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작가들이 신앙고백으로 빚어낸 작품들을 ‘빵의 예술, 영혼의 예술展’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시회를 찾은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9명 작가 마음모아 ‘빵의 예술, 영혼의 예술전’ 진행
정해숙 개인전 ‘구도자의 노래’, 투영시리즈 선보여

 

가을이라서 그럴까, 붉게 물든 거리는 낭만이 그득하고, 길을 걷는 발걸음마다 여유로움이 묻어있다. 감성마저 제법 충전된 터라, 지난 계절에는 스쳐 지났을 법한 공간의 문턱도 수월히 넘어선다. 촌스러워 꺼렸던 동네 옷가게 미닫이문을 열어보는가 하면, 고작 서른 평짜리 소극장 매표소의 개장을 기다려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선뜻 들어서기 어려웠던 갤러리를 향해 용기 있게 입장하는 것도 이 계절이라 가능한 일 아닐까. 이를 일찍이 알고 있던 갤러리들도 가을 관객맞이에 열심이다.

기독 미술작가들도 이맘때 보다 힘을 낸다. 때론 여럿이 전시회를 열거나, 때론 개인전을 꾸며 연초부터 작업했던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계절을 더욱 붉게 채색하는 기독미술 전시회가 10월 중순부터 연이어 열리는 중이다.

강지웅 심정아 정경미 정희석 최영환 하민수 허미자 허보리 허은영 9명의 작가가 10월 22일~11월 5일 서울 서촌의 작은 화랑 피아룩스 갤러리에서 ‘빵의 예술, 영혼의 예술展’을 진행하고 있다.

아홉 작가들이 모인 까닭은 그들 삶 속 내재된 십자가 신앙을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지난 여름부터 예배와 교제를 나누며 서로의 신앙고백을 공유했다. 그 결과 양적 성장에 매몰된 교회와 부의 도구로 전락한 현대 미술 사이에서, 빵을 위한 예술이 아닌 영혼의 예술을 추구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The Sky-The Leaves1509>와 <The Sky-The Leaves1519>를 선보인 정희석 작가는 변화무쌍한 하늘 위에 날개를 펴고 휘날리는 나뭇잎을 캔버스 위에 수놓았다. 경이로움 가득한 하늘과 끊임없이 피어나는 생명력을 지닌 나뭇잎, 두 개의 상징적인 소재로 창조세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다.

정희석 작가는 “일그러져 있는 세상을 향해 그 전 순수했던 창조세계를 제시하는 것이 기독미술인의 역할이다. 그렇기에 제 작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원형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설치작품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넥타이와 와이셔츠로 수류탄을 만들어 놓았다. 허보리 작가의 작품이다. 왜 하필 수류탄일까. 전쟁터 같은 일터로 나서는 이 시대의 직장인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할 목적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허보리 작가는 “작품을 통해 ‘힘들지만 이겨낼 수 있어. 하나님이 항상 너의 곁에 계셔’라고 말해주는 것이 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작품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지웅 작가의 <Salvation Desire> 심정가 작가의 <Jesus-healer> 정경미 작가의 <Overflowing everywhere> 최영환 작가의 <Born again> 등 회화 설치 사진에 이르기까지, 아홉 작가들의 신앙고백으로 탄생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심상용 교수(동덕여대)는 “십자가야 말로 영혼과 육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사유와 소통, 공감과 나눔의 용광로였다”면서, “이들 작가들처럼 한국교회가 십자가 묵상을 통해 새롭게 된다면 진정한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전시회에 깃든 의미를 설명했다.
 

▲ (왼쪽부터) 정희석 작가의(The Sky-The Leaves1509) / 허보리 작가의 (Useless but Necessary K400 fragmentation grenade) / 개인전을 여는 정해숙 작가의 (투영(치유의 바다)VI).

사랑의교회미술인선교회와 아트미션에서 열띤 활동을 펼쳐온 정해숙 작가는 10월 28일~11월 3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구도자의 노래’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이번 개인전은 정해숙 작가의 주요작인 투영 시리즈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0여점이 넘는 투영 연작이 소개되는 자리다. 이를 위해 정해숙 작가는 1년 내내 그림 속에 빠져 살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는 붓으로 캔버스를 채워가는 그녀의 작품은 적게는 한 달, 많게는 6개월 넘게 공들여 낳은 결과물이다.

정성만 쏟은 것이 아니다. 모든 작품은 말씀에서 비롯됐다. 중풍환자 고친 이적을 묵상하고 붓을 든 <투영(치유-베데스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형상화한 <투영(오병이어)> 성령의 9가지 열매를 그린 <투영(생명나무)>에서 볼 수 있듯, 말씀이 곧 작품이 된다. 또한 모든 작품에 꼭 등장하는 삼각형, 새, 빛은 각각 삼위일체 하나님, 우리를 위해 기도하는 성령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정해숙 작가는 “20년 넘게 세상을 환히 비추는 작품을 해왔다. 그리스도의 영혼을 찾아나서는 구도자들과 작품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제 작품을 통해 하늘나라의 복음을 널리 알리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기독미술은 황금빛 들녘마냥 풍성하고 싱그러웠다. 깊어가는 가을을 보다 만끽하고 싶다면, 작품을 통해 신앙의 담금질을 하는 이들을 만나고 싶다면, 기독미술이 채색한 가을 전시회를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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