일이 짜고 운영했다.
 

우리 지역에는 아이들도 많이 없었고, 있던 것도 폐쇄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출발하는 마음이 그랬다. “단 한 명의 아이가 남아 있을지라도 그 아이를 위해 일을 해 보겠다”는 심정을 갖고 시작했다. 앞으로 안 되면 어쩔까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하나라도 도움이 되면 된다는 마음을 가졌기에 아주 편하고 쉽게 시작했다. 교회에 도움을 구하고 시작하지 않았다.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테니 그냥 지켜만 봐주고 반대만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때마침 순천에 기적의 도서관 제1호가 생겼고, 이후로 순천에 마을마다 작은 도서관 세우기 운동이 붐이 일어났다. 그때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와서 도서관 공모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아 지금의 좋은 시설을 갖추게 됐다. 아동센터와 도서관이 다음세대들을 세우는데 보람 있는 사역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크게 되려는 생각도 없이 그저 열정만 갖고 있었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농촌 도서관치고는 굉장히 활발하다. 2년 연속 최우수 시설 평가를 받아 상금도 꽤 많이 받았다. 이런 사역을 통해 다음세대를 가꾼다는게 큰 보람이다.

교회 주변에 노인들이 많다보니 노인대학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교회 밖의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와 수용할 공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거리가 있는 지역에는 ‘찾아가는 노인대학’을 열기도 했다. 교회의 역량이 닿는 한 최대한 해보려고 노력했다. 성도들의 많은 수고 덕분에 지역사회에 확고하게 뿌리내리는 교회가 됐다. 신뢰도가 쌓이다보니 전도하는 기회도 됐다.

▲특이하게 환경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치는 목회자로 알려져 있다.

=환경운동 역시 지역의 필요에 의해 시작한 것이다. 순천만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부터 환경에 관심을 가졌다. 이제는 순천만이라는 분위기만으로도 환경사역을 시작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오히려 좀 더 열심히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다른 교단과 달리 교단적인 지지나, 생태신학의 토양이 없는 상황은 여전하다. 그런 가운데 생태 관련 첫 국제대회가 순천에서 열렸는데, 대회 장소를 우리 교회가 제공하는 일이 있었다. 그때 교회가 주목을 받았다. 전국은 물론 순천의 모든 환경운동가들이 대대교회를 방문하면서 환경운동하는 교회로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실제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 교회는 철저하게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지속적인 교인 계몽, 마을 정화를 위한 주민 계도, EM세제와 비누 등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마을에 보급하고 있다. 앞으로 마을 개천이나 하천에 흙공을 뿌려 강을 정화하는 사업도 가질 예정이다.

보편적으로 목사 한 사람이 변하면 최소한 100명이 따른다. 이런 측면에서 노회의 목사님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확산될 것이라는 생각에 노회에 제안해 환경부를 만들게 됐고, 총회에 헌의하기도 했다. 교단 차원에서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부분은 많이 아쉽다. 환경 자체만을 생각하는 것을 넘어 신학적, 성경적 관점에서 이해시키는 것이 정말 필요한 시기다.

환경은 결국 이웃사랑과 창조의 관점에서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신앙이고 믿음의 행위로 봐야 한다는 확신이 있다. 타교단의 환경운동은 너무 진보적이고, 걸러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우리 교단은 신학적으로 토양이 얕다. 그래서 목회자를 대상으로 의식을 계몽시키는 일이 교단차원에서 일어나면 좋겠다.

▲목회적, 사역적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나.

=보시다시피 나는 에너지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아니다. 활동성 있는 사람이 아니다. 타고난 힘이나 성품의 열정보다는 성경에서 그렇게 말하고, 옳다고 하니 옳은 대로 하려는 것일 뿐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환경운동이 대표적이다. 남들이 알아주는 일이 아니지만 귀하고, 가치 있고, 성경적이라고 생각하기에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물을 잘 관리하고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환경보호는 이웃에 대해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환경보호는 삶이 되면 힘든 일이 아니라 즐겁고 보람으로 다가온다. 옳은 길을 가니깐 그런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 안에 에너지가 되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순간순간 힘들거나 어려움이 왜 없었겠나? 그러나 내가 가야할 방향은 굳혔다고 본다. 이제는 사역이 제법 알려져 사명을 넘어 책임감까지 느껴지니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힘을 얻게 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채찍과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 같다.

환경문제들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환경에 대한 사역들로 교회가 선도적 역할을 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이에 따른 보상과 열매가 국가에서 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기웃거린 것이 없다. 자연스럽게 일을 하다 보니 관련 기관들이 공개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그동안의 수고가 하나님께서 이러한 것들로 자연스레 공급해 주시는 것 같다.

▲보편적 목회사역과 달라서 쓸데없는 일이라는 비판은 받지 않나.

=비판이 오기에 앞서 강단이 중요하다. 성도들에게 사역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공감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물을 아껴 쓰거나, 쓰레기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전기를 아끼는 등 나 스스로 모범을 보이려 무척 노력했다. 목회자가 생활에서 모범을 보이고, 강단에서 강조하는 일관성 있는 모습이 나타날 때 거부감이 없게 된다. 이러한 것들이 서로 통하게 되고 정착하게 된 것이다.
 

 

▲목회의 비전, 목회자 개인의 욕망이냐, 성경적이냐 잣대가 모호할 때가 있지 않나.

=문득문득 사역을 돌아본다. 어지러울 정도로 사역을 많이 했다. 지역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다 해봤다. 내가 제대로 가는지도, 바빠야 하는가도 자주 돌아본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최우선하여 전하여야 한다는 자기점검을 많이 한다. 아무리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역일지라도 하나님 말씀을 제쳐두거나 소홀하게 된다면 이건 아니라고 자책하고 있다.

사역의 시작과 방향성은 목회자가 하지만 나머지는 교인들이 채워주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다. 대신 다른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가능하면 모임을 만들거나 다니지 않고 있다. 지난 달 교회차량을 포함해 차량 주유비가 10만원이 넘지 않았다. 사역이 바쁠수록 최대한 밖에 다니는 것을 줄여 목회에 전념하려 의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본질이 흐려지거나 성도들이 거스를 정도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새벽기도 이후 오전시간 교회에서 꼼짝도 않고 집중해 할 일을 보완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간관리를 잘 하는 것이 훈련된 것 같다.

그럼에도 욕망이냐, 성경적이냐는 질문은 늘 고민해야 할 중요한 목회적 어젠다다. 솔직히 자기만족을 위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 교회의 사역은 사실 많은 한계가 있다. 일을 하지 않으려한다면 진짜 할 것이 없다. 주일 설교하고, 유고 심방하고 나면 진짜 손 놓고 살아도 문제가 없는 것이 농촌 목회다. 그러나 일을 만들어하고, 찾아서하고 있다. 무료하니깐 이런 일을 하며 에너지를 분출하려고 한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보지만, 그래도 지역사회와의 관계성 정립 역시 목회의 영역이라는 의미부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들지 않게 감당해 왔다. 이 일이 하나님과 교회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늘 점검한다. 의미 있는 일이라면 기쁘게 감당하려 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일은 정말 맞다고 확신한다.

▲그런 측면에서 목사님의 자기훈련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은 교단의 신학적 배경에서 나의 관심 분야에 대한 도움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스스로 자료를 얻고, 공부하고, 관련 책을 구입해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했다. 혼자서 자기훈련을 했다. 이 길이 외로운 길이면서도 의미가 있다. 개척해 가는 개척자의 마음이 있어 좋고 힘이 되고 있다.

▲순천이 최근 환경과 관광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에 기반한 교회 사역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생태관광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시작단계다. 순천만이 생태관광의 1번지로 여겨지지만, 순천 역시 아직까지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 교회가 이번에 ‘생태관광해설사’라는 사업을 공모해 후원을 받아 추진했다. 순천만의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새벽투어를 개발했다. 주민들이 체험비를 받아 해설사들에게 일부 지급하고, 나머지는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8월 여름방학 기간에 학생들 중심으로 실시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활발했고 반응이 너무 좋았다. 겨울방학에도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순천시에서 이 소문 듣고 와서 볼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일반 관광과 달리 생태관광은 체험프로그램이 필수다. 그런데 체험관광이 정착 안 됐다. 흑두루미 축제도 하고 있지만 연 1회 일회성으로 끝난다. 그래서 주민들의 삶의 노하우를 체험관광에 활용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 창조론적인 개념이 없다면 생태관광 특성상 진화론적인 부분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일에 교회가 앞장섰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직접 쓰지는 못해도 창조의 관점에서 진행한 것이 다행이고 보람이라 생각한다.

관광지와 매칭해 교회사역을 펼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선례가 잘 없다. 1년에 적어도 3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오는 순천만의 현실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한때는 전도지도 줘보기도 했다. 거부감 없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계속 생각하다가 관광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일반인도 거부감 없는 성경적 메시지를 담은 문구를 수시로 바꿔 달고 있다.

관광객들을 위해 우리 교회는 매일 낮 12시에 종을 친다. 종소리가 굉장히 예쁘다. 어렸을 때의 좋은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큰 힘 들이지 않고 교회 종소리를 통해 과거의 추억과 순천의 갈대밭과 어울려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마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한다. 반응이 진짜 좋다. 종소리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기도시간으로 삼게 하고, 교회의 존재를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이제는 교회가 마을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한 것에 보람된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많이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앞의 질문에 연장해서 교회의 역할과 사명은 무엇이라 보나.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 교회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무엇보다 교회가 들어섬으로 자신들에게 유익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교회가 지역에 도움이 된다면 항거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회가 지역 개념이 무너진 현실이 아쉽기는 하다. 우리 교회는 다른 지역과 달리 하나 밖에 없어 뚜렷하게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에 대해 항상 부담감을 갖고 목회를 하고 있다. 여기서 장기목회가 장점이 있다. 한 지역에 오래 살다보니 지역의 필요와 생각들을 듣고 나눌 수 있어 자연스레 좋은 섬김의 아이디어들이 생겨났다. 계속해서 마을의 필요들을 채우려는 노력을 해 왔다.
 

▲ 순천만대대교회 앞마당에 펼쳐져 있는 잔디밭에 선 공학섭 목사. 그의 뒤로 보이는 배경이 생태관광의 1번지 ‘순천만’이다. 공학섭 목사에게 순천만은 그저 관광지나 여가를 즐기는 산책로가 아니다. 또 하나의 확장된 목양지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가 교회의 행위에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가 복음의 확산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런 의도성을 가능하면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하려하고 있다. 일부 어르신들이 단편적으로 받아들여 교회 나오라고 이러느냐고 말해 속상하기도 하다. 하지만 내면으로는 기대하지만 교회 나오는 것과 연관을 짓지 않으려 한다. 그래야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는다. 반드시 지혜가 필요하다.

▲목사님의 목회영역이 다양하고, 교회를 뛰어넘는 것 같다.

=한국교회는 이원론화 하는 배경이 있다. 기도하고 말씀 전하는 것에 함몰되다보니 이원론 사고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보니 목회 영역이 좁아졌다고 본다. 그래서 이원론적인 사고를 극복하려 노력하다보니 목회영역이 넓어진 것 같다.

시골은 절대 일이 없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시골이 할 일이 너무 많다. 도시는 교회가 많기 때문에 지역에 대한 책임감이 약화될 수 있다. 그러나 시골은 역할이 선명하다. 그래서 마을은 목회의 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확고히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교회에 나오지 않는 마을 사람들을 예비신자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내일 혹은 내년에 우리 교회에 나올 수 있는 분들이다. 그래서 친절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 마치 교인이라 생각하고 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교인들과 교회가 지역민들에게 호감을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설령 당사자가 교회 나오지 않아도 그들에게는 다른 가족이 있고,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지역하고 밀접하게 관계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신학이 중요하다. 신학의 토양이 어떠냐에 따라 목회의 방향성이 나온다. 교회 안 뿐 아니라 교회 밖도 목회의 영역이요, 하나님의 구원의 대상이요,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전도는 따라오는 결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 목회자들과 교류에 힘을 쏟는다고 들었는데, 어떤 목적에선가.

=매년 일본인 목회자를 초청하거나 일본을 방문한다. 교류하는 일본 목회자들은 다들 의식 있는 분들이다. 최근에는 정신대 할머니를 찾아간 적도 있다. 일본의 정치인 일부가 우경화시키는 것이지, 양심세력도 많다. 개인적으로 교류하다보니 일본에 친밀함도 생기고, 뉴스에 접하는 일본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중 세대에 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 우리 사회는 역사 논쟁이 뜨겁다.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것은 바른 방법이 아니라 본다. 교회 역사를 정리하다보니 나름의 역사적 관점이 생기더라. 역사는 억지로 꿰맞추는 것이 아니다. 세월이 지나면 역사는 자동적으로 정립된다. 정권을 잡았다 해서 축소하거나, 부풀리거나, 왜곡한다 해도 시간 지나면 반드시 바뀐다. 그런 측면에서 역사는 오랜 세월에 거쳐 평가가 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역사를 정직하게 드러내고 나가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나? 일본에 역사 왜곡을 말하지만 우리 자신조차 역사를 굴절시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갈등 심화와 고질적 이념논쟁, 행복지수 저하 등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이 갈수록 좋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가 심화되고 있어 우려된다. 교회 역시 신학의 바탕들이 달라서 교회가 하나로 묶어지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가톨릭의 경우 교리부분은 논의할 가치가 없지만, 시대적 상황을 잘 활용해 선교적인 방편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 오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면서 사회적인 호감도가 높아지는 형세다. 반대로 교회는 같은 사안임에도 어리석은 행동들을 보이다보니 반감이 커진다고 봐야 한다. 개혁신학의 입장에서 사안별로 바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좋겠다.

▲교회도 많고, 목회자도 많다. 그러나 갈만한 교회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딜 가나 천편일률적인 메시지와 프로그램 때문이라 한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목회자 탓이라 봐야겠다. 교회를 선택하는 분들에게 고민들이 있을 시대다. 그런 점에서 사역 못지않게 깊은 말씀 묵상과 가르침을 삶으로 보여주는 목회자가 많다면 고민이 없어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목회자의 책임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엊그제 스코틀랜드 출신 선교사와 교제했다. 불과 30여 분 대화였다. 영국은 우리보다 무슬림 영향이 크다. 성소수자에 대한 동등법이 통과됐다고 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을 보면서 선교사님은 젊은이들과 영국을 위해서 기도하는 기도모임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 선교사님이 나에게 이런 일 해보라고 한 것은 없었다. 자신의 사역만 말했다. 그러나 큰 감동이 왔다.

현실에 대해 한탄과 비난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조국을 위해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은혜 주셔서 우리나라를 다시금 마지막 때에 대부흥의 역사를 보여주시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선교사님과 같은 마음과 행동이 있는 교회가 곳곳에 생겨난다면 교회를 선택하는 고민이 줄어들 것이다. 목회자의 바른 가치관과 목양자의 심장을 갖고 목회한다면, 성도들이 고민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목회자로 산다는 것,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목회자는 교인 앞에 사역을 하지만, 무엇보다 하나님 앞에서 일대일의 관계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그것만 잘되면 교우와의 관계는 그 안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목회자를 통해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사역의 방향은 물론 성격도 정해진다.

하나님을 아는 것이 영생이라 했는데 그 안에는 목회와 삶의 철학이 들어있고, 심지어 먹고 사는 것까지도 포함돼 있다. 근본적으로 하나님을 알지 못함에서 문제가 나온다. 따라서 목회자도 하나님이 어떤 분인가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있다면 삶의 방향과 해답이 있다고 본다.

▲추가 질문이다. 대대지역은 교회 때문에 행복한가.

=비교를 해봐야 그나마 객관적일 텐데... 항상 관계하고 지내기 때문에 비교할 그럴 환경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정도면 괜찮은 교회라 인식하는 것 같다. 나쁜 소문은 나지 않는 교회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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