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

이영훈 대표회장, 이단문제 전향적 결단 제안에 긍정적 입장
예장합동 등 대교단, 한국교회 연합운동 적극 역할 기대한다



올 한 해 교계 보수 연합기관으로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단체는 단연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이었다. 한교연은 봉은사 역명제정, 퀴어문화축제와 동성애, 종교인 과세 등 굵직한 사회 이슈마다 보수기관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은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연합기관 통합 추진’을 주도하며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임기 내에 한기총과 통합으로 ‘하나의 연합기구’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오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선언은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기를 2개월 남겨둔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은 “한기총과 통합 논의를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며 ‘하나의 연합기구’의 열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서는 “국정교과서가 100% 정답은 아니겠지만 현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과 10월 21일 서울 장충동 그랜드앰버서더호텔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한교연 대표회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임기를 2개월 여 남긴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연합을 위해 애를 많이 써왔다. 대표회장으로서 교회연합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

=내가 한교연 대표회장이 되기 전부터 한국교회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당연히 연합이라고 생각했다. 성경이라는 텍스트가 하나인데 당연히 기독교는 한 목소리를 내야하고, 특히 개교회주의 전통이 강한 기독교는 하나의 연합단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임기 동안 한국교회 연합을 생각하면 한계를 느끼고 많이 울기도 했다. 아예 할 수 없는 일이면 몰라도, 할 수 있는데 안 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한국교회가 하나만 되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정부 관련 문제도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교회는 싸울 대상을 잘못 정하고 대사회 대정부 싸움이 아닌 교회 내부 싸움을 하고 있다. 교회는 위기감을 갖고 토론회 좌담회 등으로 의견을 모아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교회 연합과 관련해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은 올해 가장 큰 이슈였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한기총이 이단문제를 해결하고 한교연과 통합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발언들이 나왔다. 하지만 한기총이 이단 재검증을 실망스럽게 처리한데다 다락방 류광수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까지 표명한 현 상황이다. 통합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한교연과 한기총은 하나였기 때문에 당연히 다시 합쳐야 한다. 한기총에서 여러 교단들이 나와 한교연을 구성했던 이유인 이단 옹호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않아 실망스럽다.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과 나는 한국교회가 하나만 될 수 있다면 언제든 서로 대표회장 직에서 물러나고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단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연합의 길로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얼마 전 이영훈 대표회장을 만나 류광수 목사를 행정보류하고, 한국교회의 지도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류광수 목사 한 명으로 인해 한국교회가 이렇게 나뉘어져 있다. 이 대표회장이 나뭇가지 몇 개가 부러지는 아픔을 감수하더라도, 기둥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 결단을 해야 한다. 이 대표회장도 이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곧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한기총은 이미 교계 내에서 신뢰를 상실한 상태이다. 현재 한기총이 겨우 가지고 있는 ‘교계 대표성’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의 영향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에 비해 한교연은 ‘한국 보수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지평을 넓히고 있지만, 그 영향력이 크게 확장되지는 못한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교연은 한기총이 개혁되기만을 바라며 비상기도회로 모였던 교단들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와도 같은 암담함 속에서 절박하게 시작했다.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외연을 확대하기보다 내실을 다지고 흐트러진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기틀을 다시 세우는 데 중점을 두었다.

연합 사업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올해 한교연은 봉은사 역명 문제나 퀴어문화축제 및 동성애 문제 등을 모두 주도하면서, 다른 기관과 연대를 통해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교회가 힘을 모아야 할 긴급현안 10대 과제를 선정하고 범교회적으로 이를 함께 해결해나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올해 연합기관으로서 한교연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장합동을 비롯해 주요 교단이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런 교단들이 가입해야 보수 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가 아닌가. 재임 중에 이를 위한 방안이 있는가?

=예장합동은 한국교회 전체 교단과 공동체에 자랑이자 귀감이다. 그런 예장합동을 비롯한 주요 교단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달게 받겠다. 교단마다 조금씩 시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외연확장을 조급하게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 지금 한국교회의 연합을 위해 중요한 것은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교단 간의 조화와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람이 있다면, 예장합동이나 예장통합 같은 큰 교단들이 장자교단답게 한국교회를 살리는 역할을 더 해줬으면 한다. 큰 교단들이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연합을 해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우리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국교회 연합도 못하면서 민족통일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교연이 교계 보수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갖고 노력하는 모습이 있지만 ‘정치적 보수’에만 집중한 나머지 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이 약하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한교연의 정체성을 보수라고 규정짓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한교연은 중도, 혹은 열린 보수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최근 대사회적인 이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회원교단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관점에서 이해해주기 바란다.
 
▲최근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환영하는 입장을 밝힌 것도 정치적 보수 입장의 연장선상인가?

=한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할 것이냐 검인정으로 할 것이냐 하는 형식 논리보다 그 내용이 중요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바르고 건강한 역사관을 담으려면 현재의 검인정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 역사교과서의 좌편향을 수정하기 위한 대안이 국정교과서밖에 없다면 그 길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나. 성경은 다윗이 간음해서 낳은 아들이 왕이 되었다는 사실까지 있는 그대로 담겨 있다. 역사는 사실대로 기록해야 하고, 왕이나 대통령도 이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역사는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해서 기록해야 한다.

현재 한국사교과서 내 기독교 관련 부분도 마찬가지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기독교를 빼놓고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나. 그런데 이것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지 않았다. 한교연은 한국사교과서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올해 한국 사회는 퀴어문화축제 동성애 문제로 논쟁을 벌였다. 한국사회와 교회에 큰 과제를 던져주었고, 앞으로도 해결해 나가야 할 사건이라고 본다. 한교연이 앞으로도 올해처럼 동성애 반대 운동을 강력하게 펼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동성애자들도 형제요 자매이기 때문에 음지에서 벗어나 양지로 나와 적극적인 치유로 삶이 달라지도록 교회가 도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동성애 확산 풍조는 분명 반성경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나 다름이 없다. 한교연은 끝까지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동성애자들의 법적 권리를 담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동성애 반대 운동을 좀 더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확산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남은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올해 해방과 분단 70주년을 맞아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며 통일기금조성을 비롯해 북한나무심기와 북한 어린이 돕기 등 다양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여전히 북한을 ‘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독일교회처럼, 한국교회가 저들을 불쌍히 여기고 끊임없는 지원을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수 있을까?

=미국 부시 대통령 시절에 북한 3대 세습 정권을 두고 ‘악의 축’이라는 호칭을 썼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은연중에 북한 주민들까지 적대적인 대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북한 동포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 그들이야말로 한국교회의 도움이 절실한 강도 만난 자들이다.

남북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분열된 담을 헐고 사랑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역할과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여러 번 다녀왔는데 목회자들이 북한에 가서 지키지 못할 지원 약속을 많이 한다. 북한이 요청하는 것을 해준다고 약속해 놓고 안 한다. 이런 것들이 북한에 교회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북한도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다. 독일교회처럼 한국교회도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지원하면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하나의 밀알이 되어야 한다.


박민균 기자 min@kidok.com
박용미 기자 mee@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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